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부족·규제 부작용 상승 압력
“3기 신도시 등 실행력 높여야”

서울 아파트값이 83주 연속 오르며 문재인 정부 당시 최장 상승 기록에 바짝 다가섰다.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수요 규제가 매매·임대차 시장의 매물을 줄이는 부작용이 더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공급 여건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운 만큼 서울 아파트값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은 지난해 2월 첫째 주부터 이달 첫째 주까지 83주 연속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역대 최장 상승 기간인 85주와 불과 2주 차이다.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8월부터 0.2%대를 유지하고 있다. 강남과 서초 등 핵심지는 약세를 보이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외곽이 가파르게 오르는 모습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의 장기간 오름세는 공급 부족과 규제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궁극적으로는 공급 부족과 유동성"이라며 "집값 불안이 큰 가운데 당장 임대차 시장에서 가격이 오르고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수요 억제책을 단기간에 적용하다 보니 일부 부작용과 불만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공급은 부족한데 수요는 많으니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분양 물량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시장에서도 평상시 거래 가능한 매물이 충분히 나와야 하는데 토지거래허가제로 2년간 실거주 의무가 생기면서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확연히 줄었다"고 설명했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여전한 믿음도 원인으로 꼽힌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집을 한 채만 소유해야 한다면 서울에 한 채를 보유하는 것이 낫고, 그것도 가능한 한 빨리 사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며 "이런 심리가 강하기 때문에 서울의 주택 공급을 아무리 늘려도 가격을 끌어내리는 압력은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짚었다. 임 교수는 "대출과 세제 정책을 제시했다가 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나오면 다시 물러서는 모습도 있었다"며 "최근에는 실거주 여부를 세제와 연계하는 정책이 나오면서 다주택자뿐 아니라 1가구 1주택자도 불안감을 느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규제 등 정책이 집값 상승의 직접적 배경은 아니란 시각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 규제와 세제 개편 등이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집값 상승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서울 집값 상승세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전부터 이어져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 정부는 출범 이후 공동주택 공급 확대 등 비교적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해왔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의 오름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 대표는 "세제 개편안이 일부 완화되거나 대출 규제가 완화된다면 집값이 보합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공급 부족과 수요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함 랩장도 "경기와 인천은 내년에 입주 물량이 다소 늘지만, 서울은 입주 물량이 줄어든다"며 "내년에도 서울 집값이 크게 안정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조치는 정부가 발표한 공급 물량의 실제 착공과 입주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 연구위원은 "서울에 집을 지을 땅이 없다는 이유로 용산이나 그린벨트 등을 계속 이슈화하기보다 서울 내 정비사업과 3기 신도시 등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책 보완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이 연구위원은 "다주택자를 무조건 투기 수요로 보기보다는 임대주택 공급 등 시장에서의 역할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다주택자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임 교수도 "민간임대주택사업자 관련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이 예측할 수 있는 일관된 정책이다. 정책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실수요자와 임차인의 부담을 낮추는 보완책에 무게를 뒀다. 그는 "무주택 실수요자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대출을 조금 더 허용하는 등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며 "월세 세액공제 또는 소득공제를 확대해 월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