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수준 규율 적용”⋯전문가들이 제시한 개혁 해법 [신협, 그들만의 왕국 ⑧]

입력 2026-07-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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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신협 총자산 160조원⋯금융회사 수준 역할·규모
“동일 기능·동일 규제 적용⋯사후대응 아닌 예방 체계로”
책무구조도 도입·조합원 견제 강화 등 개혁 과제도 제시

신협은 전국 800여 개 지역조합을 거느린 대표 상호금융기관이다. ‘조합원이 주인’을 표방하지만, 이사장의 장기 재임과 반복되는 금융사고, 내부통제 논란은 신협의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본지는 법원 판결문과 전국 신협 조합 전수조사 결과, 제재 공시 등을 분석하고 현직 직원과 전문가들을 심층 취재했다. 고문제도·상임임원 운영 실태를 시작으로 ‘그들만의 왕국’을 떠받쳐 온 신협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의 구조적 허점을 짚어본다.

(AI 생성)
(AI 생성)

신협의 반복되는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실패는 개별 직원의 일탈보다 지배구조와 감독체계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협동조합이라는 법적 형태와 달리 사실상 금융회사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동일 기능·동일 규제’ 원칙에 맞춰 지배구조와 감독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신협이 협동조합이라는 이유로 금융회사 수준의 규율을 적용받지 않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용사업 중심의 영업 구조와 자산 규모를 감안하면, 이에 걸맞은 지배구조와 감독체계를 마련해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자산 규모는 이미 지방금융지주와 견줄 수준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상호금융기관 전체 자산 규모는 2023년 기준 1000조원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신협 자산은 약 150조원으로 전체 상호금융권의 약 15%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은 160조7000억원으로 지방금융지주인 BNK금융지주(161조1000억원)와 큰 차이가 없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호금융의 정체성 확립 및 감독체계 개편’ 보고서에서 준조합원과 비조합원 대상 신용사업이 확대되면서 상호금융기관의 영업 구조가 일반 금융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동일 기능·동일 규제 원칙이 적용되지 않으면 규제 차익이 발생하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기관으로 위험자산이 쏠릴 수 있다”며 “금융 기능에 대해서는 동일 기능·동일 규제 원칙에 맞춰 감독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학계 시각도 비슷했다. 금융법 전문가인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협은 공동유대를 기반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비조합원 대출이 크게 늘고 신용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실상 금융기관”이라며 “이 정도 규모와 기능이면 협동조합이라는 이유만으로 금융회사 수준의 규율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동일 기능·동일 규제 원칙에 따라 금융사지배구조법을 모델로 한 지배구조 체계를 마련하고, 내부통제와 준법감시(컴플라이언스)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논문 ‘상호금융기관 지배구조 개선방안’에서도 같은 방향의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시했다.

또 이 교수는 2023년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를 떠올리며 신협도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복형제인 신협 역시 비슷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데, 사고가 터질 때마다 대출 규제만 반짝 강화하는 식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며 “사후 대응보다 예방 중심의 지배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감독체계를 금융당국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용사업은 사실상 금융업인 만큼 금융위와 금감원이 검사·감독과 제재 권한을 직접 행사하는 방향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연체율 관리와 대손충당금 적립, 유동성 규제 등 건전성 기준도 금융회사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교수는 “상호금융이 가진 지역·서민금융이라는 설립 취지를 고려해 자산 규모가 작은 지역 조합에는 규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유예 기간을 두거나 차등 적용하는 등 단계적인 연착륙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영진 책임을 명확히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협에도 책무구조도와 같은 내부통제 체계를 도입해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진에게 실질적인 책임을 묻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궁극적으로는 조합원 총회와 대의원회의 기능을 강화해 더 많은 조합원이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국회에서도 신협법 개정 논의가 시작된 만큼, 지배구조와 감독체계 개편, 내부통제 강화 등 전문가들이 제시한 개혁 과제가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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