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일 못 한다…폭염이 다시 짜는 세계 노동시간 [극한기후 생존경제 ③]

입력 2026-08-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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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6-08-13 18:3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1도 오를 때마다 생산성 2~3% 감소
24억명 이상 노동자 고온 노출
유럽, 한낮 작업 멈추고 오전·야간 근무 확산
韓, 단계별 작업중지 권고…실질적 중지권 보장 과제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더위 속에서 땀을 흘리면서 일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더위 속에서 땀을 흘리면서 일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기후변화로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세계의 ‘일하는 시간표’가 바뀌고 있다. 건설·농업·운송업 등 야외 노동 현장에서는 한낮 작업을 멈추고 출근 시간을 새벽으로 앞당기거나 야간작업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폭염이 일시적인 산업재해 위험을 넘어 근무시간과 생산비용을 재편하는 구조적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기록적인 폭염이 덮친 유럽에서는 노동시간 조정이 일상화했다. 프랑스 한 농업협동조합은 작업자를 보호하고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해 농장 작업을 야간으로 옮겼다. 유럽 각국의 건설업체들도 작업 시간을 당겨 기온이 가장 높은 한낮에는 현장을 비우는 방식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해 20개 주 가운데 18개 지역에서 폭염 위험이 큰 시간대 옥외 작업을 일시 중단하는 조례를 시행했다. 해당 지역에서 고온 위험이 예보되면 햇볕에 노출된 채 강도 높은 육체노동을 하는 근로자의 작업을 낮 12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중단하도록 했다. 스페인은 기상 당국이 오렌지 또는 적색경보를 발령하면 노동자가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폭염이 노동시간을 밀어내는 이유는 건강뿐 아니라 생산성에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습도와 일사량, 풍속 등을 반영한 ‘습구흑구온도(WBGT)’가 섭씨 20도를 넘으면 1도 오를 때마다 노동생산성이 2∼3%씩 감소한다. 전 세계 노동자 24억 명 이상이 고온에 노출돼 있으며, 열 스트레스 노동자의 35%가 열탈진 및 열사병을 포함한 관련 질환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코 바렛 WMO 부사무총장은 “직업적 열 스트레스는 더는 적도 부근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는 전 세계적인 사회적 과제가 됐으며 유럽의 폭염이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근로자를 극한의 더위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건강상의 필수 조건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냉방이 가능한 사무직과 야외·이동 노동자 간 기후 생산성 격차도 새로운 불평등으로 부상했다. 사무직은 재택근무나 유연 근무로 폭염을 피할 수 있지만 건설 노동자와 농민, 배달 기사 등은 소득 감소와 건강 위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전 세계적으로 폭염 시 적용되는 통일된 작업 기준이 없고 상당수 국가가 법정 최고 작업온도를 두지 않아 보호 수준이 기업과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한국은 폭염 강도에 따라 작업중지 기준을 세분화했다. 체감온도 33도 이상으로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면 작업시간을 조정하거나 옥외 작업을 단축하고 35도 이상인 폭염경보 때는 가장 더운 오후 2∼5시 옥외 작업을 중단하도록 권고한다. 올해 신설된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되는 체감온도 38도 이상에서는 긴급조치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옥외 작업의 중단을 권고한다. 다만 단계별 작업중지 조치가 권고에 그치는 만큼 노동계에서는 노동자가 불이익이나 임금 손실 없이 작업을 멈출 수 있도록 작업중지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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