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고용 등 정량적 성과평가 체계는 부재…심의 투명성도 과제

대기업의 진입을 막아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가 정책 성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 없이 사실상 ‘자동 연장’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년간의 보호 조치가 실제 소상공인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는지 측정할 사후 성과평가 체계조차 마련되지 않은 채 제도가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는 6일 떡국떡·떡볶이떡 제조업을 재지정했다. 새 지정기간은 다음 달 16일부터 2031년 9월 15일까지다. 냉면·국수·두부·장류 제조업과 LPG연료 소매업, 서적·신문 및 잡지류 소매업 등에 이어 떡류까지 재지정되면서 현행 10개 업종의 보호기간이 모두 연장됐다.
재지정과 함께 대기업 등의 연간 출하 허용 범위도 조정됐다. 기존 최대 연간 출하량의 110%에서 120%로 확대됐다. 지난 5년간 일부 대기업의 출하량이 감소한 점과 떡류 시장이 성장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는 이번 조정을 대기업의 가정간편식(HMR) 직접생산을 허용하는 것보다 영향이 작은 절충안으로 평가했다. 대기업이 HMR을 직접 생산할 경우 기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담당하던 중소기업의 물량이 줄고, 이들 업체가 소상공인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경쟁이 연쇄적으로 심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HMR 직접생산을 새롭게 허용하기보다 기존 진입 대기업의 출하 여력을 확대하는 방안이 상대적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 봤다.
다만 이번 재지정에서도 업종별 상황을 반영해 보호 수준을 조정했을 뿐, 정책 효과를 별도로 측정하는 사후 성과평가 체계는 마련하지 않았다. 매출·고용 등 일정한 성과지표로 지난 5년을 평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영세성과 보호 필요성, 시장 상황과 산업 경쟁력, 소비자 후생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데 그친다. 현재까지 재지정을 거친 10개 업종은 모두 보호가 연장됐다.
중기부 관계자는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아니고 재지정의 법적인 취지와 요건을 보는 것”이라며 “성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체계가 현재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량 평가 체계를 두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매출이 줄었더라도 보호하지 않았다면 더 빠르게 줄었을 수 있어 명확한 수치로 나타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도 정량평가에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전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는 “매출이 증가해도 전체 시장의 파이가 커진 효과인지 정책 효과인지 분리하기 어렵다”며 “결국 정량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짚었다.
정량평가보다 심의위원들의 종합적 판단에 의존하는 구조인 만큼 심의 과정의 투명성 확보도 과제로 꼽힌다. 생계형적합업종법에 따르면 심의위원회는 소상공인·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을 각각 대변하는 단체가 추천한 위원 2명씩과 동반성장위원회 추천 위원 2명, 경제·산업·소상공인 정책 전문가 등 공익위원 5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된다. 다만 구체적인 위원 명단은 공개되지 않는다. 외부 이해관계자의 영향을 받아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보호기간 동안 산업과 개별 기업이 함께 성장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됐음에도 산업 매출이 성장했다면 건강하게 성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소상공인이 소기업이 되고, 소기업이 중소기업이 되는 선순환이 이뤄지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