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DB형 벗어나 DC·IRP 자산관리 역량 키워야"

보험업권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늘었지만 시장 점유율은 20% 선 아래로 떨어지며 입지가 좁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호황과 맞물려 자금이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전통적으로 확정급여(DB)형 비중이 높은 보험업권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보험업권 퇴직연금 적립금 합계는 107조320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 대비 4.3%(4조3867억원) 늘어난 규모다.
다만 최근 들어 보험업권의 시장 점유율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실제 보험업권 점유율은 1분기 말 20.2%에서 2분기 말 19.4%로 하락했다. 적립금 규모는 늘었지만 시장 내 영향력 자체는 줄어든 셈이다.
보험업권의 약세는 현장에서도 뚜렷하게 체감하는 분위기다.
한 생명보험사 퇴직연금 담당자는 “최근 은퇴를 앞둔 근로자가 늘어난 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증시 호황으로 일반 직원들의 DC형 전환 요구가 크게 늘었다”며 “주식 투자를 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퇴직연금 자금마저 증권사로 쏠렸고, 특히 반도체 등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집중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보험업권의 퇴직연금 경쟁력이 약화된 주된 이유로 ‘시장의 중심축이 DB형에서 DC형·IRP로 이동한 점’을 꼽는다. 중심축이 이동하면서 시장이 금융회사에 요구하는 경쟁력 또한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보험사의 문제를 단순히 수익률이 낮기 때문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보험사의 DC·IRP 원리금비보장형 수익률이 은행이나 증권사를 웃도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며 “결국 상품의 다양성, 투자 편의성, 디지털 서비스, 적극적인 자산관리 능력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했던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보험업권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차별화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DB형에 쏠려 있던 사업 전략을 시장 흐름에 맞춰 DC·IRP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보험사가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우선 DB형 중심에서 DC·IRP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며 “결국 ‘원금 보장 중심의 안정적인 보험사’에서 ‘장기적인 자산관리와 노후 보장을 동시에 제공하는 연금 전문 회사’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도 “보험사는 DB·원리금보장형 중심이라 DC·IRP와 ETF 등 투자형 상품 수요 확대에 대응이 늦었다”며 “향후에는 투자상품·운용역량을 강화하고, 퇴직연금과 종신연금을 결합한 노후소득 보장 서비스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