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이겼습니다' 등 쉬운 단어로 구성...큰 글자ㆍ삽화도

지적장애인이 당사자인 소송에서 이해하기 쉬운 문장과 그림으로 설명하는 '쉬운 판결문'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강우찬 수석부장판사)는 25일 지적장애인 A 씨가 양천구청장을 상대로 낸 '장애정도 미해당 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하며 '이지리드(easy-read)' 판결문을 제공했다.
이지리드 판결문은 간명한 글과 의미 전달을 보조하는 삽화 등으로 구성돼 발달장애인, 농인, 아동·청소년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판결서를 뜻한다. 대법원이 올해부터 시행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사법지원 예규'에 따라 작성된 첫 이지리드 판결문이다.
법원은 A 씨가 이겼다는 판결 선고를 이해하기 쉽게 작성했다. 재판부는 "법원은 당신을 지적장애인으로 인정합니다. 이제 구청은 A 씨에게 장애인을 위한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라고 썼다.
이어 구청 측이 A 씨를 지적장애인으로 인정하지 않은 이유, 법원이 구청의 결정이 틀렸다고 판단한 이유, 선고에 따라 구청 결정이 사라진다는 결과 등을 친절하게 풀어썼다. 또한 일반 판결문보다 큰 글자로 작성하고, 삽화를 넣어 판결 내용을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법원 관계자는 "판결문에 삽입된 이미지는 대규모언어모델(LLM) 인공지능(AI)에게 학습시켜 간편하게 생성했다"며 "2021년경 이지리드 판결문을 작성할 당시와 비교했을 때 제작이 훨씬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20대인 A 씨는 2023년 11월 양천구청에 지적장애인 등록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구청은 국민연금공단에 장애 정도 심사를 의뢰했는데, A 씨가 지적장애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회신받았다. 구청은 이 심사 소견을 근거로 A 씨를 지적장애인으로 볼 수 없다고 결정했다.
공단은 A 씨의 장애정도 심사용 진단서 등에 지적장애 판단 기준인 지능지수인 70점보다 낮은 65점으로 기재되어 있지만, 지적장애 미해당 판정을 받은 이후 추가적인 인지 저하를 일으킬만한 소견이 없다며 위와 같이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장애인복지법령이 정한 지적장애는 단순히 지능지수만으로는 판단될 수 없고, 결국 그 지적 능력 손상으로 인하여 일상 및 사회 생활에서의 상당한 제약이 있는지로 판단돼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