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 등 순차 입고…13일 정식 개장 목표

22일 만에 다시 문을 연 홈플러스 서울월드컵경기장점. 7일 오전부터 직원들은 비어 있는 진열대를 채우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계란과 우유, 과일 같은 신선식품이 차근차근 자리를 잡기 시작했지만, 매장 곳곳엔 여전히 텅 빈 매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영업 재개를 기다려온 손님들은 반가워하면서도 텅 빈 상품 구색엔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이날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월드컵점 식품 매장엔 복숭아, 바나나, 사과, 수박, 키위 같은 과일과 시금치, 팽이버섯, 상추, 깻잎, 고추, 오이 등 채소류가 들어차 있었다. 계란, 우유, 치즈도 일부 입고됐고 베이커리 코너에선 갓 구운 빵 냄새가 풍겼다.
직원들은 박스를 풀어 새로 들어온 상품을 진열대에 착착 채워 넣었다. 매장을 둘러보는 동안 해태제과 상자들이 새로 들어와 직원들이 매대를 채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손님들이 평소처럼 본격적으로 장을 보기엔 물건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진열대 상당수가 비어 있었고 지하 물류 공간 역시 쌓여 있는 물량이 드물었다. 의류처럼 기존 재고가 남아 있는 매장에선 카트에 물건을 담는 손님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빈 카트만 끌고 매장을 한 바퀴 돌아보는 데 그쳤다.
이 지점은 지난달 13일 영업을 종료한 지 22일 만에 다시 손님을 맞았다. 홈플러스는 납품업체, 배송업체 등과 협의를 거쳐 임시휴업 중인 핵심 점포 67곳의 영업을 순차적으로 재개한다. 이날 가오픈을 시작으로 운영상 문제점을 보완해 오는 13일 정식 개장한다는 계획이다.

영업 중단 기간 동안 매장 축소 작업도 이뤄졌다. 본사 방침에 따라 영업 면적을 약 1000평 규모로 줄였고 그동안은 최소 인력과 매니저들만 출근해 매장을 지켰다.
영업 재개를 앞두고 그저께부터 직원 67명이 출근해 들어오는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정상 운영 당시 월드컵점에 배정됐던 140~150명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인원이다. 아직 출근 통보를 받지 못한 직원들은 무작정 대기 중이다. 강주언 홈플러스 월드컵점 지부장은 "출근할 수 있는 날만 학수고대했다"며 "월드컵점은 매장도 크고 매출도 전국 상위 25개 점포에 드는 곳인데 지금은 67명만 나와서 사실상 직원들이 일당백으로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상품 공급 정상화도 큰 과제다. 원래대로라면 지난달 31일 회생기업 운영자금 대출(DIP)이 집행되고 일주일간 물건을 받아 이날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자금 집행이 늦어지면서 물건 입고도 덩달아 밀렸다.

강 지부장에 따르면 현재 확보한 재고는 평소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의류 같은 상품 상당수는 영업 중단 전부터 남아 있던 재고다. 그나마 신선식품이 전날부터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해 계란, 두부, 과채류가 순차적으로 들어오는 중이다.
강 지부장은 "가오픈이라 해도 물건이 가득 차 있어야 손님들이 '이제 정말 정상화됐구나' 느끼고 다시 찾아줄 텐데 지금은 물건이 너무 부족하다"며 "손님을 맞이하는 입장에선 솔직히 많이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홈플러스 측은 다음 주부터 상품 공급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류센터를 거치지 않고 매장으로 바로 납품되는 상품들도 들어올 예정이다. 월드컵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며 푸드코트도 기존처럼 영업을 이어간다.
손님들은 22일 만의 영업 재개를 반가워하면서도 하루빨리 옛 모습을 찾길 바랐다.
아이 셋과 푸드코트를 찾은 김소라 씨는 "처음 홈플러스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주변에 갈 만한 마트도 없는데 앞으론 인터넷으로만 장을 봐야 하나 싶어 답답했다"며 "아이들 치과 때문에 이 건물에 자주 오면서 장도 보고 편의시설도 이용했는데 다시 문을 열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물건이 너무 없는 건 아쉽다"고 덧붙였다.
건물 내 수영장을 다니는 최은경 씨도 "오랫동안 다니던 마트라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며 "오늘 다시 문을 연다는 걸 처음 알았는데 너무 반갑고 잘됐다"고 전했다.

오랜 시간 월드컵점을 이용해 온 단골들의 응원은 직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 영업이 중단된 동안에도 매장 직원을 알아보고 위로를 건네거나 다시 문 열기만을 기다린 손님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강 지부장은 "'나 30년 단골인데 없어지면 안 된다'고 말하는 고객도 있었고 동네에서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홈플러스를 걱정해주셨다"며 "오늘 다시 고객들을 만나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밀린 임금과 아직 현장에 복귀하지 못한 직원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이날 직원들에게는 6월 미지급 임금의 60%가 지급됐다. 2000억원 규모의 DIP 자금이 집행되면서 밀린 임금 일부가 지급된 것이다. 다만 7월 이후 임금은 여전히 밀려 있고 일부 직원은 출근 통보를 받지 못한 채 대기하고 있다.
강 지부장은 "월급이 밀리는 것과 언제 출근할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건 차원이 다른 공포"라며 "기약 없이 기다리는 동안 이러다 일터를 잃는 건 아닌지 불안감이 정말 컸다"고 회상했다.
이어 "예전처럼 다시 다 같이 일하고 싶고 회사가 극적으로 살아나 다시 문을 연 것 자체는 너무 감사하다"면서도 "하루빨리 매장이 활성화됐으면 하는 조급함과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동시에 든다"며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이에 정치권도 홈플러스의 영업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 힘을 보탠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점에서 현장 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가 예정된 다음 달 4일까지 영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 회생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조국혁신당 서왕진 의원, 진보당 정혜경 의원, 마트산업노동조합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병덕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은 "국회가 아니라 홈플러스에서 카트 굴러가는 소리를 들으며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겠다"며 "회의 이후 노사 대표와 국회의원들이 직접 장을 보고 상생 메시지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집행된 2000억원 규모의 DIP만으로는 정상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밀린 임금과 납품대금 등을 지급하고 나면 상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운전자금이 부족할 수 있어서다.

민 위원장은 "밀린 납품대금과 임금을 지급하면 자금은 모두 소진된다"며 "상품을 판매한 대금으로 다시 물건을 들여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장기적으로 홈플러스를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홈플러스 경영진과 최대주주 MBK파트너스에 적극적인 정상화 노력을 주문했다. 김 의원은 "청산을 염두에 두지 말고 사력을 다해 홈플러스를 살려야 한다"며 "정부 역시 실업대책보다 기업을 살리겠다는 정책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달 4일 회생계획 인가를 앞둔 만큼 향후 한 달 동안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하다는 점을 법원과 채권단에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업 정상화 이후에는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지부장은 "홈플러스가 정상화된다는 것은 결국 책임 있게 운영할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것"이라며 "빠른 인수합병(M&A)이 이뤄져야 모든 것이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인수 의향을 보인 기업이 있느냐는 질문에 민 위원장은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향후 20일 안팎의 영업 성과가 홈플러스의 회생 가능성을 판단하고 채권단을 설득하는 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