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경기도의회 제393회 임시회 첫날,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제안설명에 나선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준비한 재정 설명만 읽고 내려오지 않았다. 앞서 5분 자유발언에 나선 의원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현안에 직접 답했다.
"도의원님 여러분과 저는 바로 도민께서 직접 뽑아준 선출직이기 때문에 굳이 칸막이를 만들 이유도 없는 것입니다."
사흘 뒤 페이스북에 남긴 메시지도 같은 선 위에 있었다.
"도지사실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언제든 찾아주십시오."
4일 추 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그는 "이틀간의 첫 도정질문에서 그동안 확인하고 고민해 온 내용을 가능한 한 솔직하게 말씀드리고자 했다"고 적었다. 이어 "경기도의 재정 현실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이런 상황에 이르렀는지 원인을 짚고 앞으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까지 함께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이틀은 팽팽했다.
2일 김태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산2)이 행정안전부 공식 재정지표를 들어 경기도가 법정 재정주의·위기단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추 지사는 그 지표를 "눈가림용이고 착시"라고 맞받았다.
윤종영 국민의힘 의원(연천)이 전임 도정 책임을 묻자 민선 7기 이재명 도정에 대해서는 임기 중 채무를 700억 원가량 줄였다며 책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김동연 전 지사가 이끈 민선 8기에는 각종 기금 소진과 1년 반 동안 다섯 차례 이뤄진 지방채 발행을 문제로 지목했다.
하루 뒤 질문의 방향이 바뀌었다. '누가 만들었나'에서 '누가 해결할 것인가'로 넘어갔다.
서인하 민주당 의원(비례)은 재정난을 반복 설명하는 데 그치지 말라며 "재정이 어려울수록 도정은 재정난의 '해설자'가 아니라 재정 문제의 '해결자'가 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AI를 비롯한 미래 세대 투자가 재정난에 밀려서는 안 된다는 주문도 붙였다.
김일중 국민의힘 의원(이천1)은 더 직설적이었다. 그는 "민선 7기 이재명 전 지사가 늘리고 민선 8기 김동연 전 지사가 키운 빚, 이제는 그 청구서에 민선 9기 추미애 지사가 답할 차례"라고 했다. 비상선언에 그치지 말고 비상을 끝낼 구체적 계획과 의회 소통 방안을 내놓으라는 요구였다.
여당은 '해결자'를, 야당은 '청구서'를 꺼냈다. 언어는 달랐고 질문은 한곳으로 모였다.
추 지사는 도의회를 "도정의 핵심 파트너"로 규정했다. 재정비상선언의 진의보다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해석이 부각되는 데 대해 "곤혹스럽고 우려스럽다"고 반박하면서도, 주요 정책과 예산·조직 현안에서 사전 소통을 강화하고 의장단과 교섭단체, 상임위원장단과 충분히 공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도의회와 '지방재정 상생협의체'를 꾸려 세출 구조조정과 세입 확충, 지방세제 개편까지 함께 논의하겠다는 구상도 다시 제시했다.
페이스북에서 그가 가장 길게 설명한 것은 재정 숫자가 아니었다. '5분 자유발언'이었다.
추 지사는 "도정질문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뿐 아니라 의원님들의 5분 자유발언도 꼼꼼히 챙겨듣고 바로 답변드렸다"며 "관례적으로 5분 자유발언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적었다. 이어 "그 안에도 도민의 목소리와 지역의 절박한 현안이 담겨 있기 때문에 도지사의 목소리로 직접 일일이 답변드리는 게 도리라고 여겼다"고 밝혔다.
이 방식은 도정질문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회기 첫날인 1일부터였다.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이 도와 의회 사이 소통 기능의 정상화를 주문한 가운데, 추 지사는 추경 제안설명 도중 5분 자유발언 내용에 직접 답했다.
그날 김선희 국민의힘 의원(용인6)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용수공급시설 시운전 중단 문제를 들어 방류수 갈등 협의체 가동을 촉구했다. 백승기 민주당 의원(안성2)은 같은 시운전을 두고 안성 농민들의 우려를 전했다. 하나의 사안에 여야가 정반대 요구를 올린 자리였다.
추 지사는 "지역갈등을 사전에 점검하고 예방하는 것은 도가 해야 될 행정지도이고 또한 도의 책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칸막이' 발언을 내놨다. 공식 회의록에는 "직접 눈을 마주하고 의견을 교환할 필요가 훨씬 더 많을 것 같다"는 답변도 함께 남아 있다.
3일에도 같은 장면이 반복됐다.
국은주 국민의힘 의원(비례)은 5분 자유발언에서 사회복지종사자 처우개선비 문제를 꺼냈다. 경기도 처우개선비가 2016년 도입 이후 월 5만원에 묶여 있고, 올해 지원 대상이 2만8736명으로 늘었는데도 근무 기관과 사업 유형이 다르다는 이유로 제외된 종사자가 1만2000여명에 이른다는 지적이었다.
추 지사는 이 발언에도 직접 답했다.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 재정위기 상황에서 지원을 계속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요구를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의원이 5분 동안 던진 문제에 도지사가 같은 자리에서 자신의 판단을 밝힌 것이다.
추 지사는 페이스북에 "도의회와 집행부는 도민의 삶을 위해 함께 해법을 만들어가는 관계여야 한다"며 "무엇이 문제인지 함께 확인하고 서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충분히 이야기하면서 더 나은 답을 찾아가야 한다"고 적었다.
본회의장에서는 예상 밖의 공개 격려도 나왔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은 추 지사의 재정 답변 뒤 도정 개혁의 진정성을 믿는다며, 재정위기를 조속히 극복해 경기도와 교육청이 함께 아이들을 위한 정책을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간극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도의회는 총 42조2420억원 규모 제2회 추경안에 반영된 5465억원 세출 구조조정을 상임위원회별로 심사한다. 무엇을 되살리고 무엇을 그대로 줄일지, 집행부가 내건 생명·안전과 취약계층 등 '필수민생 우선' 원칙이 사업별 심사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쟁점이다.
김태희 의원은 앞선 도정질문에서 "도의회는 일방적인 협력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18일 마지막 본회의를 도와 의회 관계를 가늠할 "첫 시험대"로 규정했다. 도지사가 꺼낸 '핵심 파트너'와 의회가 내건 '첫 시험대'는 추경 심사와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맞닥뜨린다.
추 지사는 페이스북 글을 이렇게 맺었다.
"충분히 듣고, 제가 아는 것은 솔직하게 설명드리고, 함께 답을 찾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