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1호점서 청산 기로까지…굴곡의 30년[문닫는 홈플러스 파장]

입력 2026-07-0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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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테스코·MBK 거친 30년 부침
회생절차 폐지로 유통망 재편 분기점

▲(사진=AI 생성)
▲(사진=AI 생성)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청산 기로에 섰다. 삼성물산 유통부문을 모태로 출발한 지 3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가운데 테스코와 MBK파트너스를 거치며 성장과 부침을 반복한 끝에 중대 갈림길을 맞았다.

3일 유통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14일 이내 자금을 조달해 즉시항고에 나서면 폐지 결정이 취소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다만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으면 폐지 결정은 확정되고 포괄적 금지명령도 해제된다.

홈플러스는 1997년 9월 대구에 삼성홈플러스 1호점을 열며 영업을 시작했다. 삼성물산 유통부문에서 출발한 홈플러스는 이마트와 함께 국내 대형마트 시장을 대표하는 유통채널로 성장했다. 하지만 출발 직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삼성물산은 1999년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에 경영권과 지분 49%를 넘겼다. 이후 홈플러스는 삼성물산과 테스코의 합작법인인 삼성테스코 체제로 새 출발했다.

삼성테스코 체제에서 홈플러스는 공격적으로 몸집을 키웠다. 2005년 부산·경남지역 유통업체 아람마트를 인수했고 2008년에는 이랜드그룹의 홈에버를 품었다. 점포망 확대를 바탕으로 이마트·롯데마트와 함께 국내 대형마트 시장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았다.

2011년에는 테스코가 삼성물산이 보유하던 잔여 지분을 모두 사들이며 홈플러스 지분 100%를 확보했다. 이로써 삼성물산은 사실상 유통업에서 손을 뗐고 홈플러스는 테스코의 완전자회사로 전환됐다. 그러나 테스코 체제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모회사인 테스코가 2014년 분식회계 스캔들에 휘말리고 실적 부진에 따른 자금 압박을 받으면서 한국 사업 매각에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홈플러스는 2015년 다시 매물로 나왔다.

이때 인수자로 등장한 곳이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였다. MBK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와 캐나다공무원연금, 테마섹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약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국내 대표 대형마트가 사모펀드 품에 안긴 순간이었다.

MBK 인수 이후 홈플러스는 재무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일부 매장을 매각한 뒤 다시 빌려 쓰는 재임차 방식을 추진했다. 2016년 일부 매장 매각 후 재임차가 진행되면서 단기 유동성 확보에는 도움이 됐지만 장기적으로는 임차료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 사업 환경도 악화됐다. 온라인 쇼핑 확대와 소비 패턴 변화로 대형마트 업황이 둔화했고 홈플러스는 점포 경쟁력과 재무 부담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을 추진했고 11월부터는 납품업체 대금 지급 지연과 지연이자 문제가 불거졌다.

결국 홈플러스는 올해 3월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당시 홈플러스는 전 매장 정상 운영 방침을 밝혔고 서울회생법원도 회생절차 개시 결정과 함께 사업 계속을 허가했다. 영업을 유지하면서 회생계획을 마련해 정상화를 모색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회생계획안 마련과 자금 조달이 난항을 겪으면서 법원은 회생 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확정될 경우 점포 정리와 고용 문제, 납품업체 피해, 지역 상권 영향 등이 연쇄적으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단순한 한 기업이 아니라 전국 점포와 협력업체, 근로자가 얽힌 대형 유통망"이라며 "향후 절차에 따라 대형마트 시장 구조와 지역 유통 생태계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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