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vs 메리츠' 홈플러스 2000억 DIP 공방…본질은 '구조적 한계'와 '배임 리스크' 충돌

입력 2026-06-2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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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는 결산 때 현금 남기지 않는 구조…운용자산과 가용자금은 달라
채권단은 청산 시 회수 가능성 우위…추가 지원엔 배임 부담
사모펀드 지배구조와 금융사 책임 충돌…회생 분수령 맞은 홈플러스

▲폐점이 확정된 홈플러스 시흥점 전경 (이투데이DB)
▲폐점이 확정된 홈플러스 시흥점 전경 (이투데이DB)

홈플러스 회생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2000억원 규모 긴급운영자금(DIP)을 두고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의 책임 공방이 거세졌다. 표면적으로는 서로에게 자금 부담을 떠넘기는 모양새지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의 본질을 사모펀드(PEF)의 자금 구조와 금융회사의 배임 리스크가 충돌한 사례로 본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최근 홈플러스와 대주주 등에 이달 30일까지 추가 자금조달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회생계획 이행에 필요한 2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 방안을 구체적으로 소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회생절차 폐지 여부에 대한 의견도 요청했다. 업계에서는 회생계획안 인가 시한인 다음달 3일을 앞두고 법원이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본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전날 홈페이지에 홈플러스 DIP 대출 관련 주주들께 올리는 글을 게시했다. 메리츠는 "주주들께서 부실기업에 거액의 DIP 금융을 추가 투입하는 것은 자본 효율성과 수익성 중심의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실천해 온 메리츠의 핵심 경영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향후 손실로 귀결될 경우 경영진의 배임까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바,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는 여기서도 "DIP 대출 참여는 홈플러스의 회생과 상환안정성을 전제로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대주주 측의 보증 제공과 객관적 보증이행능력 심사 및 대출금액 제한이 필수부가결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결국, MBK의 책임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리츠는 그동안 "MBK가 운용자산 수십조원 규모의 국내 최대 PEF 운용사이면서도 홈플러스 회생에 필요한 자금을 채권단에 떠넘긴다"고 주장해왔다. 홈플러스가 포함된 3호 펀드에서도 상당한 투자 성과를 거둔 만큼 추가 지원 여력이 충분하다는 논리다.

반면, MBK는 운용자산(AUM)과 운용사의 현금 보유액은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반박한다. PEF 운용사는 투자금을 직접 보유하는 회사가 아니라 유한책임투자자(LP) 자금을 운용하는 운용사(GP)다. 투자 회수가 이뤄지면 수익은 LP에 배분되고, 운용사가 받는 관리보수와 성과보수 역시 인건비와 운영비 등으로 집행된다. 일반 기업처럼 법인에 수천억원의 현금을 유보해 두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운용자산이 50조원이라는 것은 맡아서 굴리는 펀드 규모이지, MBK 법인 통장에 50조원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PE들은 결산 시점에 현금을 쌓아두지 않는 구조라 필요 자금은 별도 차입이나 출자를 통해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MBK는 이미 홈플러스 회생 과정에서 상당한 재무적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회생 신청 전에는 약 2000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관련 이자를 대신 부담해왔으며, 회생 신청 이후에는 김병주 회장의 사재 400억원을 소상공인 상거래채권 변제에 투입했다. 또, 600억원 규모 DIP 대출에 연대보증을 제공하고, 김 회장의 개인 자산을 담보로 조달한 1000억원의 긴급 운영자금도 홈플러스에 지원했다. MBK는 대출 형태의 자금 역시 모두 직접 상환하기로 확약한 만큼 회생 전후 금융지원 규모는 총 40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메리츠 역시 2000억원을 선뜻 집행하기 어렵다. 금융사가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한 자금을 추가로 지원했다가 손실이 발생하면 경영진이 선관주의 의무나 배임 문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현재 홈플러스의 담보가치가 채권 규모를 웃도는 만큼 청산 시에도 채권 회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메리츠의 판단 근거로 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담보권이 충분한 상황에서 회생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한 기업에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금융사 입장에서 상당한 법적 부담"이라며 "대주주의 추가 출자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메리츠도 "최대주주의 책임 있는 자금 투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이번 2000억원 공방은 단순히 어느 한쪽이 책임을 회피하는 문제가 아니라 PEF의 자금 구조와 금융회사의 의사결정 구조가 정면으로 맞부딪힌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회생 절차에서는 대주주와 채권단 모두 일정 부분 부담을 져야 하지만 이번처럼 PEF의 구조적 특성과 금융사의 배임 리스크가 동시에 얽힌 사례는 드물다"며 "결국 법원이 요구한 운영자금 마련 방안이 도출되지 않으면 회생 절차 자체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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