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줄면 월세 더 오른다" 고가·핵심지역 편중 우려

기업형 임대주택이 확대되면 세입자는 거액의 전세보증금을 맡기는 부담을 덜고 전문적인 주택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과 기관투자가의 자금이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효과도 예상된다. 다만 전세의 월세화가 빨라지는 가운데 수익성이 높은 서울 핵심지역 등에 공급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어 월세 부담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는 숙제로 남는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기업형 임대 확대의 장점으로는 우선 전세보증금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개인 임대인이 운영하는 전세 주택과 달리 기업형 코리빙 등 월세형 임대주택은 상대적으로 적은 보증금을 받고 매달 임대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재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해외 기관투자자가 운영하는 코리빙 등 기관형 임대주택에 대해 "임차인이 수억원의 목돈을 맡길 필요가 없으며, 임대인의 재정 악화가 곧바로 보증금 미반환 사태로 연결되는 전세형 리스크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세사기 피해의 구조적 원인이 개인 임대인에 대한 과도한 보증금 의존이었음을 감안하면 기관 임대 모델의 확산은 임차인 보호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기업이 수백가구를 한꺼번에 운영하면 시설관리와 수리, 계약 등을 전문화하고 다양한 주거서비스를 결합하기도 쉽다. 기관 자본이 오피스텔·코리빙을 신축하거나 기존 건물을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면 임대주택 공급 자체를 늘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기업형 임대주택은 리츠와 자산운용사, 금융사 등의 자금을 활용해 주택을 규모 있게 공급하고 장기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서울 도심과 역세권을 중심으로 공급이 확대되면 월세화가 진행되는 임대차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도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을 확보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기업형 임대 확대가 세입자의 월세 부담까지 낮춰줄 수 있느냐다. 전세 매물 감소와 월세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당분간 월세 자체는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현재는 전세 가격이 떨어질 이유가 별로 없고, 사고 싶은 지역들은 전세 매물이 계속 없어지고 있는 중"이라며 "전세 매물이 더 줄어들어 월세 시장으로 내몰리게 되면 월세 수요자가 늘어나고, 월세 수요자가 늘어나면 월세 가격은 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월세 수익률도 올라갈 것으로 보여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들어와 개인들과 임대차 계약을 맺고 관리하면서 월세를 받는 형태는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인다"고 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미국 IAU 교수)은 "전세가 없어지면 전세에서 월세로 돌리다가 앞으로는 매매에서 월세로 돌리는 쪽으로 집주인들이 바뀔 것"이라며 "집주인 입장에서는 보유세를 전가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월세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기업의 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반드시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해외 연구도 있다. 장건희 박사는 '교외 지역의 다양화: 임대주택 공급과 공간적 불평등' 논문에서 미국 대형 기업 임대사업자가 기존 자가주택을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면서 임대 공급이 늘자 임대료가 낮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매매 가능한 주택 공급이 감소하면서 주택가격은 상승하는 상반된 효과도 나타났다.
기업형 임대가 모든 지역으로 확산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자본이 서울 주요 업무지구와 역세권 등 상대적으로 임대수요와 월세 수준이 높은 지역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기업형 임대주택과 해외 기관 자본의 투자도 서울 핵심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심 위원은 "리마크빌이나 에피소드 같은 곳들이 대부분 핵심지에 있다"며 "돈이 되는 데만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쪽만 지금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