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길 열고 플랫폼이 판 키운다… K-소비재 수출, ‘역직구 생태계’ 강화 잰걸음

입력 2026-07-0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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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2030년까지 '국가대표 역직구 플랫폼' 10개 육성
G마켓·11번가, 동남아·중국 빅테크와 손잡고 영토 확장
단발성 보조금 탈피, '플랫폼'이 중소기업 수출 인프라로 진화

▲G마켓-11번가 역직구 비교표 (이투데이 그래픽팀=손미경 기자)
▲G마켓-11번가 역직구 비교표 (이투데이 그래픽팀=손미경 기자)

정부가 K-소비재 중소기업의 수출을 지원하는 방식을 전면 개편, 민간 이커머스 플랫폼을 ‘수출 인프라’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G마켓과 11번가 등 주요 플랫폼은 글로벌 네트워크 및 물류 시스템을 고도화하며 중소 셀러(판매자)의 해외 진출 문턱을 낮추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1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과거 개별 기업에 단발성 보조금을 지급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이커머스 플랫폼을 수출 인프라로 삼는 ‘역직구(해외 직판)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역직구는 전통적인 수출 방식과 달리 복잡한 무역 절차를 거치지 않고 중간 유통 마진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크다. 이로 인해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에선 이미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해외 영토 확장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어 정부의 정책 방향과 기업의 현장 전략이 맞물려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4일 ‘제2차 민관합동 수출확대회의’를 열고 2030년까지 ‘국가대표 K-역직구 플랫폼’ 10개 육성 방안을 논의했다. 핵심은 중소기업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해외 인증과 물류, 판로 개척을 플랫폼과 수출지원기관이 한데 묶여 해결하는 ‘K-소비재 캐리어’ 시스템의 가동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발급할 수 있는 해외 시험·인증서를 현행 212종에서 2028년까지 500종으로 2배 이상 확대한다. 인증 취득에 실패해도 비용 보전 비율을 기존 50%에서 70%로 상향해 기업의 도전 부담을 낮춘다. 아울러 할랄 시장 진출을 노리는 중소기업을 위해 100억원 규모의 무역진흥자금 저리 융자를 지원한다. 중소 셀러가 인천 물류센터까지만 상품을 보내면 통관과 국제 배송을 플랫폼이 전담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정부가 역직구 확대의 판을 깔자, 민간 플랫폼들도 이미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판을 키우고 있다. G마켓은 동남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인 라자다(Lazada)와의 연동 판매 상품 수를 기존 700만 개에서 3000만 개로 4배 이상 확대했다. 이번 개편으로 기존의 무료배송 상품뿐만 아니라 유료배송, 조건부 무료배송 상품까지 모두 해외 판매가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국내 G마켓 셀러 1만 7000여 곳의 상품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5개국 소비자 1억 6000만 명에게 곧바로 노출된다.

▲G마켓의 역직구 성과 표. (사진제공=G마켓)
▲G마켓의 역직구 성과 표. (사진제공=G마켓)

G마켓 관계자는 “과거에는 해외 판매를 위해 별도 해외법인이나 유통망 확보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국내 물류센터까지만 상품을 보내면 전 과정이 해결된다”며 “전체 상품을 대상으로 지원 대상군이 확대된 만큼, 더 많은 중소 셀러들이 해외 판로를 넓힐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효과는 숫자로 증명됐다. 올해 상반기 G마켓의 라자다 판매 거래액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102% 증가했다. 특히 뷰티 상품의 인기가 독보적인 가운데, 최근에는 디지털 가전과 육아용품으로 수요가 확산하는 추세다.

11번가도 기존의 아마존 직구 사업을 종료하는 대신 중국 징둥닷컴의 크로스보더 플랫폼 ‘징둥월드와이드’에 ‘11번가 전문관’을 전격 오픈했다. 연간 활성 소비자 7억 명을 보유한 징둥닷컴의 메인 화면에 노출되는 구조로, 미디어와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한류 확대로 인기가 높은 K뷰티, K푸드, K패션 등 350여 개 K브랜드를 앞세워 중국 역직구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인 ‘618 쇼핑 페스티벌’과 연계해 15% 할인 등 파격적인 프로모션도 진행 중이다. 11번가 관계자는 “많은 서류가 필요한 입점 과정, 복잡한 통관 절차, 물류비 부담 등으로 높았던 역직구 시장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추기 위해 판매자 친화적 운영에 가장 신경을 썼다”며 “국내 판매자가 배송이나 마케팅 등 초기 부담 없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구체화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판매자는 중국 고객의 주문이 발생했을 때 해당 상품을 11번가 물류센터에 입고시키기만 하면 된다. 11번가가 제품을 매입한 뒤 해상운송, 통관, 중국 내 배송, 고객 응대(CS), 마케팅, 세금 처리 등 이후 발생하는 모든 과정을 전담한다. 이 서비스는 별도 비용이 없어 판매자는 물류비나 수수료, 세금 등에 대한 복잡한 계산 없이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만 집중할 수 있다.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이 이처럼 새로운 수출 인프라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전후 급부상한 K콘텐츠 열풍이 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K푸드, K뷰티 등 소비재 구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역직구 시장의 체급 자체가 달라진 것. 여기에 해외에서의 한국 상품 수요 급증, 물류 시스템 진화에 따른 배송 속도 단축,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인한 번역 등 판매 제반 업무의 간소화 등 긍정적인 사업 환경 변화가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인증 확대와 저리 융자 지원이 민간의 영토 확장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본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이 단순한 상품 중개를 넘어 ‘수출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무신사, 올리브영, 컬리 등 자체 역직구 인프라를 갖춘 전문 플랫폼들의 글로벌 진출 속도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추진하는 해외 인증 완화와 금융 지원이 현장에 안착한다면 중소 셀러들의 상품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며 “정부 정책과 민간 플랫폼의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도는 ‘역직구 생태계’가 K소비재 수출의 새로운 공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징둥월드와이드가 11번가 전문관 오픈한 화면. (사진제공=11번가)
▲징둥월드와이드가 11번가 전문관 오픈한 화면. (사진제공=11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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