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품질 뒷받침이 경쟁력 요체
소부장·B2B 전환⋯지속가능 꾀해야

7, 8월 한여름의 폭염이 시작되었다. 강렬한 햇빛은 단순한 더위를 넘어 피부에 직접적인 손상을 준다. 여름철 자외선 차단제가 필수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최근 글로벌 매체인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한국의 선크림을 가장 혁신적인 화장품으로 지목했다. 자외선 차단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넘어, 피부 진정과 보습 기능까지 구현하며 스킨케어의 영역으로 제품 위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이다.
혁신의 배경으로 이 매체는 자외선 차단과 메이크업의 완벽한 호환을 요구하는 한국 소비자의 엄격한 기준과 주문자개발생산(ODM) 방식이라는 인프라를 꼽았다. 특히 ODM 업체인 한국콜마를 조명하며, 향후 선크림이 미세먼지 및 열노화 방지 등 피부 면역 영역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선크림을 포함한 한국 화장품의 품질 경쟁력은 최근 화장품 수출의 증가로 이어졌으며, 내한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리스트 앞자리에 뷰티 편집숍 방문을 올려놓게 했다.
해외시장 가운데 K뷰티가 본격적으로 진출한 지역은 중국이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중국 대도시의 유명 백화점, 쇼핑가에는 한국 연예인의 대형 사진을 걸어놓은 K뷰티 매장이 즐비했다.
그러나 2016년 한국 내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보복 성격의 한한령(限韓令) 조치, 중국 화장품의 품질 상승, 그리고 애국 소비 확산 등으로 한국 화장품은 중국 시장에서 입지가 급격히 축소되었다. 최근 단체 관광객 증가와 함께 중국 내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다시 올라가고는 있지만, 과거의 압도적 위상과는 거리가 멀다.
과거 K뷰티가 중국 소비자에게 직접 완제품을 파는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방식이었다면, 현재는 한국 ODM이 혁신적 품질의 제품을 중국 브랜드에 공급해 시장에서 소비자를 만나는 B2B(기업 간 거래) 모델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글로벌 첨단 산업 이면에 일본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의 원천 기술이 자리하듯 화장품 산업도 마찬가지다. 고품질 중국 로컬 제품의 실체가 사실상 한국의 제형 기술에서 비롯되었다면, 이제는 광고판 너머의 뷰티 공급망 생태계로 시선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최근 한국콜마에서 제조해 중국 브랜드로 판매된 선크림과 중국 로컬에서 제조한 선크림의 소비자 리뷰 총 2만 건(각각 1만 건)을 머신러닝으로 비교 분석했다. 속성기반 감성분석이라는 텍스트 마이닝 기법을 활용해, 소비자가 단순히 제품을 호평했는지를 넘어 제형이나 향기 같은 특정 속성별 긍정·부정 수치를 추출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 ODM 제품을 극찬한 소비자라 할지라도 리뷰에 ‘한국’ 혹은 ‘콜마’라는 단어를 남기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분석 결과, 중국 소비자들은 한국콜마 제품에 대해 뚜렷하게 긍정 평가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첫째, 전체 리뷰보다 품질 요인만을 특정해 평가했을 때 한국콜마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중국 로컬 제품에 비해서 유의미하게 높았다. 품질을 따지고 평가하는 까다로운 소비자일수록 한국 ODM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는 K뷰티가 이미 한국 시장의 엄격한 테스트베드를 거쳤다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분석과 궤를 같이하는 결과다.
둘째, 이 연구에서는 품질 속성을 제형, 향기, 자외선 차단, 피부 자극 등 네 가지로 세분화한 결과, 특히 제형과 향기에서 한국 ODM 제품이 중국 로컬 제품을 크게 상회했다. 단순한 성분 배합을 넘어, 최적의 사용감과 안정성을 구현해 내는 정교한 제형 설계 기술에서 K뷰티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셋째, 중국 로컬 제품은 차단, 피부 자극 등 기본 성능에서는 한국 ODM과 거의 대등한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만 놓고 ‘2승 2무’라며 한국이 근소하게 우위라거나 중국이 턱밑까지 추격했다고 단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한국의 선크림은 이미 자외선 차단을 넘어 종합 스킨케어라는 새로운 영역에 진입해 있기 때문이다.
세계 유명 도시 쇼핑몰과 글로벌 소비자의 화장대에 K뷰티가 자리 잡은 것은 분명 괄목한 만한 성과다. 그러나 산업의 장기적 패권은 화려한 겉모습에만 있지 않다. 2026 북중미 월드컵 후원사 명단에 중국 기업은 즐비하지만, 일본 기업은 찾기 어려운 현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 산업계는 일찍이 소부장 및 B2B 비즈니스로 방향을 전환했다. K뷰티가 ‘보이는 한류’는 물론이고 ‘보이지 않는 제조·기술’의 형태로 진화,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