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EU·日, 자국 브랜드 보호 강화
배터리 지원 늘린 한국
완성차 국내 생산 유인책은 공백

글로벌 전기차 정책의 무게중심이 소비자 구매 지원에서 자국 내 생산과 공급망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일본은 세제와 관세, 원산지 규정, 투자 지원을 결합해 자국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반면 한국은 배터리와 미래차 부품 지원을 확대하면서도 완성 전기차의 국내 생산을 직접 유도할 정책 수단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생산촉진세제 대상에서도 완성 전기차가 제외되면서 글로벌 생산거점 경쟁에서 정책 공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소비자 대상 전기차 세액공제가 종료된 이후에도 북미 생산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은 승용차의 역내 부가가치 비율을 75%로 높이고 노동부가가치 40%, 철강·알루미늄 역내산 구매 비율 70% 등의 요건을 적용한다. 이를 충족해야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올해 공동검토에서도 자동차 원산지 규정 강화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중국은 중앙정부의 구매보조금을 축소한 이후에도 전기차 취득세 감면과 지방정부 지원, 충전 인프라 및 공급망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직접적인 구매보조금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세제와 산업정책을 통해 BYD와 지리자동차 등 자국 업체의 생산 규모와 가격 경쟁력,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EU는 환경정책과 역내 제조업 보호를 직접 연결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가 올해 3월 채택한 산업가속화법(IAA) 초안은 전기차 공공조달과 공적지원에 EU 역내 최종 조립과 주요 부품 원산지 요건을 부과하는 것이 핵심이다. 배터리와 철강·알루미늄 등 소재까지 조건을 적용해 전기차 수요를 역내 완성차와 공급망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세부 규정은 조정될 수 있지만 전기차와 배터리 공급망을 ‘EU산’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방향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도 전기차 지원을 국내 제조업 기반 강화와 연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그린성장전략·경제안보추진법 등을 통해 반도체와 배터리 등 전략 품목의 국내 생산을 지원한다. 도요타와 닛산 등은 전고체 배터리 생산시설을 일본에 구축하고 덴소, 스미토모 등 부품사와 공동 R&D와 기술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구매보조금도 자국 산업 육성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재난 발생 시 외부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추가 지급했는데 당시 해당 기능은 대부분 일본산 전기차에 탑재됐다. 외부 급전 기능이 없는 수입차보다 차량 한 대당 보조금 상한이 10만엔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전기차 구매보조금과 개별소비세 감면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는 소비자의 구매 부담을 낮추는 제도다. 국내 생산이나 투자, 고용 확대를 유도하는 산업정책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국내 생산시설이 없는 수입 전기차도 구매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반면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기업에는 생산량이나 국내 부가가치 창출에 비례한 별도 혜택이 없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