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新패러다임] ‘주주행동주의’ 칼 빼든 기관, 오너 독단경영 제동 나서

입력 2015-03-3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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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주주총회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아온 기관투자자들이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사회적인 요구가 힘을 얻으면서 주총장에서 보기 힘들었던 ‘반대’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이다.

이는 지난해 현대차의 한국전력 부지 고가 매입,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등에서 드러난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오너일가 및 경영자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기업 가치 훼손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 때문에 이들을 견제하지 못한 사외이사 재선임안에 반대하기로 하는 등 본격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다만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냈음에도 주총에서 실제 안건이 부결로 이어진 ‘성공’ 사례는 없었다. 향후 이 같은 인식 변화가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주주권행사 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가장 이목이 쏠린 주총은 10조원에 한전부지를 사들인 현대차그룹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삼성동 한전 부지를 공시지가의 3배에 달하는 10조원을 주고 매입,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등 기업가치를 훼손했다는 논란을 빚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차 지분을 각각 7.0%, 8.0%, 6.7% 보유한 국민연금은 현대차 컨소시엄의 한전부지 매입과 관련해 이사들이 경영진에 대한 감시감독 의무를 철저히 하지 못했다고 보고 관련된 이사 7명 가운데 현대모비스와 기아자동차 사외이사 2명의 재선임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이에 국민연금은 지난 13일 열린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도 이우일 사외이사 재선임안에 반대했으나 재선임 안건은 회사 측 원안대로 통과됐으며 20일 열린 기아차 주총에서도 김원준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했으나 원안대로 통과됐다.

다만 이번 의사 결정은 국내 대기업의 상당한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대주주로서의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향후 다른 대기업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 기관투자자에게 의결권 행사 지침을 제시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도 주목받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기관투자가가 배당이나 시세차익에 대한 관심에만 그치지 않고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준칙으로 법적인 강제력은 없지만 준칙을 준수하지 못할 경우 이유를 설명하도록 해 사실상 구속력을 갖는다.

금융당국도 현재 기관투자가들이 기업 의사결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한 투자자로서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정할 방침을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국민연금공단, 자본시장연구원 등 관련기관들과 함께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올 상반기 내에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계획이며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대로 발휘되기 위한 조치로 기관투자가 가운데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투자자를 공개해 일반투자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를 통해 오너일가 및 경영진의 독단적인 경영을 견제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의안분석 기관들도 적극적으로 의사를 피력했다. 대신금융그룹 산하 대신경제연구소는 대다수 기업들의 주주총회에 앞서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삼성정밀화학, 삼성전기, 롯데쇼핑 등 23개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기관투자가들에게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특히 롯데쇼핑이 상정한 배당 및 이사선임 안건과 관련해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11개사의 이사를 겸직하고 있어 이사로서의 의무를 충실하게 다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이에 대한 회사 측 해명도 불충분했다”고 지적했다.

김희진기자heej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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