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도부터 심사·사후관리까지⋯대출 전 과정 ‘구멍’ [신협, 그들만의 왕국 ④]

입력 2026-07-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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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협은 전국 800여 개 지역조합을 거느린 대표 상호금융기관이다. ‘조합원이 주인’을 표방하지만, 이사장의 장기 재임과 반복되는 금융사고, 내부통제 논란은 신협의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본지는 법원 판결문과 전국 신협 조합 전수조사 결과, 제재 공시 등을 분석하고 현직 직원과 전문가들을 심층 취재했다. 고문제도·상임임원 운영 실태를 시작으로 ‘그들만의 왕국’을 떠받쳐 온 신협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의 구조적 허점을 짚어본다.

최근 3년간 제재 공시 564건 전수 분석
대출·여신 관련 문책 사례 전체 50.4%
“이사장·임원 의사 거스르기 어려운 구조”

최근 3년간 신협 조합 제재의 절반 이상이 대출·여신 관련 규정 위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취급 전 과정에서 위험을 걸러내야 할 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이다. 이사장 장기 재임과 허술한 감독 체계 등 구조적 문제가 대출 현장의 통제 기능을 무력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본지가 2023년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신협중앙회가 조합에 내린 제재 공시 564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대출·여신 관련 문책사항이 포함된 사례는 총 284건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50.4%에 달하는 수치로, 대출 취급 전반의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유형별로는 비조합원대출한도 위반이 63건으로 가장 많았다. 업종별 대출한도 위반은 53건, 담보대출 취급 부적정은 44건으로 뒤를 이었다. 동일인 대출한도 위반과 대출금리 적용 부적정, 시설자금대출 취급 부적정, 여신업무 부당 취급 등도 반복됐다.

문제는 특정 규정 위반이 아니라 대출의 시작부터 끝까지 방어선이 뚫렸다는 점이다. 대출 한도 관리부터 담보 심사와 자금용도 확인, 대출 실행, 사후관리까지 이른바 ‘대출의 생애주기’ 전반에서 허점이 드러났다. 돈을 빌려주기 전에도, 빌려준 뒤에도 위험을 걸러내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수도권 신협의 17년 차 직원 강모 씨는 “대출은 결재라인과 여신심사, 여신감리, 마지막으로 중앙회 감사까지 여러 단계의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필터링 장치 가운데 어느 한 단계만 제대로 작동했어도 대출 관련 제재가 절반을 넘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직원 개인 일탈을 넘어 조합 차원의 관리 부실을 드러내며 임직원이 무더기로 문책을 받는 사례가 잇따랐다. 올해 1월 제재를 받은 강원 서원주신협은 담보대출 취급 부적정과 동일인대출한도 초과, 비조합원대출한도 초과 취급 회피는 물론 검사업무 방해(검사정보 유출)까지 적발됐다.

여기에 채무조정업무 처리 부적정과 고액현금거래보고 업무 불철저 등도 확인되면서 임원 11명과 직원 12명 등 총 23명이 징계를 받았다. 이 가운데 임원 개선(해임 조치) 1명과 직무정지 1명, 직원 징계면직 1명과 정직 1명 등 고강도 중징계 대상자도 포함됐다.

대출 심사 기능마저 무너진 사례도 있었다. 올해 4월 제재를 받은 경남한의사신협은 담보대출 취급 부적과 비조합원대출한도 초과 취급이 적발됐다. 대출심사가 부실하게 이뤄진 데 이어 대출금이 용도 외로 사용되면서 임원 3명과 직원 4명이 문책을 받았다.

지난해 3월에는 전북 지역 6개 신협이 모두 ‘대출 사후관리 불철저’를 이유로 같은 날 제재를 받기도 했다. 특정 조합의 일탈이 아니라 동일한 유형의 내부통제 부실이 여러 조합에서 반복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신 취급과 감사실 업무를 주로 담당했던 수도권 신협의 22년 차 직원 윤모 씨는 “실무진이 대출의 위험성을 인지해도 이사장이나 임원의 의사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다”며 “여신심사역이 반대 의견을 내면 ‘이번만 좀 해달라’며 사정하고 결국 승인되는 경우도 있다. 내부통제는 그렇게 무너져 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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