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 30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둔화에도 장기금리 상승과 분기 말 리밸런싱 영향으로 혼조세를 보였다. 다우지수는 0.9%, S&P500지수는 0.3%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는 0.2% 올랐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보합권에 머물렀다.
8월 헤드라인 PCE는 전년 동월 대비 3.4% 올라 시장 전망치 3.7%를 밑돌았다. 물가 안도감에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인상 가능성은 기존 51%에서 37%로 낮아졌다. 동결 확률은 49%에서 63%로 높아졌다.
다만 장기금리는 오히려 올랐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5.3%대까지 상승했다. 물가 둔화에도 AI 투자 사이클을 중심으로 한 경기와 기업 성장 기대, 유가 상승, 기간 프리미엄 등 다른 금리 상승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은 당분간 높은 금리 수준을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금리 자체보다 이를 버틸 수 있는 기업 이익 체력이다.
이런 점에서 장 마감 후 발표된 마이크론 실적은 안도 요인으로 평가된다. 마이크론의 2026회계연도 3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EPS)은 시장 전망을 웃돌았다. 매출총이익률도 87.0%로 컨센서스 86.0%를 상회했다.
다음 분기 매출총이익률 가이던스는 86.25%로 시장 예상치 86.4%를 소폭 밑돌았다. 이 영향으로 시간외 주가는 약보합권을 보였다. 다만 회사는 인센티브 등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수치라며 2027회계연도 2분기 이후에는 다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수급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이었다. 마이크론은 2026년보다 2027~2028년에 메모리 공급 부족이 더 심화될 것으로 봤다. 고객사들이 2031년까지 물량 확보를 요청하고 있다는 점도 공개했다.
장기공급계약도 늘고 있다. 관련 계약은 지난 분기 16건에서 26건으로 증가했다. 향후 전체 매출의 약 50%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제시됐다.
국내 반도체주에는 긍정적인 신호다. 메모리 공급 부족 전망과 장기계약 확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협상력과 이익 가시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일 발표되는 한국의 9월 반도체 수출 실적도 상승 탄력을 좌우할 변수다.
전일 국내 증시는 미국 반도체주 반등과 장기금리 급등세 진정에 힘입어 장 초반 1%대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8월 PCE 경계심리와 분기 말 글로벌 펀드 리밸런싱 매물이 나오면서 상승폭을 반납했다. 코스피는 0.5% 하락했고 코스닥은 0.7% 상승했다.
이날 증시는 분기 말 리밸런싱 종료가 수급 부담을 덜어줄 전망이다. 여기에 마이크론 어닝 서프라이즈와 9월 한국 수출 기대가 반도체 투자심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
9월 코스피는 0.3% 상승하는 데 그치며 사실상 박스권 흐름을 보였다. 다만 미국 장기금리 급등과 AI 속도조절론, 분기 말 리밸런싱이 겹친 상황에서도 직전 저점을 깨지 않았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증시 하방 경직성이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평가다.
10월에도 변동성은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고용지표, 미·이란 협상 과정, 10월 FOMC 등 굵직한 이벤트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금리 장기화는 이미 시장의 기본 시나리오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금리 수준보다 상승 속도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달부터 시작되는 3분기 실적시즌도 증시를 지지할 재료다. 반도체와 하이퍼스케일러의 실적을 통해 AI 투자와 메모리 수요의 지속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금리 부담에도 증시 추세가 훼손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이익 가시성이 재확인될 경우 코스피는 저점을 높이면서 7000선 중후반을 향하는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