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貨殖具案(화식구안)] 우간다보다 못한 우리 금융 경쟁력

입력 2015-10-0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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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형 전 현대경제연구원장

세계경제포럼, WEF가 발표한 국가 경쟁력 평가를 보면 가히 충격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 전체 경쟁력은 26위로 전년도와 동일한 반면, 금융시장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는 전년도의 80위에서 7계단이나 더 하락한 87위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우간다 81위, 나이지리아 79위 등 아프리카 국가들 외에도 인도네시아 49위, 베트남 84위 등 아세안 국가들보다 못한 수치여서 많은 충격을 주고 있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WEF의 평가는 기업의 CEO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여서 한계가 있다는 발표를 했다. 물론 설문조사의 한계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문제는 이 조사에서도 2007년 27위, 2009년 58위, 2014년 80위, 올해 87위 등으로 순위가 꾸준히 하락하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바로 거미줄처럼 얽혀 금융산업을 옥죄고 있는 금융규제다. 그러면 이러한 금융규제는, 어찌해서 정부의 거듭된 규제완화 추진에도 불구하고 없어지기는커녕 여전히 건재한 것일까?

그 첫 번째 이유는 바로 관료들의 보신주의다. 규제를 풀었다가 무슨 사고라도 터지면 고스란히 그 책임은 담당자가 지고 옷을 벗을 수밖에 없는 관료문화 때문이다. 그러니 관료들로서는 규제를 풀었다가는 잘못하면 목을 내놓아야 하는 반면 꽁꽁 규제를 만들어서 아예 문제가 발생할 여지 자체를 없애버리면 편안한 직장생활을 이어갈 수 있으니 누가 규제를 없애려 하겠는가? 여기에 더하여, 퇴직 후에는 이러한 거미줄 같은 규제 덕분에 산하기관의 감사직 등으로 옮겨 추가적인 직장생활까지 누리게 되니 더 말할 나위가 없게 되는 것이다.

한번 따져보자. 도로를 건설해 많은 차가 통행의 편리함을 누린다고 가정하자. 특정 구간에 사고가 많이 난다고 해서 아예 그 도로를 폐쇄한다면 말이 되겠는가? 그리고 그 구간에 사고가 많이 난다고 해서 도로 건설의 주요 책임자인 공무원 보고 옷을 벗으라고 한다면 말이 되겠는가? 자동차 사고를 내는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자동차를 운전하는 당사자들이지 도로를 건설하고 신호등 같은 인프라를 건설한 정부의 책임이 아니다.

이제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경우로 다시 돌아와 보자. 많은 경우 금융부문에 사고가 터지면 일단 금융감독원 같은 금융당국을 지목하기 시작한다. 그러고 나면 언론들의 뭇매가 가해진다. 금감원은 수습에 나서고, 이후 금감원 담당 국장이나 부원장 선에서 옷을 벗는 것으로 마무리 수순을 밟는다. 이러한 현실하에서는 아무리 규제완화를 외쳐 봐도 ‘백년하청(百年河淸)’의 메아리 없는 외침에 불과하며, 우리나라 금융산업 경쟁력은 여전히 한심한 수준을 맴돌 뿐이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관료들이 규제를 풀 유인책이 제공돼야 하며, 그와 동시에 규제를 풀어 금융사고가 났을 경우 그에 대한 면책이 동시에 보장돼야 한다. 금융규제가 풀려 그로 인해 거래가 대폭 늘어나고, 은행이나 증권, 보험회사들이 추가로 많은 수익을 올리게 되었다면, 그만큼의 인센티브를 금융당국에 제공하면 어떻겠는가?

만약 인센티브가 몇 십억 원에 달한다면 그 당근책은 분명히 규제를 완화하는 유인을 크게 증가시킬 것이다. 규제가 완화된 금융환경하에서 금융사고가 났다고 가정해 보자. 이럴 경우, 그 금융사고가 금융당국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성질의 것인지 여부를 먼저 차분히 따져봐야 한다. 투자자와 금융기관 간 쌍방과실인 경우가 태반으로, 규제완화 자체에 책임을 물을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만일 규제 완화 자체가 문제 있다고 언론에서 공격하면, 그 규제 완화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봤으며, 금융기관들이 얼마나 많은 수익을 올렸는지를 수치로 제시하고, 이에 반해 약간의 교통사고 때문에 도로 전체를 폐쇄해야 하는지를 반박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로 전체 폐쇄 및 해당 공무원 면직을 계속 주장하는 언론에는 그 책임까지 지도록 하면 어떻겠는가? 여하튼 이대로의 금융산업은 답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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