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600억 공제해준다더니…‘사후관리’ 족쇄에 묶여 그림의 떡[CEO 고령화와 '승계절벽' 현주소]

입력 2026-09-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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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5년 사후관리도 부담…개편안은 10년으로 연장
공제 1000억 확대하지만 최소 경영기간 10→30년 강화

▲가업상속공제 어떻게 달라지나 (이투데이 그래픽팀=손미경 기자)
▲가업상속공제 어떻게 달라지나 (이투데이 그래픽팀=손미경 기자)

#46년 업력의 A사는 ‘동물약품 제조·도소매업’을 영위한 기업이다. 이 회사 대표는 동물약품 수입이 증가해 주업종을 제조업에서 도소매업으로 바꿨다. 이로 인해 가업 계속 경영기간을 7년만 인정받아, 자녀에게 물려줄 때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결국 이용하지 못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부친 사망으로 B·C·D사 주식 11만7408주를 상속받은 상속인 김모 씨는 가업상속공제 137억원을 적용받았다. 그런데 이후 고용유지 요건을 지키기 어렵게 되자 공제를 포기하고 원래 상속세를 납부하기로 했다. 공제 혜택을 받은 뒤에도 고용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하는 부담이 실제 승계기업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40년 이상 업력의 중견기업 A사 대표는 경비·청소 등 인력도급 관련 사업 을 해왔지만 주업종으로 등록된 ‘소독, 구충 및 방제서비스업’이 가업상속공 제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아 자녀에게 물려줄 상속세 고민이 크다. 반면 ‘건물 및 산업설비 청소업’ 등 실질적으로 A사와 유사한 B사의 대표는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해당돼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가업을 물려줄 때 상속재산에서 최대 600억원을 빼주는 가업상속공제가 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에 달하는 상황에서 세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지만 공제를 받은 뒤 5년간 자산과 고용, 지분 등 사후관리 요건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향후 사업 재편이나 투자 등 경영 판단이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도 활용의 걸림돌로 꼽힌다.

7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가업상속공제는 중소·중견기업의 원활한 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대표적인 세제다. 현행 제도에서는 피상속인이 가업을 10년 이상 경영하면 경영 기간에 따라 300억원, 400억원,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재산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을 매각하거나 폐업하는 일을 줄이고 경영권과 고용, 기술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도록 지원하는 취지다.

문제는 공제를 받은 이후다. 상속인은 5년 동안 가업에 계속 종사하면서 지분과 고용 등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한다. 가업용 자산을 일정 수준 이상 처분하거나 휴·폐업하는 경우, 주된 업종을 바꾸는 경우에도 제한이 따른다. 사후관리 요건을 위반하면 공제받았던 금액이 다시 과세 대상에 포함되고 이자상당액까지 부담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 같은 조건이 정상적인 경영 판단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노후 공장을 처분해 신사업에 투자하거나 경기 악화로 인력을 조정할 때도 세제상 사후관리 요건을 함께 따져야 한다. 외부 투자 유치 과정에서 지분 구조가 바뀌거나 기존 사업에서 새로운 사업으로 중심을 옮길 때도 추징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산업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 같은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승계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사업재편이나 구조조정이 몇 년 뒤 불가피해질 수 있지만, 세제 혜택을 유지하려면 자산과 고용, 지분 등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대 600억원이라는 공제 규모만 보면 혜택이 크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이후 경영 유연성과 맞바꾸는 선택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정부도 현장의 부담을 반영해 제도를 지속적으로 완화해왔다. 2023년 공제 한도를 최대 50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늘리고 사후관리 기간도 7년에서 5년으로 줄였다. 적용 대상도 넓히면서 기업승계에 따른 세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했다.

그러나 최근 세제개편안은 공제 규모를 더 키우는 대신 적용 문턱과 사후관리 기간을 다시 높이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공제 한도는 최대 6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확대하지만 최소 경영 기간은 현행 10년에서 30년으로 늘리고 사후관리 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공제액만 보면 지원이 확대되지만 실제 기업이 넘어야 할 문턱은 더 높아지는 셈이다. 특히 현행 5년의 사후관리도 사업 재편과 고용 조정 등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기간이 두 배로 늘어나면 실제 활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계에서는 가업상속공제를 단순히 공제 한도 규모로 평가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세금을 깎아 기업승계를 돕겠다는 제도 취지를 살리려면 승계 이후에도 기업이 시장 변화에 맞춰 자산과 인력, 사업구조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함께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가업상속공제는 절세 효과가 큰 제도지만 기업은 당장 줄어드는 세금뿐 아니라 이후 추징 위험까지 함께 본다”며 “공제 한도가 늘어나더라도 경영 기간과 사후관리 요건이 지나치게 강화되면 실제 활용도는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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