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아래 올리브’ 김초엽 작가...“인간이라는 종보다 설명하기 어려운 한 사람을 쓰고 싶었다”[문화人터뷰]

입력 2026-08-0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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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장편 소설 ‘태양 아래 올리브’ 출간한 김초엽 작가 인터뷰

신앙과 과학, 믿음과 의심 사이를 오가는 두 사람의 여정 그려
“답을 말하기보다 각자 질문 하나씩 가져가는 소설 되었으면”

▲김초엽 작가가 4일 경기 고양시 덕은구의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김초엽 작가가 4일 경기 고양시 덕은구의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멸망한 세계와 비인간 존재를 상상해온 김초엽 작가가 세 번째 장편소설 ‘태양 아래 올리브’에서 한 사람의 마음으로 시선을 옮긴다. 이번 작품은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두 사람이 부딪히고 흔들리며 관계를 복원하는 과정을 그린다. 김 작가는 “인간이라는 종보다 설명하기 어려운 한 사람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고민은 이번 작품의 두 주인공 ‘이레’와 ‘솔민’을 통해 구체화된다. 수녀 이레와 과학 에디터 솔민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받아들인다. 이레가 믿음으로 타인에게 다가선다면, 솔민은 의심과 검증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 한다. 오랜 시간 등을 돌렸던 두 사람은 예기치 않은 사건을 계기로 다시 마주하고, 한 존재의 행방을 쫓으며 함께 길을 나선다.

최근 경기 고양시 덕은구 사무실에서 본지와 단독으로 만난 김 작가는 처음부터 두 사람의 관계를 작품의 중심에 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격도 사고방식도 완전히 다른 인물들을 한자리에 세워놓고, 거의 전쟁에 가까운 우정을 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처음부터 이레와 솔민을 하나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인물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도,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달랐기 때문이다. 이레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려 했지만, 원고를 쓰는 도중 방향을 바꿨다. 그는 “처음에는 이레 시점으로만 썼다. 그런데 몇 달 동안 쓰고 나서도 이야기가 잘 안 살아났다. 수녀라는 인물을 독자들이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게 솔민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김초엽 작가가 4일 경기 고양시 덕은구의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김초엽 작가가 4일 경기 고양시 덕은구의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이후 두 사람의 시점이 번갈아 이어지는 지금의 구성이 완성됐다. 한 사건도 누구의 눈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을 띠도록 설계한 것이다. 그만큼 집필 과정도 쉽지 않았다. 김 작가는 “한 역할에 깊이 들어가는 연기를 매일 다른 배역으로 바꿔가며 하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전날 솔민이, 다음 날에는 이레가 돼야 했다. 어떤 사실을 누가 먼저 알고, 어떤 감정을 누구의 입을 통해 드러낼지까지 세밀하게 조절해야 했다.

두 시점은 이야기의 형식을 넘어 작품의 핵심 질문과도 맞닿아 있다. 흥미로운 점은 두 시점의 교차가 서사 전략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 작가는 “타인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믿는 얘기다. 근데 믿는 거지 확신은 못 한다”라며 “인물들은 서로의 속을 볼 수 없지만, 독자는 두 사람의 마음을 모두 경험한다. 두 시점은 그 주제를 이야기의 형식으로 보여주는 방법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초엽 작가가 4일 경기 고양시 덕은구의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며 웃어보이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김초엽 작가가 4일 경기 고양시 덕은구의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며 웃어보이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이번 작품에서 김초엽 작가의 관심은 인간이라는 종보다 한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그는 예전에는 “인간이라는 종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인간의 조건을 이것저것 바꿔보는 작품을 많이 썼다”면서도 이번에는 “일반화할 수 없을 만큼 구체적인 개인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사람을 이해하려는 일 자체가 결코 단순하지 않다고 말한다. 상대를 이해하려는 순간 오히려 그를 하나의 틀 안에 가두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복잡한 존재를 조금은 단순화해 바라보는 일이 어떤 면에서는 폭력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런데도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들여다보려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철학적인 질문이 작품 전면에 놓여 있지만, 이야기는 쉼 없이 움직인다. 공간이 바뀌고 시점이 교차하면서 독자는 이레와 솔민을 번갈아 따라간다. 김 작가는 “독자들을 조금 정신없게 하고 싶었다”면서도 “질주하는 차에 타고 있으면 어디로 가는지는 잘 모르지만 차가 나를 싣고 가기 때문에 함께 갈 수밖에 없는 느낌으로 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자가 이레와 솔민 둘 다가 된 것처럼 두 사람의 친구가 되어 같은 차에 타고 가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공간의 이동만큼이나 시간 역시 작품을 관통하는 중요한 축이다. 그는 “시간은 추상적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분자 단위에서 보면 실제로 물질에 변화를 일으킨다”며 “그 변화가 뇌에 쌓여 기억이 되고 성격이 된다. 결국 우리가 세계를 받아들이고 반응하는 방식까지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이 나의 뇌와 몸, 나라는 총체에 남긴 흔적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믿음은 꼭 신앙이나 종교의 형태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에요. 누구나 끝까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있다고 믿기로 결정하며 살아가는 것들이 있잖아요. 타인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 그 사람이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는 것 역시 끝내 증명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우리는 그것을 믿기로 선택하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김초엽 작가가 4일 경기 고양시 덕은구의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김초엽 작가가 4일 경기 고양시 덕은구의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이레와 솔민의 관계가 다시 움직이는 것도 두 사람이 갑자기 같은 사람이 됐기 때문은 아니다. 두 사람은 여전히 다르고,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다만 이번 여정을 거치며 두 사람 모두 자신이 믿어온 세계에 작은 균열을 경험한다. 솔민은 과학이 인간의 마음을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지 다시 묻게 되고, 이레 역시 자신의 믿음을 새로운 시선으로 돌아보게 된다.

김 작가는 “그 균열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공간이 되는 것 같다. 상대의 세계관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동의하지 않아도, 자기 확신에 난 균열을 통해 다른 사람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독자들이 책을 덮은 뒤 하나의 답보다 저마다의 질문을 품고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이 두 캐릭터를 해석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친구가 되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복잡한 질문들이 많지만 그중 하나를 마음에 드는 질문으로 가져가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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