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회식 후 6차로 무단횡단 사망도 업무상재해"...과음으로 판단능력 저하 인정

입력 2026-07-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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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음 상태로 다른 거래처 회식 이동 중 무단횡단 사망
法 "회식서 부득이하게 과음...판단 능력 현저히 떨어져"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행정법원. (이투데이 DB)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행정법원. (이투데이 DB)

거래처와의 회식을 마친 뒤 다른 거래처 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다 무단횡단 사고로 숨진 근로자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회식에서 불가피하게 과음해 판단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무단횡단을 한 만큼,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3부(진현섭 부장판사)는 최근 사망한 근로자 A 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 씨는 한 회사의 영업팀에서 근무하던 중 2024년 4월 거래처 B와 회식을 마친 뒤 또 다른 거래처 C·D와의 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했다. A 씨는 이동 중 서울 중구의 왕복 6차로 도로를 무단횡단 하다 승용차와 화물차에 잇따라 치여 숨졌다.

A 씨의 배우자는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라며 유족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단은 "거래처 C·D와의 회식 참석 여부는 강제성이나 시급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동하는 과정에서 무단횡단을 함에 따라 이 사건 사고를 유발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노무관리 또는 사업 운영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행위로 판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회식에서 부득이하게 과음해 판단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였다며 공단의 부지급 처분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거래처 C·D와의 회식은 망인이 파트장으로 부임한 이후 처음 예정된 공식 일정이었을 뿐만 아니라 각 거래처의 대표가 직접 참석하는 자리였다"며 "1파트 파트장이 된 망인으로서는 선약을 이유로 위와 같은 회식에 불참하기가 곤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령 사업주가 망인에게 회식에 참석할 것을 강제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망인이 담당한 영업 업무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각 거래처의 대표가 직접 참석하는 회식에 참석을 거절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망인은 거래처 B와의 회식에서 소주 3병, 맥주 500cc 2잔 정도를 마심으로써 과음했다"며 "당시 망인과 함께 거래처 B와의 회식에 참여했던 다른 직원이 음주를 하지 못해 망인이 불가피하게 평소보다 더 과음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A 씨가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가진 상태였다면 쉽사리 왕복 6차로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시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제한속도를 위반한 상대차량 운전자의 과실 등도 이번 판결에 함께 고려됐다.

이동현 법무법인 신진 대표변호사는 "무단횡단은 통상적으로 업무와 관련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법원이 과음에 이르게 된 경위를 자세히 살펴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점이 특징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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