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종료 시점보다 전쟁 이후를 준비해야"

"1200원 환율이 높다고 했던 시대가 있었다. 지금은 1300원이 오히려 낮아 보인다. 높은 환율이 몇 년 더 이어진다면 1400원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수 있다."
오건영 신한은행 패스파인더 단장은 18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금융대전'에서 "환율과 금리, 주가 모두 과거와는 다른 기준으로 봐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최근 금융시장의 가장 큰 특징으로 '뉴노멀(New Normal)'을 꼽았다. 과거에는 비정상으로 여겨졌던 고환율과 고금리, 높은 주가 수준이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취지다.
오 단장은 "2009년부터 2022년 초까지 원·달러 환율 평균은 1160~1170원 수준이었다"며 "당시에는 1200원만 넘어도 높은 환율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1300원도 낮게 느껴지는 상황이 됐다"고 짚었다. 이어 "목발을 짚고 오래 걸으면 목발에 익숙해지는 것처럼 시장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며 "1400원 환율도 몇 년간 지속되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리에 대해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코로나19 당시에는 정기예금 금리가 1% 수준까지 떨어졌고 2%만 돼도 높은 금리라고 여겼다"며 "하지만 지금은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4%를 넘고 채권 수익률 5%도 예전만큼 매력적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단순히 지수 수준만 보고 버블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7년 코스피가 2100선을 기록한 뒤 지난해까지 18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지수는 큰 폭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며 "반면 미국 S&P500과 일본 닛케이 지수는 같은 기간 수배 이상 상승했다"고 비교했다. 이어 "숫자가 높기 때문에 버블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당시 미국과 지금의 미국이 다르고, 과거의 빅테크와 지금의 빅테크가 다른 것처럼 시장의 펀더멘털도 변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한국 경제의 체력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오 단장은 "올해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했음에도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늘고 있다"며 "반도체 수출 증가 속도가 에너지 수입 부담을 상쇄할 정도로 강해졌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산업의 성장은 결국 AI와 연결돼 있다"며 "AI와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경제 체력 자체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동 정세와 이란 문제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변동성보다 장기적인 관점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쟁과 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은 시간이 지나면 시장이 결국 적응하게 된다"며 "중요한 것은 단기 이벤트 자체보다 변화한 환경 속에서 어떤 산업과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