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쇼크] 산업계 “당장 영향 없지만 환율 등 지표 예의주시”

입력 2016-06-2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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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24일(한국시간) 확정되면서 전자와 자동차, 철강, 항공, 유화, 제약 등 국내 산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의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환율 등 경기지표의 변동과 경기 침체 등에 따라 글로벌 경기에 영향을 미쳐 국내 산업계에도 그 여파가 미칠 수 있어서다.

우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영국에 진출한 국내 전자업체들은 한-EU FTA(자유무역협정) 적용에서 제외되는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기존 한-EU FTA 협정관세율 0%를 적용받았던 품목들이 관세 혜택을 못 받을 경우 국내 전자업체들은 교역조건이 불리해질 수 밖에 없다.

시장이 이원화되며 유럽과 영국에 대한 사업 전략 포트폴리오도 별도로 짜야하는 상황이다. 일본과 원가 경쟁을 하는 수출 분야는 반사 이익을 받겠지만 한국이 EU에 수출하는 비중이 전체의 약 9.1%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국내 약 150여개 기업이 큰 타격을 볼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업계는 유럽 내 시장 위축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유럽은 그동안 경기 위축으로 매출 비중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삼성전자의 유럽 매출은 2013년 21.2%에서 지난해 12.8%까지 떨어졌다. LG전자도 같은 기간 11.2%에서 10.3%로 줄었다. 브렉시트 여파로 올해 매출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또한 삼성은 폴란드에 생활가전,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에 TV 공장을 두고 있고 LG도 주력 생산기지가 폴란드에 있다.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으로 TV와 생활가전 등을 수출하게 되면 별도의 관세 장벽이 생길 수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예상됨에 따라 소비심리 위축으로 가전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향후 업계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브렉시트로 유불리가 교차할 것으로 내다봤다. 브렉시트로 유럽 경기가 전반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면 최근 성장세를 보이던 유럽 자동차시장의 수요 자체가 줄어들 수 있는 점은 우려되나, 브렉시트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수출 면에서 경쟁력이 생겨 유리하다는 것이다.

업체별로 현대기아차는 체코(현대차)와 슬로바키아(기아차)에 현지 생산기지를 운영 중이어서 브렉시트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2년 뒤에는 영국 수출 물량에 대해 관세를 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더군다나 영국은 현대기아차의 유럽 판매량에서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작지 않다. 올해 들어서도 5월까지 영국에서 전년 대비 7% 증가한 7만8000대를 팔았다.

반면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영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어 브렉시트로 영국에서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됐다. 다만 영국을 제외한 유럽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영국의 EU 탈퇴가 한국차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영국에 생산기지를 둔 일본차들은 영국이 아닌 다른 유럽 국가에 수출할 때 오히려 관세를 부담해야 해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는 브렉시트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철강산업으로 확산하는 상황 등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이 불가피하므로 단기 환율 변동성 관리를 강화하고 수요산업과 철강업에 대한 영향을 꾸준히 모니터링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공업계는 브렉시트의 직접적인 여파보다 항공사 운영의 주요 변수인 환율과 유가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영국은 파운드로 결제하고 있어 당장 화폐 변경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원·달러 환율이 지속 상승하면 항공사 비용부담이 커질 수 있어 항공업계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항공사는 미국 보잉이나 유럽 에어버스로부터 항공기 도입 시 대부분 달러로 대금을 결제한다. 이에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그만큼 비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으며 부채 부담이 커진다. 또 국내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해외여행 관광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게다가 성수기를 곧 앞두고 있어 항공업계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당장은 큰 영향이 없겠지만, 금융 불확실성이 환율과 유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화업계 역시 항공업계와 비슷하다. 환율 변동 등 경제지표 변동이 업황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수출량 4억4979만9000배럴 가운데 영국으로의 수출량은 159만3000배럴로 0.3%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브렉시트가 국내 유화업계에 미칠 영향은 적은 것으로 전망됐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은 브렌트유의 도입이 많지 않고 수출도 대부분 아시아 등 역내시장에 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큰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장기적으로 달러 강세가 되고 유가가 하락하면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학업계도 정유업계와 마찬가지로 브렉시트로 인한 직접적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업종 특성상 아시아, 동남아 쪽에 사업 비중이 70~80%가량 쏠려 있기 때문에 브렉시트로 인한 타격은 없다”며 “원유보다는 하단에 나오는 납사, 에틸렌 간의 스프레드 영향을 받고 있어 유가하락도 그렇게 큰 영향을 받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사업계는 브렉시트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의 심화 가능성에 경각심을 비추고 있다. EU의 추가 붕괴와 이로 인해 벌어질 글로벌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따라 실적에 악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포스코대우 관계자는 “영국 등 유럽지역의 매출·매입 기여도가 다른곳 대비 낮아서 즉각적인 손익변동성은 미미하다”며 “그러나 장기적으로 국제 경기가 나빠질 경우에 대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벌이고 있는 포스코대우는 유가 하락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브렉시트로 유가가 더 하락하면 이익 규모가 다소 감소할 수 있으나 미얀마 가스가격이 유가와 100% 연동되지 않아 그 영향을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탄·석유 자원 개발 사업을 하는 LG상사도 브렉시트로 인한 국제 경기침체를 우려했다. LG상사 관계자는 “영국과 직접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 거의 없어서 현재 큰 영향은 없지만 글로벌 경기가 침체로 자원가격 상승이 제한되면 영향을 받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직접적인 영향보다 향후 영국과 EU에서의 신약 허가 과정 등이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과 교역 중인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브렉시트로 인한 큰 타격은 없다”며 “다만 허가와 협상 과정을 다시 해야하는 일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유럽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유럽의약품청(EMA)에 허가를 한 번만 받으면 됐다. 하지만 영국이 EU를 탈퇴하면서 영국에서 또 의약품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제약사 관계자는 “그러나 영국과의 교역량이 크지 않아 국제 경제 악화로 인한 타격 외에 당장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추후 상황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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