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유한 것은 일반인의 유전체가 아니라 질환이 있는 환자의 유전체 데이터입니다. 이 데이터에는 왜 환자가 아픈지에 대한 단서가 담겨 있습니다.”
2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희귀 유전질환 진단기업 쓰리빌리언이 10만 건 이상의 환자 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신약개발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질환을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 데이터에서 새로운 치료 표적을 발굴해 신약개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파벨 프린트세프(Pavel Printsev) 쓰리빌리언 신약개발사업총괄(CBDO)은 최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2026(바이오 USA)’에서 본지와 만나 “올해 바이오USA에서 다양한 글로벌 기업 및 연구기관과 협력해 신약개발 속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쓰리빌리언은 그동안 희귀질환 진단 기업으로 알려져 왔다. 회사는 현재까지 10만 건이 넘는 희귀질환 환자의 유전체·임상 데이터를 축적했으며 AI 기반 변이 해석 기술을 고도화해왔다. 최근에는 이 같은 데이터를 신약개발에 활용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환자 데이터에서 질병 발생과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를 찾아 새로운 치료 타깃을 발굴하고 단백질 내 약물이 결합할 수 있는 새로운 포켓(Pocket)을 탐색해 기존에 약물 개발이 어려웠던 표적까지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파벨 총괄은 “환자 유전체 데이터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질병의 원인을 설명하는 생물학적 단서를 담고 있다”며 “AI를 활용해 데이터 속 패턴을 분석하면 새로운 치료 타깃과 약물 결합 부위를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쓰리빌리언의 경쟁력으로 독자적인 데이터 자산을 꼽았다. 파벨 총괄은 “AI 신약개발 기업은 많지만 누구나 동일한 데이터를 보유한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 데이터는 희귀질환 환자를 중심으로 축적된 실제 임상·유전체 데이터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AI 신약개발 업계에서는 화합물 설계보다 ‘유효한 치료 타깃 발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신약개발 실패의 상당수가 초기 타깃 검증 단계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쓰리빌리언은 환자 데이터와 AI 기술을 결합해 타깃 발굴부터 후보물질 설계, 비임상 검증 지원까지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10여 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했으며 가장 앞선 프로젝트는 히트 투 리드(Hit-to-Lead)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파벨 총괄은 “신약개발은 혼자 하는 것보다 각자의 강점을 가진 기업들이 함께할 때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며 “우리는 새로운 타깃과 포켓을 찾는 데 강점이 있고 다른 기업들은 특정 질환 분야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서로의 역량을 결합하면 연구개발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쓰리빌리언은 장기적으로는 희귀질환을 넘어 면역질환 등 다양한 영역으로 연구개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희귀질환 유전학 연구 과정에서 발견된 유전자들이 광범위한 면역 조절 경로에 관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파벨 총괄은 “5년 뒤에는 단순 진단 기업이 아니라 자체 개발 자산과 글로벌 파트너십 자산을 함께 보유한 바이오텍 기업으로 성장해 있기를 기대한다”며 “희귀질환 환자들이 더 빠르게 진단받고 새로운 치료 기회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