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12월 통합을 앞두고 노선 운영 체계를 전면 재정비한다. 두 회사가 따로 운항하면서 발생했던 시간대 중복을 줄이고 기재와 슬롯(항공사가 배정받은 시간에 공항 시설을 사용할 권리)을 다시 배분해 통합 이후 네트워크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16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통합 항공사는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항공편의 출발 시각을 재조정해 하루 운항 시간대를 고르게 배치할 계획이다. 공급량 자체를 단순히 합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양사의 스케줄을 하나의 네트워크 관점에서 다시 짜겠다는 의미다.
인천~싱가포르 노선처럼 오후 시간대에 항공편이 몰린 경우 일부 편을 오전으로 이동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현재 오후 2시와 4시에 각각 출발하는 편 가운데 하나를 오전 8시로 옮기면 승객 입장에서는 선택 가능한 출발 시간대가 넓어진다.
운항 빈도가 낮은 노선에는 통합에 따른 규모의 효과를 활용한다. 양사가 보유한 항공기와 슬롯을 함께 운용하면 현재 주 2~3회에 머무는 일부 노선을 매일 띄울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기단 재편 과정에서 확보되는 운용 여력은 신규 도시 취항이나 수요가 높은 노선의 공급 확대에 투입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대한항공은 이 같은 재편을 인천국제공항의 환승 기능 강화와도 연결할 방침이다. 국제선 출발ㆍ도착 시간을 환승 흐름에 맞게 조정하고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 스카이팀 회원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주와 아시아ㆍ유럽을 오가는 경유 수요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통합으로 항공권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기존 좌석 공급을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해외 항공사와의 경쟁이 계속되는 데다 항공운임이 수요와 공급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산업 특성상 통합만을 이유로 가격을 일방적으로 올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운임에는 기업결합 승인 당시 부과된 조건도 적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을 허용하면서 경쟁 제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노선에 별도의 가격 규제를 걸었다. 합병 완료 이후 10년 동안 해당 노선 운임은 2019년 평균 가격에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범위를 넘어 올릴 수 없다.
통합 과정에서 소비자 관심이 가장 큰 사안 중 하나인 마일리지 제도는 공정위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대한항공이 제출한 안은 기존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합병 후 10년 동안 별도 계정으로 인정하면서 대한항공 전 노선의 보너스 항공권과 좌석 승급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로운 적립 실적은 통합 이후 대한항공 스카이패스로 일원화된다. 기존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스카이패스로 옮길 경우 항공편 탑승으로 쌓은 마일리지는 1대1로 환산하고, 카드 사용 등 제휴사를 통해 적립한 실적에는 1대0.82의 전환 비율을 적용한다. 아시아나 우수회원도 합병일을 기준으로 이에 상응하는 대한항공 회원 등급을 부여받게 된다.
다만 마일리지 운영 방식은 아직 확정 단계가 아니다. 대한항공은 공정위의 보완 요구를 반영해 올해 초 수정안을 다시 냈으며, 심사 일정이 길어질 경우 마일리지 체계 통합 시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12일 각각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을 승인했다. 통합 대한항공은 12월 17일 출범할 예정으로, 이후 경쟁력의 핵심은 확대된 기단을 단순히 합치는 데 그치지 않고 중복 공급을 줄이면서 신규 노선과 환승 수요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재배치하느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