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뱃길 35% 줄었지만 연료비는 제자리…상용화 조건은

입력 2026-10-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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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연료에 비용 절감 효과 제한…전체 손익은 정산 후 확인
선사 “빠른 운송에 프리미엄”…정시성·왕복 화물 확보 관건

▲22일 해양수산부 부산청사에서 북극항로 관련 관계자들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지정 팬스타트리 부장(1등 항해사), 오행록 북극항로추진본부 부본부장, 김정달 팬스타라인닷컴 이사, 권영태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교수. (사진제공=해양수산부)
▲22일 해양수산부 부산청사에서 북극항로 관련 관계자들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지정 팬스타트리 부장(1등 항해사), 오행록 북극항로추진본부 부본부장, 김정달 팬스타라인닷컴 이사, 권영태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교수. (사진제공=해양수산부)
북극항로 시범운항으로 기존 항로보다 뱃길을 약 35%, 운항기간을 약 10일 줄일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연료비 절감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선사 측 평가가 나왔다. 운항거리가 짧아져도 비싼 연료를 사용하면서 비용 감소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설명이다. 북극항로 상용화를 위해서는 거리 단축을 넘어 안정적인 운항 일정과 왕복 화물을 확보하고, 빠른 운송에 추가 운임을 지불할 수요를 발굴해야 한다는 과제가 드러났다.

22일 해양수산부가 마련한 북극항로 시범운항 간담회에서 팬스타 측은 이번 운항의 연료비에 대해 “절감은 별로 차이가 없었다고 보인다”며 “단가가 더 비싸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료 소비량은 거리 단축에 따라 줄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비용 절감 규모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번 시범운항에 투입된 팬스타 아크로호는 2758TEU급 컨테이너선이다. 8월 22일 부산을 출항해 영국 펠릭스토우와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그단스크를 거쳐 10월 11일 부산으로 돌아왔다. 전체 일정은 49일 10시간으로, 부산에서 영국까지 20.2일, 폴란드에서 부산까지 21.9일이 걸렸다.

비용 절감 효과를 제한한 요인은 연료였다. 팬스타 측은 이번 운항을 위해 기존 중질유를 빼고 선박용 경유인 마린가스오일을 채웠다고 설명했다. 구매 단가도 톤당 평균 1300달러 이상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운항거리가 줄어도 연료 종류와 구매가격에 따라 연료비는 기대만큼 감소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전체 운항의 흑자·적자 여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팬스타 측은 유럽에서 발생한 비용 중 정산 자료가 도착하지 않은 항목이 있어 취합 중이라고 밝혔다. 해수부는 11월께 경제성 분석 결과를 별도로 설명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선사가 제시한 사업 방향은 저렴한 운임보다 빠른 운송에 무게가 실렸다. 팬스타 측은 북극항로를 단순한 수에즈항로 대체재로 보지 않는다며, 운송시간을 줄인 별도 서비스로 운임을 높게 책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주가 운송 중 묶이는 재고와 재고 관리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추가 운임을 낼 유인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시범운항에서는 빠른 운송에 따른 할증 운임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으로 운항 일정을 미리 확정하고 화물을 충분히 확보하면 연간 한두 차례 운항으로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선사 측 전망이다. 매주 운항하는 방식에 앞서 특정 계절에 정해진 일정으로 운항하는 사업 모델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왕복 물량 확보가 먼저다. 이번 유럽행 수출화물은 737TEU로 선박의 명목 적재능력 대비 약 27%였다. 한국으로 돌아올 때 실은 1743TEU는 수출 이후 빈 컨테이너를 재배치하기 위한 운송이었다.

팬스타 측은 국내 영업 기간이 한 달도 채 되지 않았고, 유럽에서도 대리점·터미널 계약 확정이 늦어 화물을 모집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유럽항로 영업망과 현지에서 화주에게 공급할 컨테이너가 부족했던 점도 귀항편 화물 확보를 어렵게 했다. 운항 일정을 수개월 전에 확정해 화주의 생산·운송 계획에 반영시키고 현지 영업망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예정한 날짜에 도착하는 정시성과 안전성도 과제다. 이번 운항에서는 유빙을 피해 항로를 바꾸거나 속도를 낮춰야 했다. 1등 항해사로 승선한 박지정 팬스타 부장은 8월 말 북극해에서 유빙을 만났을 당시 “항해를 더 이상 지속하지 못할 것 같다는 걱정도 있었다”며 되돌아가는 방안까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선원들은 시야가 확보될 때까지 기다린 뒤 저속으로 항해를 이어갔다.

고위도 해역에서는 일부 통신과 위치정보 수신이 일시적으로 끊겼고, 저온 환경에 따른 기관 계통의 이상 징후에도 대응해야 했다. 박 부장은 후속 운항의 보완 과제로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선원들의 실무 대응 역량을 강조했다.

화물 확보와 안전한 운항 시기 사이의 조율도 필요했다. 팬스타 내부에서는 월말 수출 물량을 더 싣기 위해 출항을 늦추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돌아올 때 북극해가 얼기 시작할 위험을 고려해 8월 22일 출항을 택했다. 많은 화물을 싣는 것만큼 안전하게 왕복할 수 있는 기간을 맞추는 것이 중요했던 셈이다.

해수부는 이번 운항 데이터를 분석해 업계·유관기관과 공유하고 후속 시범운항의 선박 종류와 경로, 화물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내빙선박 도입 선사 지원과 쇄빙 컨테이너선 기술개발도 추진한다. 짧아진 뱃길을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연결하려면 연료비와 운임 수입, 화물 확보, 운항 안정성을 함께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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