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문 닫은 금융권도 한파…“규제와 원성 사이 진퇴양난” [대출 브레이크의 역설]

입력 2026-07-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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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량 압박에 여신 심사 보수화…은행권 “내주면 불이익, 거절하면 민원”
전문가 진단도 엇갈려…“총량관리 불가피” vs “핀셋 완화 필요”

(챗GPT AI 기반 편집 이미지)
(챗GPT AI 기반 편집 이미지)

가계대출 총량규제의 칼날이 매서워지면서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전방위 압박과 폭증하는 고객 민원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 금융당국의 관리 목표를 맞춰야 하는 은행들은 신규 대출 심사를 한층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잔금대출과 생활자금 등 실수요 대출까지 제약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는 탓이다. 투기성 대출과 실수요 대출을 구분하는 보다 정교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신규 여신 취급을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4월부터 올해 관리대상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지난해(1.7%)보다 낮은 1.5%로 제시하며 총량 관리를 강화했다. 총량 목표를 맞추지 못하면 향후 대출 한도 축소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은행권으로서는 창구 단계에서부터 심사를 깐깐하게 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은행권은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과 고객 민원 사이에서 진퇴양난이다. 대출을 내주면 총량 관리 부담이 커지고, 거절하면 차주 항의가 창구로 몰리는 구조다. 특히 하반기에는 은행별 대출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상담 단계에서 가능했던 건도 본부 승인 단계에서 막히는 경우가 생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총량이 차면 잘 진행되던 잔금대출도 본부 승인 단계에서 갑자기 막히는 경우가 있다”며 “창구에서는 고객 사정을 알아도 정부 정책상 어렵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을 거절하면 고객 항의와 민원 부담은 결국 창구 직원에게 돌아온다”며 “총량 관리가 강화될수록 현장에서는 방어적으로 심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총량규제가 실수요성 자금까지 같은 잣대로 묶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잔금대출, 생활자금, 의료비처럼 목적이 분명한 대출과 투자성 자금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면 실수요자 불편은 커지고, 차주는 더 높은 비용을 감수해 2금융권 등 대체 자금 조달에 나설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가계부채가 금융시장 안정성을 흔들 수 있는 만큼 총량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실수요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목적이 분명한 대출은 선별적으로 풀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부채를 잘못 관리하면 시스템 리스크가 커질 수 있어 거시적 총량 관리는 필요하다”며 “실수요자 범위를 은행이 일일이 판단하기 쉽지 않아 개별 사례만 놓고 보면 총량규제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대출을 받을 능력이 있는 사람까지 일률적으로 막는 양적 규제는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며 “잔금대출이나 생활자금처럼 실수요가 분명한 자금은 핀셋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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