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전 1위 월풀, 삼성전자를 배운다

입력 2010-06-15 11:25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월풀 디자인팀 첫 공식 삼성전자 견학... 경쟁자에게 배우 생존전략

푸른 눈의 외국인들이 3D TV 전용 안경을 쓰고 삼성전자 3D TV에 둘러 서 있다. 주의 깊게 지켜보는 눈초리가 사뭇 진지하다. 손짓을 해가며 제품에 대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놀랍다. TV의 화질이 리얼하다. 기술력이 좋은 듯 하다. 또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TV의 두께가 굉장히 얇은 것도 놀랍다. 삼성은 우수한 디자인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세계 최대의 가전업체인 월풀(Whirlpool)의 디자인팀 직원이다. 지난 14일 처음으로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을 공식 견학했다. 세계시장에서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 분야에서 맞붙고 있는 경쟁자에게 배우러 온 것이다.

월풀 디자인팀 직원들은 삼성전자의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홍보관인 딜라이트와 사옥 내부 등을 둘러봤다.딜라이트의 황혜리 메이트는“사업 거래처들이 외국기업을 초청해서 데리고 오는 경우도 많으나 이번에는 미국에서 먼저 견학하겠다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월풀이 배움에 적극적인 데는 속사정이 있다. 가전업계에서 세계 1위 지위를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5년 이내에 1위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제일 매서운 추격자는 가전 부문 세계 3위인 LG전자다.

LG전자 가전부문은 지난해 상반기에 영업이익 3억6000만달러(매출 56억700만)를 기록해 3억달러(매출 77억3800만)를 얻은 월풀을 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다. 또 올 1분기에도 LG전자 가전 부문은 영업이익률 8.7%(매출 21억1500만,영업이익 1억8400만 달러)를 기록해 5.64% (매출 42억7200만, 영업이익 2억4100만달러)에 머문 월풀을 크게 제쳤다.

세탁기 등의 제품은 미국시장에서 이미 월풀 제품을 제치기도 했다.월풀로서는 조바심이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 시장에서 LG전자의 최대 맞수인 삼성전자를 배우러 온 이유다. 적의 적에게서 배우는 생존전략이다.

삼성전자 가전부문은 세계 선두 업체에 비해서는 뒤쳐져 있으나 TV, 휴대폰 등에서는 단연 LG전자에 앞서 있다. 와인잔을 형상화한 디자인의 보르도 TV를 세계 최고 히트 상품으로 만들기도 했다. 보르도 TV는 800만대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진다. 경쟁사인 만큼 배울 점 역시 많다는 얘기다.

월풀은 1911년 미국 미시간주에서 설립됐다. 세탁기 제조로 시작해 2차 세계대전에는 항공기 부품과 군사 장비 제작을 발판으로 성장했다. 이후 1990년대 사업 영역을 세계로 확장하면서 최대 가전업체로 등극했다. 하지만 치열한 글로벌 경쟁 밑에서 지금은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딜라이트 봉주휘 매니저는“최근 베트남, 중국, 인도 등 신흥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 기업에서도 삼성전자를 견학하러 많이 온다”며“하루에 적게는 10팀에서 많게는 20팀 정도 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생존경쟁이 치열할수록 기업 간 배우기 경쟁도 치열하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아이돌 레시피와 초대형 상품…편의점 음식의 한계 어디까지?[Z탐사대]
  • 제니와 바이럴의 '황제'가 만났다…배스 타올만 두른 전말은? [솔드아웃]
  • 송다은 "승리 부탁으로 한 달 일하고 그만뒀는데…'버닝썬 여배우' 꼬리표 그만"
  • ’돌아온 외인’에 코스피도 간다…반도체·자동차 연이어 신고가 행진
  • ‘빚내서 집산다’ 영끌족 부활 조짐…5대 은행 보름 만에 가계대출 2조↑
  • “동해 석유=MB 자원외교?”...野, 의심의 눈초리
  • 미끄러진 비트코인, 금리 인하 축소 실망감에 6만6000달러로 하락 [Bit코인]
  • 명승부 열전 '엘롯라시코'…롯데, 윌커슨 앞세워 5연속 위닝시리즈 도전 [프로야구 16일 경기 일정]
  • 오늘의 상승종목

  • 06.1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3,813,000
    • +0.24%
    • 이더리움
    • 5,041,000
    • +0.78%
    • 비트코인 캐시
    • 610,500
    • +1.24%
    • 리플
    • 691
    • +1.77%
    • 솔라나
    • 204,500
    • +0.49%
    • 에이다
    • 584
    • +0.17%
    • 이오스
    • 936
    • +0.54%
    • 트론
    • 164
    • -0.61%
    • 스텔라루멘
    • 139
    • +0.72%
    • 비트코인에스브이
    • 69,900
    • -1.06%
    • 체인링크
    • 21,010
    • -1.36%
    • 샌드박스
    • 545
    • +0.7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