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DC 0원' 굴욕…키움증권 26년 묵은 '수수료 제로' 전략, 퇴직연금선 '먹통' [질주하는 키움, 커지는 리스크 ③]

입력 2026-09-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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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적립금 649억원 전액 IRP 그쳐
'법인 비대면 유치' 장담 무색한 성적표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진제공=키움증권)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진제공=키움증권)

국내 자기자본 7위 대형사인 키움증권이 야심 차게 뛰어든 500조원 퇴직연금 시장에서 초라한 첫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1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키움증권 퇴직연금 적립금 분석 결과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적립금은 전무(0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적립금은 개인형퇴직연금(IRP) 649억원이 전부였다.

올해 6월 1일 첫 서비스를 개시해 2분기 실적에는 사실상 한 달 남짓한 기간만 반영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는 평가다. 과거 2000년 5월 출범 당시 불과 석 달 만인 7월 말 주식시장 전체 거래량의 7.29%를 쓸어 담으며 40여개 증권사를 제치고 점유율 1위로 직행했던 '키움 돌풍'의 기세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키움증권 관계자는 "사업자 신고 등 물리적 시간이 필요해 6월말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키움증권은 이번에도 과거의 성공 방식을 답습했다. 5월 말 열린 퇴직연금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키움증권은 초년도 DB·DC 수수료 전면 면제, IRP 수익률 미달 시 수수료 면제 등 파격적인 수수료 카드를 내세웠다. DB 수수료 역시 향후 '전업권 최저 수준'을 약속했다.

새로운 비즈니스에 진입할 때마다 '수수료 덤핑'을 무기로 삼는 것은 키움증권의 오랜 레퍼토리다. 2000년 키움닷컴증권 출범 당시 최저 수수료 0.025%와 무료화 이벤트로 개미 투자자들을 흡수했고, 2004년 모바일 주식거래, 2009년 야간 선물옵션 시장 진출 때도 어김없이 '수수료 제로'를 들고나왔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등 선발 대형사들이 이미 비대면 IRP 관리 수수료 무료화를 보편화한 상황에서 키움의 '수수료 깎아주기'는 차별화된 혁신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간담회 당시 경영진이 쏟아낸 호언장담도 2분기 실적 앞에서 무색해졌다. 당시 표영대 연금플랫폼본부장은 오프라인 지점 부재에 대한 우려에 "지점 없는 건 다른 증권업도 마찬가지며, 지점 없이도 비즈니스를 잘해왔다"면서 "기존 오프라인 대면 중심의 법인 영업 프로세스를 비대면 온라인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심지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영웅문에서 가입자가 본인 회사의 DB·DC 사업자로 키움을 지정해달라고 사측에 요청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DB·DC 적립금 0원'이라는 냉혹한 현실이 펼쳐졌다. 특히 퇴직연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DB형은 노사 간 이해관계 조율과 대면 컨설팅 등 오프라인 영업망이 필수적인 영역이다. 지점이 없는 데다 운용 성과도 검증되지 않은 후발주자 키움증권으로 기업들이 자금을 옮길 유인은 아직까지 희박해 보인다. 그간 타 증권사들이 전국 지점에 전문 인력을 배치해 밀착 관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막대한 투자를 통해 비대면 시스템까지 고도화하며 수성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키움증권은 간담회에서 관계자는 "초기 연금 시장은 키움의 성격과 맞지 않았고, 머니무브가 일어나는 지금이 진입 적기"라며 "10년 안에 점유율 10%, 5위권 진입을 이루겠다"고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2005년 퇴직연금제도가 도입 후 20여년간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에만 안주해왔던 대가는 뼈아팠다. IRP 649억원만으로는 수십조원대 적립금을 굴리는 선발 대형사들의 아성을 흔들기엔 갈 길이 너무 멀기 때문이다.

한편 키움증권은 사업 개시 직후인 6월 11일 임직원 약 1700명 규모 코스닥 상장사 HK이노엔을 '1호 법인 고객'으로 유치했다고 대대적으로 알렸다. 하지만 1호 발표 이후 현재까지 추가로 확보된 법인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법인 사업자의 경우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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