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핵 없는 세상 될 때까지"…원폭피해 81주년, 국경 넘은 증언

입력 2026-08-0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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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미국 생존자도 함께… 경기도 피해자·후손 1049명 지원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7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기도 원폭피해 81주년 추모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경기도)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7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기도 원폭피해 81주년 추모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경기도)
원폭이 떨어진 지 81년, 그 고통은 아직 3대를 건너가고 있다. 경기도와 사단법인 경기도원폭피해자협의회는 7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경기도 원폭피해 81주년 추모식'을 열고 희생자를 추모하며 피해자와 후손의 아픔을 되새겼다.

추모식에는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 용인3), 국중범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장(더불어민주당, 성남4),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서울지부 정정웅 지부장, 박상복 경기도원폭피해자협의회 회장을 비롯해 도내 원폭피해자와 후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추미애 지사는 대표 헌화와 표창 수여, 추모사를 통해 원폭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오랜 시간 고통과 상처를 안고 살아온 피해자와 후손들을 위로했다. 추 지사는 "이웃 일본은 원폭 피해자분들께 빚진 마음을 갖기는커녕 핵을 반입하지도, 보유하지도, 내보내지도 않겠다는 비핵 3원칙도 지키지 않으려고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원폭 피해자들은 전 지구를 향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빛이 될 수 있도록, 핵 없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더욱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억의 빛, 평화의 길을 주제로 한 오늘 추모식은 단순히 이제 얼마 남지 않는 유족들을 위로하는 자리가 아니라, 이분들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각오를 다지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목소리가 세계 평화를 깨려는 움직임에 대해서 경종을 울리는 메아리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주시기 바란다"며 "피해자들의 넋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고, 빚진 마음으로 그 희생이 고귀한 세계 평화의 빛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이 7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기도 원폭피해 81주년 추모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이 7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기도 원폭피해 81주년 추모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남종섭 의장은 행사에 앞서 방명록에 "아픔의 역사는 지금도 이어져 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추모사에서는 "올해는 원폭 81주년이 되는 해지만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그 시간은 지나간 역사가 아니다"라며 "그 고통은 2세와 3세로 이어져 오늘도 반복되고 있고, 우리 사회가 아픔을 살피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남 의장은 "경기도의회는 원폭피해자와 후손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왔지만, 피해를 밝히는 일과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현장에서 무엇이 부족한지 계속 듣고 필요한 지원이 제대로 닿을 수 있도록 살피며, 피해자와 가족께서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경기도와 같이 해법을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국제피폭자 증언대회가 새롭게 마련됐다. 카자흐스탄 핵실험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마이라 아베노바와 미국 아코마푸에블로 원주민 출신 페투체 길버트 세계원주민협회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 핵실험과 핵산업이 남긴 피해를 증언했다.

원폭 피해 2세대인 아베노바는 옛 소련이 1949년부터 1989년까지 카자흐스탄 세미팔라틴스크 핵실험장에서 456차례의 핵실험을 했으며 이 가운데 116차례는 대기 중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핵실험장 인근 주민과 후손들이 암과 선천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며 "우리의 피가 아이들에게 이어질까 두렵다"는 피해 주민의 목소리를 전했다.

길버트 회장은 미국 최초의 원자폭탄 실험과 핵무기 연구시설이 원주민의 땅에 들어선 이후 우라늄 채굴과 방사성 폐기물로 토양과 하천, 지하수가 오염됐다고 증언했다. 나바호 보호구역에 500개가 넘는 폐우라늄 광산이 방치됐고, 아코마와 라구나 원주민 지역에도 약 100개의 폐광과 5개의 우라늄 제련시설이 남아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증언자는 핵 피해가 과거의 특정 사건이나 한 국가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피해 지역 주민과 다음 세대의 삶에 계속되고 있다며, 피해자 지원과 오염지역 복원,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를 촉구했다.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와 8월 9일 나가사키의 원자폭탄 피해를 입은 그 현장에서 우리 국민도 피해를 입었고, 우리나라로 돌아온 생존자와 그 후손은 지금도 후유증과 사회적 편견 속에서 긴 세월을 살아오고 있다.

전국 원폭 피해자는 1~3세대를 포함해 약 8500명이며, 이 중 1049명이 경기도에 등록돼 있다. 1세대 126명, 2세대 459명, 3세대 464명이다.

경기도는 원폭 피해의 역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자들의 생활 안정과 건강권 보장을 위한 지원도 이어가고 있다. 도는 2022년 전국 최초로 도내 원폭피해자 1세대에게 생활지원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도립 휴양림과 문화시설의 이용료와 주차료를 감면해 피해자들이 일상에서 휴식과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의료원 6개소에서는 원폭피해자뿐 아니라 자녀와 손자녀까지 진료비와 종합검진비 등을 지원해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8월부터는 평택 소재 PMC 박병원과 협력해 진료비와 입원비, 종합검진비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원폭피해자와 후손에 대한 의료지원을 민간병원까지 확대했다.

경기도의회는 2019년 '경기도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 조례'를 제정해 피해자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을 위한 지원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경기도는 이를 토대로 1세대 피해자에게 생활지원수당을 지급하고 있으며, 피해자와 후손을 대상으로 의료·휴양문화 지원 등을 실시하고 있다.

행사장 앞 로비에서는 원폭 피해 현장과 강제징용 관련 재판기록을 담은 추모 전시회도 열렸다. 전시회는 당시 피해 상황과 피해자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을 사진과 기록을 통해 전달했다.

남종섭 의장은 "현장에서 무엇이 부족한지 계속 듣고 필요한 지원이 제대로 닿을 수 있도록 살피며, 피해자와 가족께서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경기도와 같이 해법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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