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5평에 11명 ‘다닥다닥’ 숨막히는 청주여자교도소⋯“민원 처리하느라 교화 집중 못해”

입력 2026-06-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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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인 혼거실에 8~11명까지 들어가 생활
18명이 750여명 야간 관리⋯“교정보다 갈등 관리”
“원숭이 엉덩이는 왜 빨간가요?”...민원에 시달리는 교도관

▲충북 청주시에 있는 청주여자교도소에서 17일 기자들이 수용자 체험을 하고 있다. 벨트형 포승 장치를 착용한 채 교정본부 버스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제공=법무부 교정본부)
▲충북 청주시에 있는 청주여자교도소에서 17일 기자들이 수용자 체험을 하고 있다. 벨트형 포승 장치를 착용한 채 교정본부 버스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제공=법무부 교정본부)

일부 무기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수용자는 형기를 마치고 사회로 돌아온다. 교도소가 단순히 사람을 가둬두는 공간이 아니라 교정시설인 이유다. 그러나 청주여자교도소의 현실은 그 취지와 거리가 있다. 현장 교도관들은 "교정보다는 과밀수용으로 인한 갈등을 관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17일 찾은 충북 청주에 있는 청주여자교도소. 고유정, 이은해 등 '희대의 살인범'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여성 수용자들이 복역 중인 곳이다. 이날 기자는 신입 입소 절차부터 식사, 거실 생활 등 하루 동안 수용자로 생활했다. 벨트형 포승을 찬 상태로 교정본부 버스를 타고 교도소 안으로 들어갔다. 버스에서 앉는 자세 하나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건 생각보다 큰 공포감을 줬다. 교도소 입구를 통과하자 작은 정사각형 운동장에서 훌라후프와 걷기 운동을 하고 있는 실제 수용자들이 보였다.

신체 흉터나 병력 등을 확인하는 검사를 마친 뒤 기결수(형이 최종 확정된 수용자)가 입는 파란색 수용복으로 갈아입었다. 왼쪽 가슴에는 방 호수를 뜻하는 '5사 2실'과 이날 하루 이름 대신 불릴 수용번호 '6012'가 적힌 명찰이 달렸다.

머그샷을 찍기 위해 의자에 앉아 대기하던 중 "6012번, 외부 물품 반입 금지입니다. 끈 반납하세요" 라는 지시가 들렸다. 기자의 팔에 걸린 얇은 검은색 고무줄 때문이다. 외부 물품이고, 교도소 내에서 별도로 구매해야 하는 항목이라며 반납해야 했다.

4명 정원 방에 최대 11명...숨막히는 수용자 생활

▲충북 청주시에 있는 청주여자교도소에서 17일 기자들이 수용자 체험을 하고 있다. 실제 수용자에게 제공되는 점심 식사를 먹고 있다. (사진 제공=법무부 교정본부)
▲충북 청주시에 있는 청주여자교도소에서 17일 기자들이 수용자 체험을 하고 있다. 실제 수용자에게 제공되는 점심 식사를 먹고 있다. (사진 제공=법무부 교정본부)

여러 개의 철문을 지나 교도소 4층에 있는 약 5평 규모의 혼거실로 들어섰다. 실제 수용자들이 생활하는 방으로, 기자 11명은 이들이 작업장에 나가 있는 동안 이곳을 배정받았다.

본래 4~5명이 정원이라는 방에는 기자 11명과 교도관 1명이 함께 들어갔다. 함께 수용자 신세가 된 교도관은 "모범수들 방이라 상태가 정말 좋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벽에 붙어있는 작은 수납장에는 흰색 푸들이 찍힌 사진과 편지, 안약 등 수용자들의 물품이 그대로 놓여있었다.

"배식!" 오전 10시 50분쯤 바깥보다는 조금 이른 점심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에 난 작은 배식구를 통해 투명 플라스틱 통에 담긴 밥, 국, 반찬들을 받았다. 이때 음식을 받는 수용자는 무엇을 받았는지 알리는 의미로 "밥이요", "국이요"를 외치면서 받아야 한다.

이날 메뉴는 약간 떡진 흰밥과 된장국, 고사리가 들어간 간장불고기, 무쌈, 배추김치였다. 함께 지급된 수저는 자해나 공격 등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약한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졌다. 고사리 하나를 집는 데도 몇 번이나 젓가락질을 해야 했다.

식사 후에는 설거지와 뒷정리가 이어졌다.

좁은 싱크대에서 12개의 식판과 수저를 씻자 식기들이 부딪혀 쾅쾅거리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났다. 이 좁은 방에서 크게 움직일 수도 없지만, 상을 닦고 설거지를 했을 뿐인데 방 안은 금세 열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처음 들어왔을 때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던 더위도 점점 몸을 짓눌렀다.

방 안에는 선풍기 2대가 설치돼 있는데, 과열 방지를 위해 50분 작동한 뒤 10분 동안 멈춘다. 선풍기가 멈추자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바람이 간절해졌다. 기자들의 말소리도 줄어들었다. 무더위에 남들과 부대끼며 수년을 살아야 한다고 상상해 보니 답답함과 스트레스가 밀려왔다.

야간에는 교도관 18명이 750여명 관리..."교정보다 갈등 관리"

▲충북 청주시에 있는 청주여자교도소의 혼거실 모습이다. 4명이 정원인 방이지만 보통 이곳에서 8명의 수용자가 생활한다. (사진 제공=법무부 교정본부)
▲충북 청주시에 있는 청주여자교도소의 혼거실 모습이다. 4명이 정원인 방이지만 보통 이곳에서 8명의 수용자가 생활한다. (사진 제공=법무부 교정본부)

교도관들은 과밀수용 해소가 단순히 수용자 인권 차원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청주여교는 직원 243명과 수용자 750여명 규모로 운영된다. 특히 야간에는 보안부서 직원 18명이 수용자 750여명 전부를 관리해야 한다. 직원 1명이 수용자 41명을 맡는 셈이다.

청주여교의 한 교도관은 "여름철에는 더위 때문에 사소한 일도 갈등으로 번진다"며 "좁은 공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결국 교도관을 향한 민원이나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도관들은 수용자 민원 대응에도 상당한 시간을 쓰고 있었다.

한 수용자는 교도소 측에 "원숭이 엉덩이가 빨간 이유를 알려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교도소 측이 "질의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워 충분한 답변이 어렵다"고 회신하자, 이번에는 해당 답변이 위법하다며 행정심판까지 청구했다.

청주여교 수용자들이 제기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건수는 2021년 53건에서 지난해 106건으로 두 배 늘었다. 같은 기간 정보공개 청구 건수 역시 1013건에서 1364건으로 증가했다.

▲충북 청주시에 있는 청주여자교도소에서 17일 기자들이 수용자 체험을 하고 있다. 신입 입소 절차를 거쳐 환복 후 교도소 건물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제공=법무부 교정본부)
▲충북 청주시에 있는 청주여자교도소에서 17일 기자들이 수용자 체험을 하고 있다. 신입 입소 절차를 거쳐 환복 후 교도소 건물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제공=법무부 교정본부)

한 교도관은 "교도소는 범죄자를 변화시켜 사회로 돌려보내는 곳"이라며 "교정·교화에 집중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갈등을 관리하고 민원에 대응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청주여교 내부에서는 화훼, 한식조리, 제과제빵, 애견미용 등 다양한 직업훈련이 진행된다. 수용자복을 직접 제작하는 작은 공장도 운영된다. 마약사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마약사범재활과도 신설됐다. 수용자들이 출소 후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기술을 가르치고 재범을 막기 위한 노력들이다.

▲충북 청주시에 있는 청주여자교도소에서 17일 기자들이 수용자 체험을 하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기자들과 만나 말하고 있다. (사진 제공=법무부 교정본부)
▲충북 청주시에 있는 청주여자교도소에서 17일 기자들이 수용자 체험을 하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기자들과 만나 말하고 있다. (사진 제공=법무부 교정본부)

이날 청주여교를 찾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범죄자를 잡아 넣기만 한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고, 영원히 격리할 수도 없지 않냐"며 "이들이 언젠가 사회에 복귀할 때 개과천선해 복귀하지 않으면 결국 재범으로 이어져 큰 사회적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청주여자교도소는 준공된 지 23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환경이 나은 편"이라며 "환경이 매우 열악하거나 오래된 교도소들은 제대로 된 교정·교화가 이뤄지기 더욱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문제인 교정시설 과밀화를 해결하는 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절대적으로 부족한 교정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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