[데스크칼럼] ‘완화’라는 모르핀에 취한 시장, 끊는 것부터 시작해야

입력 2016-11-2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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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현 자본시장부장

“내가 이러려고 직매했나 하는 자괴감 들어-BOK.”

지난주 18일 채권시장에서 ‘받은 글’이라며 돌았던 문구다. 한국은행이 치솟는 채권금리를 안정화하기 위해 1조5000억 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던 직후다. 여기서 ‘BOK’란 ‘Bank of Korea’의 약자로, 한은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 같은 문구가 나돌게 된 배경은 한은의 단순매입 발표에도 채권시장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한은의 시장안정화 조치가 무색함을 비꼰 표현이다.

앞서 시장은 좀 더 이른 시기에, 3조~4조 원 물량으로 단순매입이 실시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 단순매입은 21일 입찰결과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예정액에 미치지 못한 1조2700억 원만 낙찰됐을 뿐이다.

반면 한은 입장에서 보면 할 만큼 한 조치로 보인다. 이미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과 금융협의회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가 시장안정화 조치를 시사하면서 시그널을 줬다. 앞서 올 하반기 한은은 연말로 예상되는 미국 연준 금리인상 시기에 혹 발생할지 모르는 시장 불안감에 대비한 안정화 조치로 단순매입을 활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올해 국고채 단순매입을 한 번도 실시하지 않는 등 카드를 아껴왔다.

또 매입대상 종목에 국고채 지표물을 대거 포함하고 종목도 6개로 늘렸다. 평상시엔 지표물과 국채선물 바스켓물을 제외한 비지표물을 중심으로 5개 종목으로 실시해왔다.

특히 시장에서 응찰한 물량은 지표물을 중심으로 대부분 매입해 주었다. 이에 따라 국고 10년물 낙찰금리는 종목별로 시장금리보다 4.5bp(1bp=0.01%포인트) 낮은 수준에서 1.4bp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공지 시간 역시 다소 이례적으로 장중을 선택했다. 통상의 단순매입 공지는 시장의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차원에서라도 장 마감 후에 나오곤 했다. 이 밖에도 시장불안이 지속될 경우 다음 달에 또 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이야기다 보니 서론이 길었다. 문제는 이 같은 시장의 불만이 꼭 최근 마약 공익광고에 나오는 “한 번만”을 외치는 아우성과 비슷해 보인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우리 시장이 완화정책이라는 모르핀에 취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현재 시장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데다, 미 연준의 12월 금리인상이 다가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과도한 롱(채권매수) 포지션과 이에 따른 헤지 포지션 구축이 자리하고 있다. 모르핀에 취한 과욕이 결국 화로 다가온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경기호조를 이유로 조금씩 긴축으로 보폭을 옮길 때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긴축 발작을 반복하고 있다. 국내 상황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최근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금리가 급등하는 와중에 채권과 이자율스와프(IRS) 간 금리 차이인 본드스와프 역전폭마저 급격히 확대되자, 증권사들은 양쪽에서 발생한 손실을 견딜 수 없게 됐다. 급기야 증권사들은 기존 롱 포지션에 대한 손절 물량을 쏟아냈고, 이로 인해 채권시장이 또 흔들리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국내 금융시장은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라 있다. 최순실 사태와 대통령 탄핵정국이 본격화하면서 국정마비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높다. 거시경제 변수를 떠나서 시장 스스로 자생력이 있음을 실력으로 입증해야 할 때다. “심리적으로 몰린 상황이었다. 누가 롱을 잡으라 시킨 것도 아닌데 이익 보면 자기들 것이고, 손실 보면 한은에 안정책을 내놓으라 하는 건 아전인수가 아닌가 싶다”는 한 증권사 채권딜러의 자기고백은 모르핀을 끊을 수 있는 첫걸음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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