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貨殖具案(화식구안)] 통일은 과연 '대박(Bonanza)'인가?

입력 2015-08-07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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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형 전 현대경제연구원장

조선시대 500년은 철두철미하게 이북지역을 차별한 사회였다. 태조 이성계는, 자신의 출신인 서북지역 사람들의 기질이 사나워, 자신과 같은 반역자가 또 나올까 염려했다. 그리하여 이들 지역 사람들을 중앙 및 주요 관직에서 배제하라는 유훈을 남겼고, 이 유훈은 조선시대 500년 동안 이어진다. 아래 글은 정조 10년(1786) 평안도 정주(定州) 목사로 부임한 이가환(李家煥·1742~1801)이 이북 정주 출신 사람들이 얼마나 차별을 받고 있는지를 기록한 하나의 작은 예이다.

“…성상께서 즉위하신 지 10년 되는 해에 내가 정주목사로 부임하였다. 고을에 진사시(進士試) 합격자 명단이 있어 살펴보았더니, 1450년부터 지금(1786)까지 나온 합격자가 얼마 되지 않았고, 그중 관직에 제수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였다. 아! 하늘이 그들의 벼슬살이에 제한을 두고자 한 것인가? 그렇다면 무엇하러 재능을 부여하여 이름을 얻게 했겠는가? 국가가 그들의 임용을 막고자 한 것인가? 그런데 법령을 살펴보아도 명시된 조항이 없다. 게다가 성상께서는 인사가 있을 때마다 서북지역 사람들을 거두어 쓰라고 거듭거듭 간곡하게 당부하셨다. 그래서 나는 이를 드러내어 하늘은 사사로움이 없고, 국가도 사사로움이 없으니, 인사를 담당하는 자들은 의당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한다. 또 정주의 진사가 관직에 임명된 몇몇 사례는 100년쯤 전에 있었고, 지금은 그마저도 전혀 없다. 그러므로 또 내가 이를 드러내어 세속의 습속이 갈수록 잘못되어 간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러한 심각한 지역 차별은 조선시대 내내 이북지역을 중심으로 각종 소요사태를 일으키며, 그에 따라 조선 정부는 더욱 이들 출신을 차별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조선시대 이북지역에서 일어난 큰 반란 사건만 해도, 1453년 함길도 도절제사였던 이징옥의 난, 1467년(세조 13년) 함경도의 호족 이시애가 일으킨 이시애의 난, 1624년(인조 2년) 평안병사 이괄이 인조반정의 논공행상에 불만을 품고 일으킨 이괄의 난, 1811년 평안도 출신의 차별에 항거하여 일어난 홍경래의 난 등 조선시대 소요 사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함을 알 수 있다.

현시대의 대표적인 명리학자인 조용헌씨에 의하면 모든 사건은 인과관계가 있으며, 그런 점에서 현재 남북 간의 분단관계를 가져온 원인은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이러한 조선시대의 지나친 차별 정책에서 그 인과관계를 찾아야 한다고 한다.

“조선시대 500년 동안 쌓인 이북 사람들의 한을 풀어준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주님 앞에 양반 상놈 없다’고 선언한 기독교이고, 또 하나는 ‘상놈에게 땅도 똑같이 나누어 준다’를 모토로 한 공산주의였다. 우리가 남북 분단이라는 엄청난 현실을 진정으로 해소하려고 한다면 조선조 500년 동안 진행됐던 이런 인과(因果)의 축적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왜 케케묵은 조선시대 얘기를 끄집어내 남북 통일 얘기를 하려 하는가? 그것은 바로 통일이라는 문제가 단순히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수백 년간의 응어리진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며, ‘통일은 대박’이란 경제적 관점 외의 매우 복잡한 여러 가지 측면을 갖고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결론은 ‘통일’이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며,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불확실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그에 따라 수반되는 ‘통일비용’, 즉 우리가 부담하여야 할 현실적인 비용 또한 추정하기가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통일을 더욱 잘 준비해 나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통일이란 우리가 좋으면 하고, 싫으면 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경우의 시나리오별 대처 계획을 짜서 통일이란 엄청난 사건이 밀어닥쳤을 때, 우왕좌왕하지 않고 미리 마련해 놓은 비상계획(Contingency Plan)대로 대처하는 것, 이것이 정부가 ‘통일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각계의 전문가들로 오랜 시간을 투입해 작업하는 이유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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