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5건 중 1건 '요구 단계' 계류 파악
폭행·절도는 0.5% 그쳐…경제범죄에 집중
"유죄 증명 부족한 사건 많다는 의미" 해석

검찰의 보완수사권(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사가 직접 더 수사하거나 경찰에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수사 현장에서는 사실상 사기·배임·보험사기 등 경제범죄에 집중돼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검찰의 '더 수사하라'는 요구를 받고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의 비율은 보험사기가 폭행·절도의 43배에 달했다. 자금 추적과 고의성 입증 등 추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경제범죄일수록 보완수사 단계에 머무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23일 본지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오픈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통해 확보한 대검찰청 ‘범죄자 처분결과’를 전수 분석한 결과, 2024년 죄명별 보완수사요구 계류율(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뒤 기소·불기소 같은 최종 처분에 이르지 못한 채 남아 있는 인원의 비율)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이 21.5%로 가장 높았다. 보험사기 사건 5건 가운데 1건 이상은 보완수사 요구 단계에 머물렀던 셈이다. 그 다음은 도박 12.9%, 배임 5.4%, 사기 3.5% 순이었다. 모두 자금 흐름과 회계자료 분석, 범행 의도 입증이 중요한 경제·재산범죄다.
반면 폭행은 0.5%, 상해는 0.7%, 절도는 0.5%에 그쳤다. 2024년 전체 평균 계류율이 2.2%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범죄는 평균을 크게 웃돌았고 폭력·생활범죄는 평균의 4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보험사기와 폭행의 격차는 43배에 달했다.
사건 비중을 따져봐도 흐름은 같았다. 사기는 전체 처분 인원 가운데 17%를 차지했지만, 보완수사요구 계류 인원에서는 26%(8674명)를 차지했다. 전체 사건 비중보다 보완수사 단계에 남은 비중이 훨씬 더 컸다는 뜻이다. 계류 인원 규모만 놓고 보면 사기가 전체 범죄 중 가장 많았다.
경찰 단계에서부터 경제범죄 수사가 길어지는 점도 눈에 띈다. 대검찰청 ‘범죄사건 처리기간’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4년 기준 배임 피의자의 49.4%, 사기 피의자의 24.1%는 경찰 수사만 6개월 이상 걸렸다. 반면 폭행은 1.4%, 절도는 1.9%였다. 입증이 복잡한 범죄일수록 경찰 수사가 길어지고, 이후에도 검찰의 추가 수사 요구가 이어지는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형사사건을 주로 맡는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보완수사가 경제범죄에 쏠려 있는 것은 경찰 수사만으로는 유죄를 입증하기 어려운 사건이 많다는 뜻"이라며 "사기·배임·보험사기는 돈의 흐름뿐 아니라 피의자가 처음부터 속일 생각이 있었는지까지 따져야 한다. 경찰의 1차 수사만으로 사건을 완전히 마무리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수사 경험이 있는 한 검찰 관계자는 "전세사기 같은 경우 피해자가 여러 명이면 따로따로 고소하는데, 검사가 이를 모아서 보완수사를 해야 전체적으로 범행이 규명된다"며 "돌려막기를 하기 때문에 하나하나 보면 돈을 갚아 사기가 아닐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돌려막기가 드러난다. 기록만 보고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현재 검찰 보완수사권을 원칙적으로 없애되, 특정강력범죄와 성폭력·스토킹·아동학대, 보이스피싱 등 일부 범죄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함께 심사하고 있다. 예외 대상 안에서도 계류율은 갈렸다. 살인(0.4%), 강간(2.2%), 강제추행(1.2%), 성폭력(1.5%)은 평균과 같거나 낮았고, 보이스피싱 관련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은 3.9%,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는 4.9%, 성매수 범죄는 6.1%로 평균을 웃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