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어떤 불복 방법도 없는 통고처분으로 완결...현저히 부당”

불복 수단이 없어 ‘권리구제 사각지대’로 지적돼 온 국세청 통고처분에 대해 대법원이 사후 구제의 범위를 넓혔다. 대법원은 위법한 세무조사에 근거한 통고처분은 효력이 없고, 납부자가 낸 벌금 역시 국가가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최근 건강보조식품을 수입하는 A 기업이 대한민국과 부산광역시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건은 부산지방국세청이 2018년 A 기업의 2014~2016년 사업연도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면서 시작됐다.
국세청은 조사 과정에서 A 기업에 조세포탈 혐의가 있다고 보고, 조사 범위를 2010~2016년 사업연도로 확대해 조세범칙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2013년 포탈세액이 있다며 A 기업에게 통고처분을 내리고 벌금 약 3억원을 납부하도록 했다.
조세범칙조사는 일반 세무조사와 달리 탈세 등 조세범죄 혐의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다. 조사 결과 혐의가 인정되면 국세청은 검찰에 고발하거나, 형사고발 대신 벌금을 내도록 하는 통고처분을 할 수 있다. 통고처분은 관련법에 따라 행정소송 대상이 아니므로 권리구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그런데 국세청은 이미 2014년에도 A 기업을 상대로 2011~2013년 사업연도 법인세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바 있었다. 이후 A 기업은 국세청이 이미 조사한 기간까지 다시 조사한 것은 위법한 중복 세무조사에 해당하므로 국가를 상대로 벌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중복 세무조사라는 절차상 하자가 있는 조세범칙조사에 근거한 통고처분이 효력이 있는지, 통고처분에 따라 낸 벌금을 국가에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였다.

대법원은 중복 세무조사 금지 원칙을 위반한 조세범칙조사에 근거한 통고처분은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조세범칙조사가 중복 세무조사 금지의 원칙을 위반하는 중대한 절차적 하자는 통고처분에까지 영향이 미친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런 하자가 존재하는 경우 해당 통고처분에는 절차적 적법성이 구비된 것으로 볼 수 없어 그 효력이 부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특히 통고처분의 권리구제 공백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대법원은 "통고처분이 어떠한 불복 방법도 허용하지 않고 그와 같이 형성된 법률관계를 그대로 완결시키는 건 현저히 부당하다"며 "만약 정식 불복절차를 거쳐 확정된 유죄판결에 따라 벌금을 냈다면 형사소송법상 재심절차로 권리구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했다.
또 "기납부된 해당 벌금 상당액은 소급해 법률상 원인을 흠결해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며 "납부자는 권리구제를 위해 국가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민사법원은 통고처분의 효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A 기업을 대리한 권형기 법무법인 평안 변호사는 "지금까지 법원은 통고처분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을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해 왔다"며 "중복 세무조사라는 절차상 위법을 이유로 통고처분에 따른 벌금 반환까지 인정한 대법원 판결은 이번이 최초"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통고처분은 기본적으로 다툴 수 없다는 게 원칙"이라며 "대법원이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해 납세자 권리를 보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