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1호 부동산 조각투자 기업 카사코리아가 지난달 10일 서비스를 종료하고, 펀블이 지난 7월 파산 선고를 받는 등 규제 샌드박스로 시장을 개척한 혁신 스타트업들이 제도화 문턱에서 잇따라 무너지고 있다. 규제 특례를 통해 사업성을 검증하고 시장을 개척했지만 정식 제도가 마련되자 자본력과 인허가 요건을 갖춘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밀려나는 모습이다.
7일 국회 입법현황에 따르면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이달 3일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혁신금융사업자가 인·허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1회에 한해 6개월 범위에서 지정 기간을 추가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금융당국이 인·허가를 심사할 때 무사고 운영기간, 이용자 확보, 시장 개척 기여도 등 혁신금융서비스 운영 실적을 고려하도록 했다. 실증을 마친 기업이 정식 제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사업을 중단하지 않고, 요건을 보완할 시간을 주자는 취지다.
2019년 4월 금융규제 샌드박스 도입 이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1세대 조각투자 사업자 가운데 에이판다와 갤럭시아머니트리 등 2곳은 서비스 출시에 이르지 못했다. 서비스를 시작한 사업자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카사코리아는 정식 유통시장 진입 과정에서 대형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결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3호 사업자인 펀블 역시 정식 인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플랫폼 운영을 중단했고, 결국 파산 선고를 받았다.
수백억원대 벤처투자를 유치하며 새로운 투자시장을 열었던 1세대 조각투자 스타트업들이 정식 제도화 과정에서 잇따라 퇴장하면서 '샌드박스 출구'가 문제로 떠올랐다. 실증 과정에서 사업성을 입증한 기업이 정식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제도적 연결고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조각투자 시장에서 이미 실증에서 제도화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개척자가 배제되는 사례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가 추진한 수익증권 장외거래중개업 예비인가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운영돼 온 조각투자 시범 서비스의 유통 부문을 제도화하는 과정이다. 금융위는 올해 2월 장외거래중개업 예비인가 사업자로 NXT컨소시엄과 KDX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반면, 2022년 4월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출시한 루센트블록은 예비인가 문턱에서 탈락했다.
루센트블록은 약 4년간 플랫폼을 운영하며 5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약 300억원 규모의 자산을 유통했다. 11개 부동산을 상장했으며 무사고 운영을 이어왔다. 상속·증여에 따른 권리 이전이나 체납자 자산 동결,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등 조각투자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이용자 민원도 직접 처리하며 B2C 거래 경험을 축적했다. 하지만, 정식 유통시장 진입을 위한 예비인가에서 탈락하며, 기업 존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식 인가 심사에서 실제 서비스를 운영하며 축적한 경험보다 자본력과 조직·인프라 등 금융회사로서의 외형이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외거래중개업은 개인 투자자를 직접 상대하는 B2C 사업인 만큼 거래 시스템 뿐 아니라 상속·증여, 세금, 권리 이전 등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운영 경험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샌드박스의 성패는 새로운 사업을 실증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증에 성공한 기업이 정식 시장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데 달렸다는 지적이다. 스타트업이 규제 불확실성과 초기 시장 개척 비용을 감수해 산업의 문을 열었지만 제도화 이후 자본력을 갖춘 후발 사업자에게 시장을 내주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혁신기업의 참여 유인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카사코리아와 펀블에 이어 루센트블록까지 이어지는 1세대 사업자들의 엇갈린 행보는 '실증'과 '제도화' 사이에 놓인 간극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샌드박스가 스타트업의 시험장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을 정식 시장으로 연결하는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실증 이후의 출구 설계가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