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S투자증권은 8일 이른바 ‘베어허그(Bear Hug) 법안’이 발의되면서 상장사가 인수·합병(M&A) 제안을 받은 사실과 검토 계획을 일반주주에게 공시해야 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인수 제안을 거절하는 이사회에도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질 수 있어 저주가순자산비율(PBR) 기업의 리레이팅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이날 DS투자증권 ‘거버넌스-베어허그 시리즈 1’ 보고서에 따르면 오기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인수 제안을 받은 기업의 공시 의무와 공개매수에 대한 이사회 의견 표명을 핵심으로 한다. 공개매수에 대한 의견을 내지 않을 경우 1억원 이하의 과태료도 부과하도록 했다.
현행법에서는 공개매수에 대해 이사회가 의견을 표명할 수 있지만 개정안은 주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개매수의 경우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판단 절차를 거쳐 반드시 의견을 내도록 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시행된다.
DS투자증권은 그동안 기업이 M&A 제안을 받아도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음’이라는 입장을 반복하며 구체적인 제안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제안 가격과 거래 구조가 일부 관계자에게만 알려질 경우 내부자 거래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이사회는 인수 제안이 전체 주주 이익의 관점에서 공평한지 판단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인수자가 대주주 지분만 프리미엄을 얹어 인수하려 할 경우 이사회가 이를 반대하거나 실사 거부 등 실제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일반주주가 인수 가격과 거래 구조를 모두 알게 되는 상황에서는 인수자 입장에서도 대주주 지분만 사들이기보다 전체 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제안하는 방식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없더라도 유사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인수 제안을 거절하는 이사회에는 추가적인 부담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DS투자증권은 사실상 가장 명확한 거절 사유는 제안 가격이 기업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했다는 판단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사회가 이런 이유로 제안을 거절한다면 이후 더 강화된 주주환원이나 경영진 교체, 자산 매각, 비핵심 사업 정리 등 스스로 산정한 적정 기업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조치를 내놓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일본 세븐앤아이홀딩스 사례도 제시했다. 회사는 캐나다 쿠시타르의 인수 제안을 기업가치 과소평가를 이유로 거절한 뒤 최고경영자(CEO) 교체와 슈퍼마켓 사업 매각, 2조엔 규모 자사주 매입 등을 추진했다.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봤다. 대주주가 매각을 원하지 않으면 강제로 지분을 팔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사회가 특정 인수 가격을 적정하다고 공시한 이후 대주주가 그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개매수나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PBR 기업에서는 인수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인수 제안 자체가 리레이팅 촉매가 될 수 있다”며 “대주주는 매각을 거부할 수 있어도 저평가 상태를 방치하거나 낮은 가격으로 일반주주를 정리하는 우회로는 상당 부분 차단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