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 고배당 봉쇄 왜?

입력 2012-01-0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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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은행과 금융지주사의 배당 차단이라는 정책카드를 꺼낸 것은 금융권의 탐욕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은행들이 최근 배당과 성과급 잔치를 벌이려 했던 점도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금융권 안팎에선 은행업을 할 수 있는 독과점적 지위를 보장했더니 예대마진(대출이자-예금이자)을 늘리는 데만 혈안이 되고, 이렇게 거둔 이익을 주주들이 곶감 빼먹듯 가져가는 관행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올해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국제 금융경색 악화, 국내 부동산가격 하락 등으로 인한 가계대출 부실 확대, 내수 경기 부진으로 말미암은 중소기업 대출 부실 가속화 등이 예상되는 점도 금감원이 고강도 압박 카드를 꺼낸 배경이다.

이런 국내외 위험 상황에서 은행들이 `배당잔치'를 자제함으로써 충격 흡수력을 스스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금융권 탐욕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은행의 고배당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라며 “세계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고 금융권 부실이 불어날 것에 대비해 은행들의 손실흡수력을 자체 강화토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순익 냈으나…"= 금융권에 따르면 18개 국내 은행들 작년 순익은 모두 16조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KB·신한·하나 등 4대 금융지주사는 10조원 가까운 이익을 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익을 많이 낸 은행들은 너도나도 주주 배당을 늘리겠다고 나섰다. 외환은행을 제외한 모든 시중은행은 지주사 체제여서 지주사로 돈을 옮겨 일반 주주에게 배당한다.

통 큰 배당도 예상된다. 한 금융그룹 회장은 "최대한 많은 배당을 하겠다"고 했다가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지키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다른 금융그룹들도 당국 눈치를 보며 배당을 얼마나 늘려야 할지 고심 중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 안팎에선 무책임하고 분별없는 행동이라는 시각이 크다. 국내 은행들은 가계와 중소기업들에 허리가 휘도록 이자를 물려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이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특히 은행들이 꼭 경영을 잘해서 이익을 많이 냈다고만 볼 수 없다는 게 금감원의 시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은행의 영업모델은 비교적 단순하다"며 "서류(영업인가서) 한 장 들고 싼 금리로 국민의 돈을 맡아 비싼 금리로 빌려주고 차익을 따먹는 구조"라고 평가절하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까닭에 은행들이 이익을 내는 족족 주주에게 나눠주는 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고배당이 결과적으로 국부 유출을 가져온다는 비판도 고려됐는 분석이다. 4대 은행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하나(63.22%), KB(62.74%), 신한(61.00%), 우리(20.96%) 등이다.

◇금감원 이중 차단장치 마련…주주 반발 우려= 따라서 우선 금감원은 은행에서 지주사로 돈이 흘러가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자체 영업을 하지 않는 지주사가 은행에서 돈을 가져오지 못하면 주주에게 배당할 재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은행들에 `자본적정성 5개년 운영계획'을 만들어 내도록 했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목표치를 맞추려면 지금부터라도 지주사에 대한 배당을 자제해야 한다는 논리로 압박할 방침이다.

다만, 저축은행 인수 자금을 대거나 다른 계열사의 자본을 확충하는 등 배당이 아닌 용도로 돈의 사용처를 증명할 수 있다면 예외다. 지주사의 운영 경비를 확보하고 지주사 자체 BIS비율을 맞추는 목적도 허용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지주사의 배당이 과거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배당 상한선’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인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배당성향이 직전연도 또는 직년 2년 평균치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배당금액도 이를 넘지 못하게 하는 방안 등이 주내용이다. 이 경우 지주사가 자체 유보금을 사용해 배당하는 방법을 막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주주들이 반발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금감원의 배당 차단 정책은 주주들의 이익을 감소시키는 것인만큼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또 배당의 유인이 줄어들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금감원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익을 많이 냈다고 해서 고배당에 나설 처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배당 제한은 오히려 은행의 자본을 튼튼하게 해 내재가치가 높아지고 장기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지주사는 대내외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고배당을 하겠다는 근시안적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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