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보다 중요한 건 체질…단기외채비율·순대외채권 안정적"
금값 급변동 속 순위 흔들림도 빈번⋯펀더멘털 괴리·착시 심화

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외환보유액 통계 보도자료에서 관행적으로 포함해 온 '주요국 외환보유액 순위표'를 전격 삭제하기로 했다. 경제 규모나 대외 자산 구조가 다른 국가 간 단순 순위 비교는 외화유동성 충격 대응력을 나타내지 못하고 오히려 대외건전성에 대한 불필요한 시장의 오해와 착시를 부추긴다는 판단에서다.
3일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 순위 관련 설명'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외환보유액 국제 순위는 국가별 경제 규모 및 대외포지션의 이질성 등을 전혀 통제하지 않은 단순 비교 통계"라며 "외환보유액이 외화유동성 경색 등 잠재적 충격에 대한 버퍼(완충장치) 역할을 얼마나 수행할 수 있는지 정보를 전혀 유추할 수 없어 분석적 가치가 미미하다"고 삭제 배경을 밝혔다. 한은의 이번 결정은 2001년 2월 외환보유액 주요국 순위를 첫 공개한 이후 25년 6개월 만이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순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6위에서 최근 10위권 안팎(2026년 6월 말 10위)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대외부문 체질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해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 2008년 말 72.4%에 달했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올해 6월 말 46.5%로 대폭 개선됐다. 총 외채 중 단기외채 비중 역시 46.6%에서 24.4%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순대외채권 규모도 2008년 말 2.5%에서 2026년 6월 말 19.5%로 급등했고, 외평채 5년물 CDS 프리미엄은 368bp에서 26bp 수준으로 급락해 안정적인 대외 신인도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지난 7월 대외부문보고서(ESR)를 통해 '한국의 현 외환보유액이 발생 가능한 광범위한 외부 충격에 대응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또한 현 시점에 순위표 삭제를 단행한 주된 요인으로 최근 금 가격 급변동에 따른 잦은 순위 흔들림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것이 한은 측 설명이다. 비교 대상국의 외환시장 개입 기조뿐 아니라 금 등 특정 자산군의 시가 급등락에 따라 한국의 실질적 대외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국가별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며 건전성 지표를 왜곡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일각에서 제기된 '순위 하락 부담에 따른 정보 숨기기' 의혹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 순위는 IMF 데이터베이스(IRFCL)나 각국 중앙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확인하고 직접 산출할 수 있는 공개 데이터"라며 "외환당국에 불리한 정보를 감추기 위해 삭제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2026년 7월 말 기준으로도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순위는 전월과 동일한 10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