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도, 김밥집 사장님도 막혔다⋯높아진 문턱에 실수요자 한숨 [대출 브레이크의 역설]

입력 2026-07-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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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은행권 전방위 규제 폭탄에도 6월 가계대출 7.6조 급증
수도권 집값 상승·규제 전 '막차 수요' 몰려
정작 돈 필요한 실수요자·소상공인은 고금리 2금융권 밀려나

▲은행 가계대출 추이. (그래픽=손미경 기자)
▲은행 가계대출 추이. (그래픽=손미경 기자)

대출을 죄일수록 더 몰렸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가계부채를 잡겠다며 전방위적인 ‘대출 브레이크’를 밟고 나섰지만 오히려 은행권 가계대출은 2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지금 아니면 영영 못 빌린다’는 불안 심리가 막차 수요를 자극하면서다. 대출 총량은 예상보다 빨리 소진됐고 그 여파는 잔금과 생활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와 자영업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6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정책모기지론 포함)은 전월보다 7조6000억원 늘어난 1189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8월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도 대출이 급증한 것은 수도권 중심의 주택 거래 활성화와 기분양 단지 중도금 집행, 대출 한도 축소 전 자금을 확보하려는 선제 수요가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이 기간 주택담보대출은 4조3000억원 늘어난 945조원을 기록하며 석 달 연속 증가 폭을 키웠다. 코스피 ‘불장’에 따른 개인 주식투자 수요까지 맞물리며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도 3조3000억원 급증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은행권은 총량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연간 대출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대출 문턱을 잇달아 높이며 사실상 대출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가계대출 폭증을 막기 위해 10일부터 수도권 및 규제지역의 주택구입자금대출 최대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당장 반토막 내기로 했다. 신한·농협·기업은행 등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취급을 일시 중단하거나, 모기지신용보험(MCI) 가입을 제한해 소액 임차보증금을 대출 한도에서 차감하는 방어벽을 세우며 신규 대출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신용대출 역시 이미 지난달 말부터 주요 시중은행들이 최대한도를 1억원, 마이너스통장은 5000만원으로 묶어둔 상태다.

문제는 총량 규제가 투자 목적과 실수요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연간 대출 한도를 맞추기 위해 신규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잔금이나 생활자금이 필요한 차주들까지 함께 영향을 받는다.

올해 9월 말 아파트 잔금 납부를 앞둔 직장인 A씨는 최근 은행 신용대출 한도가 예상보다 줄면서 필요한 자금 3000만원을 마련하지 못했다. 결국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서너 배 높은 저축은행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 11월 잔금 지급을 앞둔 B씨 역시 추가 규제 시행 전에 대출을 받기 위해 매도인과 잔금일을 앞당기는 협상에 나섰다.

서민 자영업자의 상황은 더 어렵다. 서울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C씨는 신용점수가 800점대 후반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은행 창구에서 한도 소진을 이유로 신용대출을 거절당했다. C씨는 “두 달 전만 해도 모바일 앱으로 2000만원 정도 가능했던 대출이 갑자기 막혀 막막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각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한도가 예년보다 훨씬 빠르게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출상담사는 "은행들이 연간 목표치에 빠르게 근접하면서 연말로 갈수록 대출 승인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며 "잔금 일정이 정해졌다면 최대한 빨리 대출 접수를 진행하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총량 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영업을 위해 일정 수준의 대출을 취급하지만 하반기에는 목표 물량을 맞추기 위해 속도 조절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최근에는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런 현상이 더 빨리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가 장기화될수록 자금 수요가 은행 밖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투기성 대출을 억제하는 효과는 분명 있지만, 실제 사업자금이나 생활자금이 필요한 차주까지 함께 막히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며 "결국 실수요자들이 더 높은 금리의 2금융권이나 비은행권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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