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임차 상인 62% 동의”…보상·생계대책 요구
법원 임시관리인 선임…17일 총회서 상가 관리방안 논의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고 재건축 후속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상가 임차인들이 권리금과 생계 대책 등을 요구하며 집단 대응에 나섰다. 상가 소유주들도 재건축에 대비한 관리체계 정비에 나서면서 이주·보상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10일 찾은 은마종합상가 곳곳에는 '회원님 모두 단결', '단결 투쟁'이라고 적힌 은마종합상가 비상대책위원회 명의의 벽보가 붙어 있었다. 벽보에는 "회원님들 각 호마다 재건축 상가 명도 이주비 보상금 한 푼 없이 나가라 한다", "정당한 보상 없이 쫓겨날 수 없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비대위는 전통시장 관련 법령 등에 따른 세입자 보상과 입점 상인 보호 대책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영업 중인 점포가 문을 닫으면 생계가 끊기는 만큼 별도의 생계 대책을 마련하고, 10년 전 상가 권리금을 기준으로 한 보상과 점포 내 재고 물품에 대한 보상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관계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시위에도 나설 계획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본지와 만나 "상가 전체 점포가 560여 곳이고, 소유자가 직접 운영하는 곳 등을 제외한 순수 임차인 점포는 450여 곳"이라며 "이곳은 짧게는 3년, 길게는 30년 동안 장사해 온 상인들의 삶의 터전"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5월 출범한 뒤 임차 상인들을 상대로 동의서를 받았다. 비대위 측은 전체 회원의 약 62%가 비대위 구성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집단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재건축에 따른 이주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비대위에 따르면 임차인들의 임대차계약서에는 재건축 시 권리금이나 보상금을 요구하지 않고 점포를 비운다는 취지의 특약이 담겼다. 비대위는 이 같은 특약에도 장기간 영업한 상인들에 대한 별도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임대차계약서에 재건축할 경우 권리금이나 보상금을 요구하지 않고 즉시 명도한다는 특약을 썼다"며 "하지만 이곳은 상인들의 삶의 터전인 만큼 아무런 대책 없이 나가라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근 남서울상가에서도 임차인들이 보상받은 사례가 있어 은마상가도 제대로 된 협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상 문제에는 상가 내부의 대표성 갈등도 얽혀 있다. 기존 은마종합상가 번영회와 새로 만들어진 비대위가 각각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위는 기존 번영회가 임차 상인의 이주·보상 문제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직 임원만 번영회 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한 관리규약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반면 상가 소유주들은 재건축 후속 절차에 대비해 소유주 중심의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가가 오랫동안 임차인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소유주들이 일부 공용공간에 출입하거나 시설을 직접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소유주들은 법원에 임시관리인 선임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은마종합상가 임시관리인으로 강동우 변호사를 선임했다. 임시관리인은 오는 17일 관리단 총회를 열어 향후 상가 관리·운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강남구는 은마종합상가협의회와 재건축 관련 협의가 진행됐으며, 비대위는 최근 별도로 만들어진 단체로 파악하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기존 상가 단체와는 재건축 관련 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새로 생긴 비대위는 이주 지원금 등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 구성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상가가 포함된 재건축 사업에서는 이주와 보상을 둘러싼 갈등이 종종 발생한다"고 했다.
다만 현행 법리상 재건축사업의 상가 임차인이 재개발사업과 같은 방식으로 영업손실 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다. 대법원은 2014년 7월 24일 주택재건축사업에는 재개발사업 등에 적용되는 손실보상 규정을 적용하거나 유추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도 2020년 4월 23일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별도의 영업손실 보상 없이 재건축사업구역 내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중지하도록 한 도시정비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했다. 다만 임대차보증금 반환이나 조합·소유주와의 별도 합의에 따른 보상은 별개의 문제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미국 IAU 교수)은 "재개발과 재건축은 공익적 목적과 사업 방식이 달라 임차인 보상도 똑같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조합이 별도의 보상금을 지급하면 사업비가 늘어나는 데다 조합원들이 문제를 제기할 경우 조합 집행부에 법적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동의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마아파트는 7월 2일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다. 기존 최고 14층, 4424가구를 최고 49층, 29개 동, 5850가구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내년 관리처분계획인가와 이주·철거 절차를 거쳐 2028년 착공하는 것이 목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