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기업을 하는가 15] 로봇으로 편리한 세상을 꿈군다

입력 2015-08-2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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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로봇 신경철 대표이사

로봇은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상상 속에서나 혹은 영화나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존재하던 비현실의 물체였다. 또 주로 세계 정복을 꿈꾸는 악당의 전유물, 아니면 그것을 막는 용사로서 그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이미지를 벗어나 인간의 삶에 기여하는 동반자로서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다. 공장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쉽고 간단하게 로봇을 이용하는 첨단의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해외 주요 언론에 게재된 기사를 살펴보면 ‘당신은 홈로봇(Home Robot)을 살 준비가 돼 있는가.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가정용 로봇을 상용화한다’, 2004년 7월 ‘비즈니스 위크’에 실린 기사다. ‘가장 정보화된 나라 중 하나인 한국의 가정에서 로봇이 인간과 상호작용을 하기 시작했다.’ 이는 2006년 4월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내용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국내외 언론 및 TV에 소개됐다.

스마트폰이 현재와 같이 이렇게 많이 보급될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없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갖고 있는 아이템이 됐듯이 로봇도 마찬가지 추세를 보일 것이다. 즉 1가구 1로봇 시대, 나아가 1인 1로봇 시대가 올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로봇 시장은 향후 2~3년간 매년 30% 이상씩 커질 것이며, 유진로봇의 지능형 로봇 매출도 매년 약 30%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자신한다. 5년 뒤에는 청소로봇 위주이던 기존의 로봇 아이템이 교육, 실버케어, 진료보조, 물류, 사회안전 등으로 다양해질 것으로 예측하면서 이에 맞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유학시절 만난 로봇공학

얼마나 재밌던지…“평생 하자”

대기업 연구소서 로봇 개발하다

2년 후 벤처 창업 새로운 도전

클라우드 시스템에 기반한 교육로봇 아이로비는 유진로봇의 대표적인 제품이다. 그 가운데 아이로비큐는 유아교육기관에서 사용하는 로봇으로 교사의 보조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아이로비 홈은 가정용 교육로봇으로서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하며 상호작용 콘텐트가 탑재되어 있어 로봇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이들 모두 디자인이 귀엽고 앙증맞아 아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최첨단 기술과 감성적인 디자인이 매력적이어서 많은 가정에서 소유하길 원하지만 안타깝게도 가격이 고가이다 보니 청소로봇처럼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달리 말하자면 기업 입장에서도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라는 뜻이다.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교육로봇 개발에 투자하는 이유는 전 세계 로봇회사와 경쟁하려면 앞선 기술력을 선보여야 할 뿐더러 아이들을 위한 똑똑한 친구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고령화 시대에 맞춰 실버케어 서비스 로봇에도 주력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기술 상용화 전문기업인 유니서비스와 제휴를 맺고 노인을 지원하는 로봇을 개발했는데, 응급 상황을 인식하고 대처할 수 있으며 몸이 불편한 노인의 일상생활을 도와주기도 한다. 뉴질랜드 실버타운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노인시설에도 보급할 계획이다. 사회복지사의 근무 환경이 열악한 지금 힘들고 어려운 일을 로봇이 담당해 준다면 사회복지사들의 근무 환경도 개선되고 서비스의 질도 훨씬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을 비롯해 원격조정으로 움직이면서 위험 작업에 투입되는 사회안전로봇, 식사를 운반하는 로봇 등도 개발하고 있으니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에 경계는 없는 모양이다. 그만큼 유진로봇의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는 의미다.

지능형 서비스 로봇 시장은 아직은 창출 단계이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상황은 아니다. 다만 로봇청소기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매년 30%대의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북미, 유럽, 아시아 순으로 시장 규모가 크다. 그런데 최근에 중국 로봇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북미와 유럽에선 미국의 ‘아이로봇(IRobot)’이 선도적 지위에 있으나 한국 기업들이 점유율을 조금씩 높여가는 추세다. 아이로봇은 지난 6년간 가정용 로봇을 400만대 이상 판매하면서 라이프케어 로봇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시장은 약 800억원대 규모다. 삼성과 LG가 청소로봇 시장에 진출했고, 마미로봇 등 중소기업이 가세하고 있다. 즉 대내외적으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글을 쓰다 내가 왜 기업을 하는지 생각해 보니, 결국 이야기는 내가 어떻게 기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6년 내가 대학(서울대 기계설계학과)에 들어갔을 때쯤부터 한국에 로봇이 수입되기 시작했다. 로봇은 기계설계뿐 아니라 전기전자, 컴퓨터, 항공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미국 미시간대(기계공학 박사과정)에 유학을 가보니 로봇공학 연구가 한창 뜨고 있어 박사 논문을 로봇에 관해 썼다. 미시간대에서 로봇공학을 접하게 됐는데, 얼마나 재미있던지 평생 동안 로봇 연구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환위기 때 대기업들도 포기

‘로봇산업 1세대’ 책임감으로

30년 가까이 국내시장 선도

‘지능형 서비스 로봇기업’ 꿈

그 당시 우리에게 로봇은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상상의 산물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로봇산업에 도전했던 것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로봇이 장차 인간의 일을 대신해 줄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 귀국과 함께 삼성종합기술원 산하 정밀기기연구소에서 로봇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대기업은 잘 조직된 지원체계와 훌륭한 연구인력이 많았으나, 의사결정이 느리고 기회에 많은 시간이 소비되는 단점이 있었다. 2년 후에 대기업을 떠나 유진로봇을 설립했다.

학창시절 전기·전자·기계 융합 분야인 로봇에 매료됐고 이를 마침내 사업으로 연결시킨 것이다. 대기업을 떠나 벤처로 뛰어드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모험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여러 차례의 고난과 좌절을 겪으면서 뜻을 이루어가고 있는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에 대해서도 확고한 철학을 지니고 있다.

남들이 눈앞의 이익에만 현혹될 때 시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20여년 동안 로봇 개발에 매진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글로벌 가전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로봇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실례로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경쟁하는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지난해 당당히 수출1위 기업으로 선정됐다.

초기 척박한 로봇시장에 뿌리내리기는 힘들었지만 꾸준한 기술 개발로 회사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던 외제 로봇청소기가 판치던 시장에서 합리적 가격으로 로봇청소기의 대중화를 이끌어낸 아이클레보 시리즈가 큰 반전의 계기였다. 외환위기 때 삼성, LG, 대우 등 대기업도 포기한 로봇사업을 계속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30년 가까이 위기도 많이 겪었지만 ‘로봇산업 1세대’라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인생을 살 때도, 기업을 경영할 때도 산이 높을수록 계곡이 깊다는 말의 의미를 기억해야 한다. 지금의 높은 곳으로 올라갈 때에는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25년 전 로봇이 전무하던 나라에서 로봇사업을 시작한 결과, 오늘날 높은 산에 오른 것처럼 말이다. 물론 갈 수 있는 봉우리는 수없이 많다. 유진로봇이 보유한 기술력이 그만큼 다양하고 우수하기 때문이다.

유진로봇의 꿈은 ‘로봇과 함께 따뜻한 세상을 열어가는 세계적인 지능형 서비스 로봇기업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시장 진출 및 입지를 구축하고, R&D 역량 강화를 통한 기술 선점에 오늘도 매진하고 있다. 이 꿈이 이루어지면 10년 이내에 연매출 5000억원도 무난할 것으로 자신한다. 로봇은 어린이들에게 상상을 일깨워주고 어른들에게는 위험을 대신해주며 노인들에게는 동반자가 되어준다. 유진로봇의 로봇들이 모든 인류의 친구가 되는 날 대한민국은 로봇 강국이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삶이 지금보다 훨씬 편리해진다는 뜻이니 유진로봇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앞으로 어떤 로봇이 우리의 친구가 되어줄지 상상하는 것도 즐거운 일일 것이다.

신경철 유진로봇 대표 프로필

1956년 출생

1976년 2월 서울고등학교 졸업

1980년 2월 서울대학교 기계설계 학사

1982년 2월 서울대학교 기계설계 석사

1988년 7월 University of Michigan 기계공학 박사

1990년 5월~현재 ㈜유진로봇 대표이사

2001~2008년 로봇산업 연구조합 이사장

2003~2005년 한국지능로봇산업협회 회장

2008년 5월~현재 한국로봇산업협회 부회장

2015년 2월~현재 제9대 코스닥협회 회장

유진로봇 연혁

● 1988.03 (주)유진로봇 설립

● 1997.02 지능형로봇 기업부설연구소 설립

● 2003.02 국가 우수제조기술연구센터(ATC) 지정

● 2004.06 세계 최초 네트워크 기반 홈서비스 로봇 상용화

● 2005.01 외국산 독점하던 청소로봇 시장 진입, 국산 청소로봇 시장 개척

● 2005.10 로봇피아드 2005 대통령상 수상

● 2006.10 벤처기업 인증

● 2007.10 이노비즈 기업 인증

● 2008.12 수출유망중소기업 선정

● 2010.12 지능형로봇 품질인증(지식경제부)

● 2011.04 필립스와 ODM 공급계약 체결

● 2011.12 청소로봇 세계일류상품 선정(산업자원부)

● 2012.07 KOTRA 월드챔프 육성기업 선정

● 2013.01 중소기업청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참여기업 선정

● 2014.12 신경철 대표 로봇산업 유공자 산업포장 수상

1천만불 수출의 탑 수상(한국무역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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