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4E 곧 온다”⋯더 치열해진 첨단 패키징 경쟁

입력 2026-08-1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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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빈 울트라 등 차세대 제품 대기
고집적·대면적 패키징 기술 요구 확대
TSMC CoWoS 수율 98% 돌파
삼성도 2.5D·3D 솔루션 강화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HBM3E(5세대)에서 HBM4(6세대)로 전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HBM4E(7세대)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 울트라’에 HBM4E 적용이 추진되는 등 HBM의 성능과 탑재량이 빠르게 늘면서 여러 칩을 안정적으로 쌓고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도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17일 외신 등에 따르면 TSMC는 자체 2.5D 패키징 기술인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의 생산능력과 패키지 크기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TSMC는 기존 3.3배 레티클 크기 제품에서 한발 더 나아가 5.5배 레티클 크기의 CoWoS 패키지 양산을 본격화했다. 레티클은 노광장비가 한 번에 회로를 새길 수 있는 면적을 뜻한다. 레티클 배수가 높아질수록 하나의 패키지에 더 많은 연산 칩과 HBM을 탑재할 수 있다.

5.5배 레티클 크기의 CoWoS 양산 수율은 98%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AI 가속기 경쟁이 개별 반도체의 성능을 넘어 대형 패키지의 생산성과 수율 경쟁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TSMC의 CoWoS와 3D 적층 기술인 SoIC 생산능력은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8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AI 반도체의 고성능화로 패키징 공정의 난도도 높아지고 있다. AI 가속기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연산 칩 주변에 여러 개의 HBM을 배치하는 구조다. HBM의 적층 단수와 데이터 처리량, 탑재량이 늘어날수록 칩 간 연결 밀도와 발열, 패키지 두께 및 휨을 정밀하게 관리하는 기술이 중요해진다.

엔비디아의 루빈 울트라에도 HBM4E 적용이 추진되는 만큼 반도체 기업 간 첨단 패키징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 확대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시장은 2024년 약 1000억달러에서 2030년 약 1400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5.6% 수준이다. AI와 고성능컴퓨팅(HPC) 수요 증가에 따라 첨단 패키징 시장은 2027년을 전후해 전통 패키징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연계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로직 칩과 HBM을 배치하는 2.5D 패키지 ‘아이큐브(I-Cube)’와 여러 칩을 수직으로 쌓는 3D 패키지 ‘엑스큐브(X-Cube)’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이큐브를 HBM4 등 AI 반도체와 연계해 개발하고 있다. 올해는 범프 없이 구리 배선을 직접 연결하는 하이브리드구리본딩(HCB)을 활용한 엑스큐브 기술도 공개할 계획이다.

기존 패키징은 칩 사이에 미세한 돌기 형태의 범프를 두고 연결하지만 하이브리드구리본딩은 구리 배선끼리 직접 접합한다. 칩 사이의 간격과 패키지 두께를 줄이는 동시에 데이터 전송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다. HBM 적층 단수가 높아질수록 발열과 두께 관리가 어려워지는 만큼 범프리스 본딩 기술의 활용 범위도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로직 베이스 다이,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통합해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고 있다. 고객사가 각 공정을 여러 기업에 나눠 맡기지 않고 설계부터 생산과 패키징까지 일괄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턴키 전략이다.

반도체 후공정(OSAT) 전문기업의 첨단 패키징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ASE와 앰코가 AI 반도체 패키징 생산능력을 늘리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하나마이크론이 메모리 후공정 중심의 사업 구조를 2.5D 패키징으로 확장하고 있다.

하나마이크론은 자체 인터포저 기술을 기반으로 2.5D 패키징을 개발하고 있으며 2027년 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후공정 사업을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파운드리와 대형 OSAT 기업이 장악한 첨단 패키징 시장의 틈새를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첨단 패키징의 대면적화는 생산 방식과 소재의 변화도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에 들어가는 연산 칩과 HBM이 늘면서 기존 웨이퍼 기반 패키징은 면적 활용과 원가 측면에서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향후에는 패널레벨패키징(PLP)과 유리기판처럼 대형 패키지의 생산성과 휨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본격적으로 채택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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