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급등하면서 계약자의 과도한 대물·자차 청구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자기부담금 제도'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량가액 상승과 외산차 보급 확대로 인해 현행 자기부담금 제도가 도덕적 해이를 막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보험을 청구하지 않는 선량한 가입자들의 보험료 인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심화하고 있는 분석이다.
12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자동차보험 자기부담금 제도의 평가와 개선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자차 담보는 건당 손해액과 사고발생률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반면 대물배상의 사고발생률은 낮아지는 추세다.
자차 사고발생률이 다시 높아지는 원인으로는 2011년 도입된 '비례공제형' 자기부담금 제도의 한계가 꼽힌다. 현재 자차 담보는 손해액의 20% 또는 30%를 가입자가 부담하되 하한 20만원에서 상한 50만원의 구간을 두고 있다. 이 제도는 도입 직후 청구건수를 감소시켰으나 15년이 지난 지금은 변화된 차량가액과 수리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2011년 평균 1072만원이던 자동차보험 차량가액은 최근(2020~2026년 평균) 1686만원으로 상승했다. 자차 건당 손해액 역시 2020년 180만 원에서 2025년 200만 원으로 올랐으며, 수리비 물가지수 상승률도 2023년 5.2%를 기록했다. 전체적인 수리비 규모는 커졌으나 가입자가 내는 최고 부담액은 50만원으로 묶여 있어 고액 수리비가 나오더라도 주저 없이 보험 처리를 선택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보험연구원이 국내 대형손해보험사의 보상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동일한 '경미손상 1유형(미미한 손상)' 사고임에도 자기부담금 상한액인 50만원을 선택한 그룹의 평균 자차 수리비는 439만원에 달했다. 반면 자기부담금 20만원 그룹의 평균 수리비는 82만원에 불과해 5.4배의 격차를 보였다.
자기부담금 50만원 그룹의 수리비가 높은 이유는 차량가액이 높고 외산차 비중(31.3%)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 차주는 경미한 손상 부위도 복원 수리 대신 부품 교환(수리비 대비 부품비 비중 60.5%)을 선호했다. 최고 50만원만 부담하면 나머지 수리비는 보험사가 보상해주기 때문에 과잉 수리를 억제하는 제도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셈이다.
문제는 손해율 상승 압박이 전체 가입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향후 보험료 할증분보다 당장 보험 처리로 아끼는 수리비가 더 크기 때문에 자차 청구가 빈번해지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자차를 청구하지 않는 일반 가입자들이 고가 차량 가입자의 보험금을 보조해주는 불합리한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변화된 자동차 시장 환경에 맞춰 자기부담금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단기적으로는 수리비 현실에 맞춰 자기부담금 상한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중장기적으로는 물적손해 할증금액 및 할인할증 제도와 연계한 종합적인 제도 개편과 함께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영국은 보험사가 정한 기본 부담금 외에 계약자가 자율적으로 자기부담금을 추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미국은 사고 유형에 따라 자기부담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전용식 선임연구위원은 "자기부담금 개정 이후 15년이 경과한 만큼 그동안의 수리비 증가, 외산차와 친환경차 보급 확대에 따른 차량가액 증가 등의 변화를 반영해 자기부담금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