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TF 결산] 재정 축소ㆍ효율성 내세웠지만 ‘정권 입맛 맞추기’로 종결

입력 2013-09-0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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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산은, 구조조정등 대내 정책에 소매 기능까지.... 기득권 인정되고 선박금융公은 물거품

정책금융기관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난항을 빚었던 정책금융 개편이 결국 먹을 것 없는 요란한 잔치로 막을 내렸다. KDB산업은행(산은)과 정책금융공사(정금공)가 4년 만에 재통합돼 대내 정책금융을 총괄하는 한편 대외 정책금융 부문은 현재 수출입은행(수은)과 무역보험공사(무보) 2원 체제가 유지된다. ‘수요자 입장’에서의 정책금융 개편을 내세웠지만 각 정책금융기관들의 기득권을 그대로 인정해 준 것이다.

뿐만 아니라 4년 전 산은과 정금공 분리 논리와 이번 재통합 논리가 ‘정책금융의 효율성’으로 같은 탓에 정권 입맛에 맞는 졸속 재편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통합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 등 산은과 정금공 재통합을 막는 장애물이 만만치 않아 향후 국회 통과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 산은-정금공 재통합… 4년 전 회귀 =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산은과 정금공 통합 및 수은과 무보 2원 체제 유지를 골자로 하는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을 발표했다.

내년 7월 출범 예정인 통합산은은 기업 구조조정, 회사채 인수, 투자형 정책금융 등 대내 정책금융 업무을 총괄한다. 정금공의 온렌딩과 투자업무는 통합산은 내 독립부서에서 수행하고 해외업무 자산·부채·인력은 수은으로 이관한다.

시장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책금융 연관성이 작은 산은캐피탈, 산은자산운용, KDB생명 등은 매각된다. 다만 KDB인프라운용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의 역할을 고려해, 대우증권은 정책금융 연계성을 감안해 당분간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다. 소매금융 업무는 현 수준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축소하되 지점 확대나 예금 신규유치 등은 중단키로 했다. 산은이 정책금융은 물론 상업금융과 소매금융 등의 기능까지 갖춘 공룡 금융기관으로 재탄생한 셈이다.

대외 정책금융 부문은 수은과 무보의 2원 체제를 유지하면서 핵심 기능을 강화하고 비핵심 업무는 단계적으로 축소하며 신속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금융기관협의회’ 기능이 강화된다.

또 수은의 단기여신 비중 및 무보의 단기보험 비중은 단계적으로 줄이고 무보가 독점하던 단기 수출보험은 민간 금융회사에 개방한다.

정부 공약인 선박금융공사는 통상 마찰 가능성을 고려해 수은·무보·산은 등 기존 정책금융기관의 선박금융 부서를 부산으로 이전, ‘해양금융 종합센터’로 통합키로 했다. 다만 정부는 통상마찰 소지 등을 감안해 가급적 민간재원(50% 이상)으로 구성된 해운보증기금 설립 방안을 오는 2014년 상반기까지 검토할 계획이다.

◇ 통합 장애물 산적… 업계·정치권 반발에 누더기 법안 우려 = 정부의 정책금융 재편 방안을 두고 업계는 물론 정치권 및 관련 지역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선박금융공사 설립 백지화나 산은 민영화 무산 등 민감한 사안이 산적해 있어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럴 경우 각 이해집단들의 요구 사항이 덧붙여진 누더기 법안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정금공은 같은 이유로 4년 만에 산은에 흡수될 처지에 놓였고 부산지역민들은 고대했던 선박금융공사 설립 꿈이 물거품됐다. 반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업무 중복 지적이 여전함에도 기득권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진영욱 정금공 사장은 지난달 29일 “정책금융 개편은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는 쪽이어야 하는데 반대 방향으로 진행됐다”며 “또 통합산은이 맡는 대기업 구조조정은 정책금융이 아닌 전형적 상업금융”이라고 지적했다.

진 사장이 언급한 재정적 부담이란 산은 통합 시 산은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금공은 현재 90%가 넘는 산은지주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통합 시 자본금 변동은 없지만 자산과 부채가 크게 늘어나게 된다. 정금공의 무수익 자산 15조4000억원이 이전돼 연간 4600억 정도의 이자 손실액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산은의 민영화 중단으로 인한 ‘민영화 추진 비용 매몰’도 문제다. 산은과 정금공에 따르면 산은 민영화 추진으로 두 기관이 지출한 경비는 최소 2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적 문제도 산은과 정금공 통합의 발목을 잡는 사안이다. 당초 민영화를 추진하려던 산은이 다시 정책금융기관으로 복귀하는 것이 한미 FTA ‘역진방지 조항’에 위배된다는 것. 금융위는 이와 관련 한미 FTA상 포괄적 특례가 인정돼 통상마찰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이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인력 감축의 공포는 여전하다. 산은에서 분리된 직후인 지난 2009년 100여명이었던 정금공 직원은 지난해 말 기준 400여명으로 급증했다. 다이렉트 예금 등 소매금융 확대 과정에서 채용한 고졸 행원들의 거취도 불안하게 됐다. 산은의 고졸 채용은 민영화를 염두에 둔 점포 확장과 다이렉트 예금 확대에 기반했기 때문이다. 산은은 지난 2011년 90명, 지난해 120명의 고졸 행원을 채용했고 2011년 입사한 고졸 계약직원들을 올해 초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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