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팔면 우리가 만든다"…美 제재, 오히려 中 키웠다 [중국 반도체 굴기 2026 中]

입력 2026-07-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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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CXMT·YMTC 중심 국산화 가속
AI칩부터 메모리까지 생태계 구축


AI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국내 반도체 업계는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호황의 이면에서는 중국 반도체 산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과거 성숙 공정과 범용 제품에 머물렀던 중국 업체들은 정부 지원과 대규모 투자, 인재 확보를 바탕으로 메모리 분야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일부 영역에서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이 한국 기업을 위협할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AI 특수가 언젠가 정상화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한국 반도체 산업이 어떤 경쟁 환경과 마주하게 될 것인지, 그리고 지금의 호황이 끝난 이후에도 기술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을지 살펴본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에 대한 대중 규제를 강화할수록 중국은 자체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산 기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화웨이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을 중심으로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AI칩과 메모리, 파운드리, 장비까지 아우르는 공급망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지난달 중국 최대 D램 업체인 CXMT와 낸드플래시 업체 YMTC를 다시 '중국 군사기업(1260H)' 명단에 포함하며 중국 첨단 반도체 기업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1260H는 즉각적인 수출 금지 조치는 아니지만 미 국방부와의 계약을 제한하고 향후 정부 조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명단이다. 지난 2월 공개됐다가 철회된 명단에서는 제외됐던 CXMT와 YMTC가 이번 발표에서 다시 포함되면서 미국의 대중 견제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맞서 반도체 자립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AI칩에서는 화웨이가 미국산 반도체의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고 메모리에서는 CXMT와 YMTC가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의 제재가 중국 기업들의 자체 공급망 구축과 국산화 전략을 앞당긴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화웨이다. 미국의 제재 이후 자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중심으로 AI 반도체 개발을 이어왔고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SMIC와 협력해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어센드(Ascend)' 시리즈를 앞세워 중국 AI 서버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산 AI칩 공급이 제한되자 중국 빅테크와 AI 기업들도 화웨이 칩 채택을 늘리며 국산 생태계 강화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올해 중국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 점유율이 지난해 약 40%에서 8%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화웨이 점유율은 5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옴디아도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 AI 기업들이 화웨이 반도체 채택을 확대하며 자급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메모리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CXMT는 DDR5 양산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렸고 YMTC도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글로벌 공급망에서도 감지된다. 애플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중국 판매용 제품에 CXMT와 YMTC 메모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받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메모리 업체가 글로벌 빅테크의 공급망 후보로 거론된 것 자체가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

중국이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자체 반도체 생태계를 키울 수 있는 배경으로는 거대한 내수 시장이 꼽힌다. 양광레이 전 TSMC 연구개발(R&D) 임원은 "지금의 중국은 시장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자체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며 "화웨이는 완성품 수요를 기반으로 하이실리콘과 SMIC 같은 협력사들을 함께 성장시키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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