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공공기여…행정 관문 넘어도 사업성 장벽 [정비사업 병목 해부 ②]

입력 2026-08-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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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공공기여에 커진 분담금
사업성 확보가 공급의 관건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모습. (뉴시스)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모습. (뉴시스)

정비사업은 행정 절차가 진행돼도 사업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속도를 내기 어렵다. 사업성이 낮아질수록 주민 갈등이 커지고 사업 지연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비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것은 사업성이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부담, 금융비용과 공공기여, 임대주택까지 사업성을 압박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사업비가 늘어나면 조합원의 자금 부담도 커져 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정비사업은 예전처럼 높은 사업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원가 구조"라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의, 임대주택 공급비율은 재개발의 아킬레스건"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사업성이 낮은 지역일수록 부담이 더욱 크다고 호소한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으로 분담금이 5억~8억원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추가 규제까지 겹치며 조합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성 부족으로 좌초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정안맨션3차 소규모 재건축은 조합 설립 이후 3년 동안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지 못하면서 최근 조합설립인가 취소 절차에 들어갔다. 좁은 부지와 용적률 규제, 공사비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사업성이 악화했고 조합원 이탈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서대문구 홍제동 서강빌라 소규모 재건축 역시 낮은 사업성과 조합원 갈등으로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조합설립인가 취소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노원·도봉·강북 등 서울 외곽 재건축 단지는 강남권보다 일반분양 수익이 적어 공사비 상승분을 흡수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용적률 상향과 공공기여 기준 합리화 등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1기 신도시 정비사업도 사업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선도지구 지정으로 사업 추진 기반은 마련됐지만 사업시행계획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에서는 추가분담금과 주민 간 이해관계, 공사비 상승 등이 사업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후속 사업 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하려면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산신도시다. 일산은 기준 용적률이 300%로 분당(326%), 평촌·산본(330%), 중동(350%)보다 낮지만 공공기여 기준은 동일하게 적용돼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들은 기준 용적률을 350%로 상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기준 용적률을 초과할 경우 공공기여 비율이 크게 높아져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정비사업 지연은 공사비 상승과 사업비 부담, 이주비 대출과 지위양도 금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 개선과 함께 공사비 분쟁을 줄일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공급 속도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도 "과거에는 입지와 분양가가 사업성을 좌우했다면 지금은 공사비 상승 속도가 분양가 상승을 앞지르면서 사업성 구조 자체가 달라졌다"며 "입지가 좋은 지역도 공사비와 자금조달 여건에 따라 사업 속도가 좌우되는 만큼 사업성이 낮은 지역은 용적률 완화와 임대주택 부담 조정 등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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