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인재 키운다더니 뒷걸음질 치는 영재교육 [그 많던 영재는 어디로 갔나 ③]

입력 2026-07-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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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교육’ 낙인에 후퇴하는 영재교육
AI·반도체 인재 육성 강조 속 정책 엇박자
“학령인구 줄어도 영재교육 투자는 계속돼야”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AI·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 양성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미래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는 영재교육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 기회의 형평성을 강조하는 정책 기조 속에서 영재교육 기반은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영재교육을 ‘엘리트를 선발하는 제도’로 바라보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재교육은 성적 상위권 학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수월성 교육이 아니라, 특정 분야에서 높은 잠재력과 일반 교육과정만으로는 충족하기 어려운 교육적 요구를 보이는 학생에게 적합한 교육을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설명이다.

30일 이미나 한국교육개발원(KEDI) 영재교육연구센터 연구원은 “영재교육은 일부 학생에게 특혜를 주는 제도가 아니라 학생의 잠재력과 특성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는 공교육의 한 축”이라며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만이 공정은 아니며, 학생마다 다른 교육적 요구에 맞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역시 공교육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영재교육의 중장기 정책 방향을 담은 ‘제5차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2023~2027)’에서 영재교육의 비전을 ‘사회 각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창의적 인재 양성’으로 제시했다. 잠재력 있는 인재 발굴과 학생 맞춤형 교육 확대, 소프트웨어(SW)·AI 영재교육 강화, 영재학급·영재교육원 내실화, 교원 전문성 강화 등을 주요 과제로 담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영재학급이 빠르게 줄면서 영재교육의 저변도 함께 위축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지속 가능한 영재교육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학생들이 학교에서 처음 영재교육을 접하고 잠재력을 발견할 기회는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교육부는 학생 수나 기관 수를 늘리기보다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영재교육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학교 영재학급은 줄었지만 대학과 교육청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영재교육원을 중심으로 내실화를 추진하는 것도 질적 재편의 한 방향이라는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영재학급이 계속 줄어드는 데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영재교육원은 대학의 역량을 활용해 더욱 내실 있게 운영되는 측면이 있는 만큼, 반드시 영재학급만 늘어나는 구조여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이나 학생 수보다 학생들이 자신의 특성과 잠재력에 맞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을 내실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학생과 학교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교육부가 강조하는 ‘질적 고도화’ 역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교육 기반이 축소되면 교원 연수와 프로그램 개발도 함께 위축돼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규 서경대 교수는 “정책적 관심이 줄고 예산도 삭감되면서 영재교육 담당 교사 연수는 사실상 사라졌고 프로그램 개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운영비 상당 부분을 학부모가 부담하는 현실에서는 누구나 신청만 하면 참여하는 방식이 돼 영재성을 지닌 학생을 위한 영재교육이라는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2028년 이후 적용될 제6차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 수립에 착수할 예정이다. 교육계에서는 차기 계획에서 학교 현장이 안정적으로 영재교육을 운영할 수 있도록 재정과 교원 지원, 운영 체계를 함께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연구원은 “현재처럼 학교별 방과후학교 형태로 운영하는 방식이 최선인지, 여러 학교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거점형 모델이나 지역 공동 영재학급 등 새로운 운영 방식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6차 계획에는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격차를 반영한 새로운 영재교육 체계가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첨단산업 인재 확보를 국가 전략으로 내세우는 만큼, 영재교육 역시 미래 인재 양성 체계의 핵심 기반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영재교육까지 함께 축소하는 것은 미래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발굴하고 키우는 교육에 대한 투자는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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