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7시2분 경기도청원 화면 상단에는 ‘답변 대기 중·참여인원 1만3231명’이 표시됐다.
11일 등록된 ‘추미애 도지사 사퇴를 청원합니다’가 도지사 직접 답변 기준을 넘긴 것이다. 경기도 산후조리비 지원 종료 반대 청원에 이어 9일부터 14일까지 6일 사이 두 번째 청원이 답변 대상에 올랐다.
같은 날 산후조리비 종료 반대 청원의 참여 인원은 1만8863명으로 확인됐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3일 페이스북에서 산후조리비 종료 배경을 설명한 다음날 사퇴 요구 청원도 1만명을 넘었다.

'경기도 청원'은 30일간 1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성립하며 도지사는 성립일부터 30일 이내 직접 답변해야 한다.
다만 1만명 동의는 도지사에게 답변 의무를 부여하는 기준일 뿐 사퇴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는 아니다.
청원 동의자는 도민 전체를 대표하도록 설계한 여론조사 표본도 아니다. 두 청원에 같은 사람이 중복 참여했는지 확인할 수 없어 참여인원을 합산해 ‘3만여명의 반대’로 해석할 근거도 없다.
청원인은 경기도의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약 12%인데도 추 지사가 재정 비상을 선언하고 5465억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전세보증금 12억2000만원의 도지사 관사와 2027년 시·군 보조사업 도비 기준보조율 30% 적용, 산후조리비 종료도 사퇴 요구의 근거로 들었다.
청원인은 “무리한 예산삭감의 부작용이 도민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원문이 첫 근거로 제시한 ‘민주당 재정건전성 TF’의 정확한 명칭은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이 7월 구성한 ‘경기도 재정건전성 TF’다. 청원화면에는 TF 분석보고서 원문이나 인용 문장의 출처 링크가 첨부돼 있지 않아 분석에 사용한 기준 시점과 채무 범위는 청원 내용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청원문이 ‘법이 정한 위기 상황’으로 표현한 채무비율 25%도 구분이 필요하다. 현행 지방재정법 시행령 제65조의3은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25%를 초과하고 40% 이하이면 재정주의단체, 40%를 초과하면 재정위기단체 지정 검토 대상이 되도록 규정한다. 25%는 재정위기단체 기준이 아니다.
기준을 넘더라도 자동 지정되는 것은 아니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방재정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할 수 있다. 시행령은 채무비율 외에도 통합재정수지와 채무상환비, 지방세 징수액, 금고잔액, 공기업 부채비율을 관리지표로 두고 있다. 채무비율 약 12%만으로 도의 재정 상태나 재정비상선언의 타당성을 확정할 수 없는 구조다.
추 지사가 8월 5일 선포한 ‘경기도 재정 비상상황’은 지방재정법에 따른 재정위기단체 지정이 아니라 도 차원의 재정 대응 선언이다.
5465억원은 경기도가 8월19일 도의회에 제출한 2026년 2회 추가경정예산안의 기존 사업 감액 규모와 일치한다. 그러나 청원문이 표현한 것처럼 삭감이 최종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총 42조2420억원 규모의 추경안은 14일 현재 도의회 심사 중으로 본회의 의결 전이다. 심의 결과에 따라 사업별 감액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도는 부동산 거래 위축에 따른 지방세 수입 3000억원 감소 전망과 누적된 채무, 기금 소진을 추경 편성 배경으로 제시했다. 행사성·일회성 사업과 집행 부진 사업 등을 줄여 본예산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민생·복지·의료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관사와 관련해 확인된 계약 주체는 추 지사 개인이 아니라 경기도다. 도는 6월 도청 인근 전용면적 156㎡ 아파트를 전세보증금 12억2000만 원에 계약했고 추 지사는 7월부터 사용하고 있다. 계약 시점은 8월5일 재정비상선언보다 앞선다.
청원문은 추 지사가 해당 관사를 혼자 사용한다고 주장했지만 공개된 계약 내용만으로 실제 거주 형태까지 확인되지는 않는다. 경기도 관계자는 6일 연합뉴스에 “도정 업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곳에 관사를 얻었고 관련 규정에 따라 계약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시·군 보조사업 도비 지원율 30% 방침도 2026년에 이미 시행된 제도가 아니라 2027년 본예산 편성 원칙이다. 도는 9월3일 기존 보조율이 30%를 넘는 사업에는 기준보조율 30%를 적용하고, 의무부담 근거가 없는 국고 보조사업의 도비 지원은 단계적으로 정비하겠다고 31개 시·군에 알렸다. 시·군과 사전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내용도 공식자료에 포함됐다.
산후조리비는 추 지사의 재정 비상선언과 사업 종료 사이의 정책 변화를 보여주는 항목이다. 추 지사는 8월5일 전임 도정이 상당수 민생·필수사업의 예산을 9개월분만 편성했다고 비판했다. 당시 도가 공개한 마지막 3개월분 미편성 목록에는 경기도 산후조리비 약 80억원이 포함됐다.
도는 35일 뒤인 9월9일 해당 80억원을 추가 편성하는 대신 산후조리비를 9월30일 신청분까지만 지원하고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정부 첫 만남이용권과 시·군 출산지원금 등 유사 지원제도가 정착·확대됐다는 점을 종료 근거로 제시했다.
지원 종료 기준은 ‘9월 출생아’가 아니라 ‘9월 30일 신청분’이다. 산후조리비는 출생아 1명당 5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며 아이가 경기도에 출생 등록돼야 신청할 수 있다. 10월1일 이후 출생아는 종료 전에 신청할 방법이 없다. 9월 30일 이전에 태어난 아이도 이날까지 신청하지 않으면 기존에 안내된 출생 후 12개월의 신청 기간을 모두 사용할 수 없다.
추 지사는 13일 페이스북에 “민선 9기 도정이 임의로 예산을 깎은 것이 아니다”라며 산후조리비보다 예산 부족으로 중단될 상황이었던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을 이어가는 방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도는 당초 예산 660억 원에 296억 원을 추가해 올해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액을 956억 원으로 늘렸다.
추 지사는 같은 글에서 “사실상 모든 사업이 9월이면 종료되도록 불완전 예산을 짜뒀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8월5일 추 지사의 브리핑과 경기도 공식자료는 9개월분만 편성된 대상을 ‘상당수 민생·필수사업’으로 명시했다. 전체 사업과 특정 사업군으로 표현 범위가 다르다.
13일 게시글에는 10~12월 출산 예정 가정에 대한 경과 조치 여부와 관사 문제에 관한 입장은 담기지 않았다. 14일 오후 7시2분 현재 사퇴 청원 상세 페이지에도 경기도의 답변은 게시되지 않았다.
산후조리비 종료 반대 청원의 의견 수렴 기간은 10월 9일, 사퇴 청원은 10월 11일까지다. 경기도청원 운영 절차에 따라 추 지사는 각 청원 성립일부터 30일 이내 누리집 답글이나 동영상, 현장 방문 등의 방식으로 직접 답변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