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처럼 치료사 할 거야"…오산 물빛나래유치원, 1주일 꿈 여행에서 아이들이 어른이 됐다

입력 2026-06-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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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경찰관·파일럿·조향사·헤어아티스트 체험…학부모화가·작업치료사·금속공예가 일일교사로, "가정에서 심은 씨앗이 교실에서 꽃이 됐다"

▲작업치료사 학부모가 일일 교사로 교실을 찾아 테디베어 인형을 활용한 치료 시연으로 유아들에게 직업의 세계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나도 커서 엄마처럼 치료사 할 거야"라는 아이의 한마디가 교실을 가득 채웠다. (물빛나래유치원)
▲작업치료사 학부모가 일일 교사로 교실을 찾아 테디베어 인형을 활용한 치료 시연으로 유아들에게 직업의 세계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나도 커서 엄마처럼 치료사 할 거야"라는 아이의 한마디가 교실을 가득 채웠다. (물빛나래유치원)
엄마가 교실 문을 열었다. 아이들이 와락 달려들었다. "선생님이 우리 엄마예요!" 그날 그 교실에서 엄마는 작업치료사였고,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학생들이었다.

26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오산시 세교 공립 물빛나래유치원(원장 김미숙)이 22일부터 26일까지 1주간 '꿈의 씨앗이 자라는 꿈여행' 주간을 운영했다. 유아들이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직접 경험하며 저마다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마련된 특별한 한 주였다.

꿈은 집에서 먼저 싹을 틔웠다. 아이들은 유치원 체험에 앞서 집에서 부모님의 직업 이야기를 들었다. 엄마는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아빠는 매일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그 조용한 대화들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씨앗을 심었다.

유아들은 자신이 꿈꾸는 미래 직업을 도화지에 직접 그리고서야 유치원 문을 넘어섰다. 꿈을 손에 쥐고 교실로 들어온 것이다.

▲오산시 공립 물빛나래유치원 3세 유아들이 소방관 복장을 입고 소방호스를 손에 쥔 채 진지한 표정으로 직업체험에 임하고 있다. 그 눈빛만큼은 진짜 소방관이었다. (물빛나래유치원)
▲오산시 공립 물빛나래유치원 3세 유아들이 소방관 복장을 입고 소방호스를 손에 쥔 채 진지한 표정으로 직업체험에 임하고 있다. 그 눈빛만큼은 진짜 소방관이었다. (물빛나래유치원)
일주일 동안 교실은 세상이 됐다. 3세 유아들은 빨간 소방복을 입었다. 소방안전본부 상황실 앞에서 소방호스를 쥐고 선 그 작은 손이, 그 진지한 눈빛이 진짜 소방관과 다르지 않았다.

같은 날 다른 교실에서는 'POLICE' 조끼를 입은 아이들이 경찰 모자에 손을 얹고 경례를 붙였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었다. 그냥 그 옷을 입는 순간, 아이들은 이미 경찰관이었다.

▲물빛나래유치원 유아들이 'POLICE' 조끼와 경찰 모자를 쓰고 경례 자세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옷을 입는 순간 아이들은 이미 경찰관이었다. (물빛나래유치원)
▲물빛나래유치원 유아들이 'POLICE' 조끼와 경찰 모자를 쓰고 경례 자세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옷을 입는 순간 아이들은 이미 경찰관이었다. (물빛나래유치원)
4세 유아들은 파일럿과 승무원, 건축가가 됐다. 5세 유아들은 향기를 만드는 조향사와 세상의 비밀을 푸는 과학자로 변신했다.

전 연령 공통으로 마련된 헤어·네일아트 부스에서는 아이들이 서로의 머리카락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정성스럽게 손질했다. 그 눈빛이 얼마나 진지했던지, 옆에서 보던 교사들이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이 꿈여행을 가장 빛나게 만든 것은 학부모들의 손길이었다.

3세반에는 화가 학부모가, 4세반에는 작업치료사 학부모가, 5세반에는 금속공예가 학부모가 일일교사로 교실 문을 열었다.

▲금속공예가 학부모가 5세 반 일일 교사로 물빛나래유치원 교실을 찾아 '금속공예 기법' 슬라이드를 화면에 띄워놓고 탄조·주조·3D프린팅 과정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고 있다. 손을 들어 설명하는 학부모의 눈빛만큼이나 아이들의 눈도 반짝였다. (물빛나래유치원)
▲금속공예가 학부모가 5세 반 일일 교사로 물빛나래유치원 교실을 찾아 '금속공예 기법' 슬라이드를 화면에 띄워놓고 탄조·주조·3D프린팅 과정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고 있다. 손을 들어 설명하는 학부모의 눈빛만큼이나 아이들의 눈도 반짝였다. (물빛나래유치원)
그들은 어떤 교재도 가져오지 않았다. 자신의 삶이 교과서였다. 작업치료사 학부모는 테디베어 인형을 앞에 놓고 아이들 눈높이에서 치료의 의미를 설명했다. 아이들은 숨을 죽이고 들었다. "나도 커서 엄마처럼 치료사 할 거야." 그 한마디가 교실 안을 조용히 가득 채웠다.

꿈 여행의 마지막 날, 아이들은 품어온 꿈을 세상 앞에 꺼내놓았다. 3세 유아들은 런웨이를 걸으며 패션쇼를 열었다.

▲물빛나래유치원 유아들이 헤어·네일아티스트 직업체험 부스에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서로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손질하고 있다. (물빛나래유치원)
▲물빛나래유치원 유아들이 헤어·네일아티스트 직업체험 부스에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서로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손질하고 있다. (물빛나래유치원)
4세 유아들은 한 주간의 활동이 담긴 뮤직비디오를 함께 감상하며 서로를 바라봤다. 5세 유아들은 친구들 앞에서 목소리를 높여 꿈을 말했다. "저는 소방관이 될 거예요." "저는 조향사가 되고 싶어요." 저마다 달랐지만 하나같이 빛났다. 그 작은 목소리들이 교실을 가득 채우는 동안, 지켜보던 학부모들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김미숙 물빛나래유치원장은 "사전 가정연계 활동부터 적극적인 재능기부까지 학부모님들의 큰 관심과 참여 덕분에 아이들이 더욱 풍성하고 생생한 직업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다"며 "이번 꿈여행주간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긍정적인 직업관을 형성하고 자신의 소중한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행복한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씨앗은 가정에서 심어졌다. 꽃은 교실에서 피었다. 그리고 그 향기는 아이들이 어른이 된 뒤에도 오래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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